요즘 의료계 내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거친 화두 중 하나는 ‘징용(徵用)’이다. 사전적 의미로 보아도 국가의 권력으로 국민을 강제로 일정한 업무에 종사시키는 일이다. 최근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행정명령과 의사를 대상으로 강제 징용하겠다는 법안을 입법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의사에게 근무를 강제하는 것은 그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육 상태와 거의 유사하게 맞물려 비례하는 것 같다. 의사를 포함하여 국민에게 특정 직무를 강제하는 것은 일종의 독재방식에 의한, 비
개별 의과대학의 정원 문제. 과연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새삼스럽다 할 사회적 담론이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정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이유 중 하나로 정원 40명 이하인 소규모 의대 입장에서 입학생 규모가 너무 작아 학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학생 수를 8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한 축을 이룬다. 이런 주장은 최근 정부의 정원 증가 주장에도 담겨져 있다. 의과대학이라면 최소 정원이 80명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의과대학 평가를 경험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정원 40명 규모의 대학이 다른
미국은 세계적으로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는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GDP대비 의료비 지출은 17%를 초과하여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 이 같은 규모는 다른 국가에서 따라잡거나 감당해내기 벅찬 수준임에 틀림없다. 비교적 부유한 유럽 국가들도 약 10~11% 범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미국의 의과대학협회는 최근 실시한 의사추계에서 2020년에 9만명, 그리고 2025년에 약 13만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이 보고에 의하면, 의사인력의 3분의 1 이상이 1~3년 이후에 65세에 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에서 고전하고 있으나, 여전히 영국의 대표적 자랑거리 중 하나가 무상의료제도이자 국영체제인 ‘국립의료제도(National Health System, NHS)’다. 심각한 전염병 시대를 맞아 ‘NHS’라는 이니셜을 뒤집어 ‘SHN’을 전면에 내세우며 “Stay Home Now”라는 강렬한 메시지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NHS는 2차 세계대전 중에 싹터 형성된 영국 국민의 일치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전후 국민적 연대(solidarity) 의식에서 의료문제 해결을 위해 물꼬가 튼 것이다. 물론
현 정권은 사회주의 성향의 진보 세력들이 득세하여 우리나라 의료를 모두 공공재화 하려는 노력에 더욱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언론에서는 심심치 않게 ‘쿠바의 무상의료제도’가 언급되기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들이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이른바 ‘구호 만들기’와 이를 통한 선전 선동이다. 지구상에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나라들이 많은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나 쿠바는 일찍이 원조를 겸한 의료인 파견으로 속칭 ‘의료외교’라는 분야를 이용하여 사회주의 우월성에 대한 선전매체로 잘 활용하고 있다. 북한도 몇 년 전 아프리카에 진출하여
‘South China Morning Post’는 홍콩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난 3월호 기고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19 방역의 최고 리더 집단으로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을 가리켜 ‘세 마리 용’으로 지칭했다. 이들을 3개국으로 명기할 수 없는 이유는 홍콩, 타이완 두 지역 모두 중국과 영토와 주권 분쟁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세 지역이 방역활동에 있어서 최고의 우수 모범 국임에도 세계보건기구는 중국과의 내밀한 관계를 고려한 탓인지 좀처럼 이들 지역을 치켜세워 특별히 언급하려 들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2일자로 2020년 업무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서 가장 눈에 띈 것 중 하나는 복지부가 한동안 ‘문케어’라고 명명한 적이 없으니 이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이전의 입장과는 달리, 2020 업무보고에는 ‘문케어 플러스’라고 명기한 대목이다. 한동안 국회 토론회에서 문케어 이후 종합병원 쏠림현상과 의료비 증가로 논란이 증폭되자 거북해진듯 이 명칭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그럼에도 올해 문케어에 ‘플러스’를 플러스하여 발표한 것은 아마도 일반 대중의 지지를 고려하여 ‘4월 총선판’으로
1998년 6월 3일 오전 10시 59분경, 시속 200km 속력으로 달리던 고속 열차(ICE)가 독일 에스체데(Eschede)에서 교량과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01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독일은 이 대형 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발생 후 약 4분경 첫 경보가 울렸고, 그 다음 16분 만에 응급 전화를 받은 의사가 약 20km 떨어진 셀로부터 도착한 것으로 기록됐다. 사고 직후부터 약 4시간 동안 인접 지역의 다른 구조 기관들이 461명의 구급차 직원들과 구급대원 등을 포함하여 총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인적, 물적 교류의 물결이 거센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매우 위협적 요소로 다가오자 해당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악몽과도 같았던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초기대응책을 세워 전력투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문가의 조언과 정무적 판단을 곁들여 하루 2회 정도 상황보고에 나서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현 정권이 너무나 잘 대응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의 지지층
홍콩 공공의료조합인 ‘Hospital Authority Employees Allianc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본토와 국경을 폐쇄하라는 대정부 요구를 했다. 그리고 이 요구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공공의료기관의 파업을 단행할 것을 선언했다. 이런 주장은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 전염병의 확산력을 감안할 때 홍콩이 보유하고 있는 인력이나 격리시설, 방호복 등이 이를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홍콩을 새로운 전염병으로부터 차단하고 방어하는 길은 중국과의 교통을 막는 조치가 시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가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으로 개최됐다. 36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사회와의 교감을 이루며 속칭 ‘배운 직업; learned profession’으로서 의사가 갖는 평생학습자 본연의 모습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의학과 문화의 만남’을 주제로 마련됐다. 의사는 오로지 학문연구만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업의 속성상 장기간 수학기관과 보수교육이 필수적인 직종으로 ‘종신학습(life long learning)’이 요구되는 특화된 전문 분야이다. 그리고 환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몇 해 전 여행 삼아 거문도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섬은 약 100여 년 전 쯤 우리나라가 암울했던 시기 약 1년여 동안 영국해군이 주둔한 상태에서 잠시 영국의 실질적인 지배(?)를 받았던 섬으로 흐릿한 기억들이 흘러 다녔다. 이제 많은 세월이 지나 영국 해군의 주둔 사실 조차 제대로 기억 할 수 있는 세대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당시 주민들은 영국 해군의 주둔을 내심 반겼다고 한다. 해군 수병을 위한 테니스장 건설도 아마 우리나라 최초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소 내륙 사람들은 물론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장례식장에 가보면 90대 임종은 이제 흔하고, 80대에 돌아가신 분은 “본전을 했다”고 위로하고, 70대에 돌아가시면 “젊어서 돌아가셨다”고 애석해한다.정부는 점차 심화되는 고령사회 대책으로 일본식 커뮤니티케어를 내놓고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보다 먼저 고령화에 진입한 유럽의 부유한 나라들은 80년대 이후 서서히 나라마다 각각의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고 있었고 2000년 이후는 본격적인 정책 시행단계로 진입했다. 나라마다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도 결국 고령화에 따른 공통된 사
지난 4월에 16년 만에 개최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학술대회에서 다뤄진 큰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전공의교육’이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전공의 교육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의 교육평가 인증에 관한 내용과 선진화된 전공의 교육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제도를 본 받아 전공의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규정하는 전공의 법을 만들어 각 수련병원들에 대해 규정 준수를 엄중히 요구하고 있다.한국의 혹독한 전공의 과정 인권 유린 사례, 세계 의학계 도마 위에 올라 반면 유럽
지난 4월 우리나라 의학교육계는 16년 만에 재개된 세계의학교육연합회(WFME)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번 서울 국제 학술대회는 그야말로 오랜 공백을 깨고 내용면에서도 알차고 짜임새 있는 대회였다는 호평과 함께, 우리나라 의학교육계의 잠재력을 마음껏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고 WFME 집행진은 물론 대회 관계자들 역시 한 결 같이 입을 모았다. 대회에 임하면서 학술대회의 성공과 더불어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한층 더 도약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모두가 하나였다. 이제 의학교육에도 국제화에 대한 인
우리나라에 전문직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 무렵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를 근거로 식민조선 사회를 일깨워 주었다고 지금도 엉뚱한 생색을 내고 있다. 일본은 운 좋게 네덜란드 상인들과의 교류와 미국의 강압적인 개항으로 청나라를 통한 문화의 중개 없이 우리보다 먼저 서양문물을 직수입할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그럼에도 먼저 개화하였다는 일본이 조선총독부의 조선인에 대한 교육정책은 황국신민화가 우선이었고, 조선인의 이성적 진보를 가져올 수 있는 고등학문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과 일본인 아래에서 저급상인 정도를
의사면허 취득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전공의 수련 과정은 학생 신분의 의과대학 교육기간 만큼이나 길고 고달픈 힘든 여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6년의 의대 과정보다 긴 세월동안 강도가 훨씬 세고 치열한 의업의 현장에서 젊음을 불태워야 비로소 전문의 자격을 거머쥘 수 있다.선진국의 경우 일부 세부전문의는 총 7~8년의 수련기간을 요하기도 한다. 전공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의대 졸업 후 의사면허 취득만으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 현장에서 의업을 자유롭게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의사로서 마지막 교육 과정인 전공의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오는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아직까지 정확한 개념파악이 어렵고 용어조차 생소한 커뮤니티케어는 만성질환관리제와 함께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에 던진 일종의 검증되지 않은 미끼상품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일부 의사 회원들은 갈수록 사지로 몰리는 의료 환경에서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른바 만관제와 커뮤니티케어에 비자발적 공감을 표하며 동참하고 있으며, 또 다른 의사 회원들과 의사단체는 그동안의 정부 정책에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깊은 우려
2018년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커뮤니티케어를 두고 매우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던 분위기의 한해였다. 커뮤니티케어가 과연 노인들의 사회복지를 목표로 하는 순수 맞춤형 대책인지, 아니면 의사들을 겨냥한 또 다른 형태의 압박수단으로 기획된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정부 정책에 불과한 것인지 통찰력이 요구되는 판단이 필요했다. 우선, 복지부가 내놓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난삽한 문건은 개조식 문장위주로 대, 소문자 병행과 진한 글자체와 보통 글자체가 혼합된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돌봄을 위한 조정자인 케어코디네이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