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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부의 친 바이러스 무능정책, 전문성이 결합해야 위기 극복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 승인 2020.02.20 08:59
  • 최종 수정 2020.02.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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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주변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인적, 물적 교류의 물결이 거센 우리나라 역시 중국과 맞닿아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상 매우 위협적 요소로 다가오자 해당 정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악몽과도 같았던 메르스 때의 경험을 살려 나름대로 초기대응책을 세워 전력투구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정부대로 전문가의 조언과 정무적 판단을 곁들여 하루 2회 정도 상황보고에 나서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현 정권이 너무나 잘 대응하고 있다는 칭찬 일색의 지지층과 친정부 언론들을 접할 수 있으며 특히, 집권당인 여당의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자화자찬의 평가는 눈물이 흐를 정도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와중에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 급증으로 곤경에 처한 이웃나라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본받아야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잊지 않으면서도, 감염병 관리체계에서 국제적으로 1차 방어에 성공하여 잘 대응하고 있다는 국위선양성 홍보에 방점을 찍고 있다.

보이지 않는 죽음’과의 사투 더 늦기 전에 방역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대한의사협회는 우한 출신자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전부터 줄곧 중국인 입국제한조치를 권유했고, 미국의 CDC는 이미 이같은 조치를 단행했다. 손 세정제와 마스크, 확진 환자의 동선파악과 접촉기관에 대한 폐쇄 및 방역조치는 확실히 가시적으로 보이는 성공적 방역활동으로 여겨진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역에 대한 상징성은 그만큼 대단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국은 마스크 사용이 과학적 근거가 없고, 확진 환자가 다녀갔다고 해서 건물의 일시적 폐쇄조치는 아직 취하지 않고 있다. 자국민 보호를 위한 귀국자 관리도 우리처럼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방호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쉴 새 없이 뿜어 대는 소독약 안개 분출 등 스펙터클한 풍경을 찾아 볼 수 없다. 미국이 주장하는 논리는 비교적 단순하고 간단하다. 바이러스는 생물체가 아닌 물체에 닿으면 그 생존력은 매우 짧기 때문에 생명력이 없는 일반 사물에 기생이나 숙주가 불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로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슨한 방역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다. 확진 환자에 대해서도 반드시 입원치료가 정해진 하나의 원칙은 아니다. 자가 치료를 병행토록 하고 있다.

마스크 착용을 강권하지 않는 미국의 공중보건정책이 얼핏 느슨한 방역체계인 허술한 나라처럼 보이지만, 정작 중국인의 입국만큼은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일전에 대통령께서 격무에 힘들고 답답했는지 코가 그대로 드러난 채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으로 아직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국립의료원을 직접 방문하여 과할 정도의 방역을 직접 지시했다. 이같은 풍경과는 달리 그 흔한 뉴스 화면에서 방역장면을 찾아볼 수 없는 느슨한 방식(?)의 방역체계를 운영하는 국가의 보건부 장관이 취한 단호한 입국제한 조치는 동서 문화가 달라도 너무나 다른 방역 문화의 세상을 확연히 비교해 볼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날씨가 따듯해지면 수그러 질거라는 언급도 주저하지 않고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의 사례를 들어 사실이 아님을 즉시 반박했다.

안 보이는 싸움에 보여주기 방역대책으로 일관 시 걷잡을 수 없는 감염 위험 노출

오로지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관변 단체나 해바라기 성향의 친 정권 세력을 이용하여 현 정부가 초기대응을 너무 잘하고 있다면서 자화자찬에 매몰되어 있는 대국민 홍보전에는 장관-총리-대통령 등 정권 핵심 라인에 서 있는 인사들이 연일 언론에 나와 방역에 대한 치적을 드러내면서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럴 수밖에 없는 총제적인 노력의 모습인지 아니면, 창밖을 내다보면서 진행하는 날씨예보처럼 그때그때 다른 방식일 수밖에 없는 위기관리에 대한 표준화 된 정부의 의사소통 정책과 매뉴얼이 아직도 부재중인지 궁금하다. 솔직히 정부 부서나 청와대에서 국민을 편하게 하고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그리고 현 정권에서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도 부인하기 싫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노심초사하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국가 방역에 임하고 있는 복지부 담당공무원이나 질병관리본부 실무자들은 모두가 극한의 힘든 상황일 것이다. 우주복 같은 불편한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 보건소나 선별진료소, 이들을 뒷받침하는 공무원들과 일선 의료 현장에서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국의 모든 보건의료인들이 감내하고 있는 노고에 대해서는 경외심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사한 마음이 개개인의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조금이라도 지니지 않은 사람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과 인류애적인 입장에서 듣기 좋고 격려가 되는 위로의 말도 그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중국과의 협력이라는 대의적인 관점도 그렇고, 국가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주변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어려운 입장에서도 현 정권의 ‘정무적 판단’이 십분 이해되는 부분이다.

전문가단체 목소리 인류 건강 위협에 맞선 소신, 정부가 마음을 열어 정책에 반영해야

의사는 환자와 가족에게 의료에 대한 설명의 의무가 존재한다. 병에 대한 설명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선택 그리고 이에 따른 예상되는 부작용과 합병증 등 다양한 설명의 의무를 지닌다. 평상시 이런 것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의사는 심심치 않게 법정 처벌이나 벌금도 물어야 한다. 의료사건에서 의사가 패소하는 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설명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을 경우로 이런 사실은 이미 의료인 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의무를 갖는 의사들이 집단을 이루어 단체를 형성하였을 때 개인보다 범위가 넓어진 단체의 의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답은 간결하고 명확하다. 해당 단체는 환자나 가족이 아닌 사회와 국가에 대한 설명의 의무가 존재하는 것이다. 소위, 질병만을 치료하는 소의(小醫)의 개념에서 벗어나 최소한 국가 사회적 중대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중의(中醫)와 전 세계 인류사적 치료 개념인 대의(大醫)의 개념이 망설임 없이 대입되는 것이다. ‘설명’이라면 사회가 듣기 좋은 이야기만 낭낭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마치 입에 쓴 약처럼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듣기 거북한 소신 있는 설명도 필요하다면 거침없이 화두를 꺼내야 한다. 전문가의 윤리적 기준에 근거한 설명은 반드시 진실성을 담보하여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의사를 대표하는 전문직 단체로서 대한의사협회는 우한에서 벌어진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에 대한 위험도를 제대로 잘 파악하여 사회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의사 전문직 단체 판단의 기준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며 전문직 집단이 갖고 있는 고유의 가치와 사명에 충실하여야 한다. 전문가 단체의 입장은 환자와 사회의 이득을 위한 설명의 의무가 있고 이에 따른 사회적 조치를 권유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인 입국제한에 소극적이고 세계보건기구의 권고사항대로 충실히 따라 ‘중국인 전면 입국제한조치’가 아닌, 우한 출신에 대한 소극적 입국 제한 조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입장에서 보면 모난 돌처럼 중국인 전체 입국금지를 일관성 있게 주장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위기관리 소통 부재 메르스 사태 뼈아픈 교훈 잊지 말아야

의사 개인으로서 그리고 전염병을 경험했던 전문의로서 인류애적이고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우리 정부의 입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중국인 입국금지를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의사 전문직 집단의 공식적인 의견이나 입장으로 채택하기에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정 정책이나 규제가 야기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위험이나 미처 예상 가능치 못하는 위험에 대한 고려가 우선 앞서야 한다. 환자와 가족의 범위를 넘어 사회와 구성원에 대한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전문가의 단체적 입장은 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의사는 우군과 적군의 대상을 가리는 직업이 아니다. 정치적 판단을 해서도 안 되고 가장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사회와 구성원의 마지막 보호막이 되도록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의사단체가 정부의 의견과 상치되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하면 여당은 의사단체를 정치적이라고 정치적(?)으로 응수하여 비난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의사단체를 의도적으로 ‘패싱’하거나,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중대 위기상황에서도 정부와 의사단체간에 상호 의사소통의 부족은 당연한 결과로 나타난다. 정부는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전문가들과 대화하며 정작 의사집단을 대표하는 단체와는 거리를 둔다. 정책결정의 투명성이나 의료현장의 목소리가 결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는 것이다. 신종 폐렴을 경쟁적으로 다루는 언론은 전문가를 초청하여 앞 다투어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는데 한 번도 환자를 본 경험이 없거나 일선 의료현장에서 일해 보지 않은 전문가들이 아직도 잘 모르는 괴질에 대한 가설적인 전문성만을 앞 다투어 과시하고 있다. 다른 선진 미디어 운영 체계를 보면 우리나라처럼 시시때때로 다양하고 많은 우한 폐렴 전문가 초빙 대담은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개별적 전문가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민주적 언론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보인다. 자유로운 발언으로 실종되는 전문가들이 있는 중국에 비하면 언론의 자유는 당연 최고(?)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이 왜 고전하는지 그 짐작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마스크에 대한 사용법이나 효과성이라는 단일 주제에 대해서도 전문가별 각자의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어지고 이를 접하는 일반 국민들은 매우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의 범람과 홍수 속에서 오히려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을 겪고 있는 셈이다.

불확신 상태 ‘사전주의’ 원칙 적용이 최선, 의도적 전문가단체 교류 단절 위기 자초할 것

매일 두 차례 진행되는 정부의 정성스런 보고에도 왜 그렇게 많은 전문가가 다시 보충설명을 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위기관리의 홍보나 의사소통에 대한 규범적 체계가 없다보니 대통령을 대통령대로 엄중하게, 총리는 총리대로, 복지부장관은 장관대로 소신발언을 하여 오히려 혼란스러움이 겹치고 가중되는 상황이다. 위기관리 의사소통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부서장이 하는 것이 일관성, 책무성, 민첩성 면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보인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포츠 중계를 단일화하여 방송에 내보내듯, 국가 위기 상태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검증된 전문가와 단체를 통해 일관성 있는 내용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고 갖추어지지 않은 역량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전염병 발생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경험들은 잊지 않고 길이길이 보존하고 경계 삼아야 될 국가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섣부른 자화자찬 식 방역시스템이나, 아부 성 짙은 설익은 낙관론 등 역병에 대한 역량의 초보자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

필자 역시 일반 국민의 입장과 의사 개인의 입장에서 중국인의 입국제한 조치가 단호한 것으로 보이고, 스스로 입국제한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의사단체의 공식 입장은 파급력이 크기에 매우 신중해야 된다. 현재 전문가집단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정리하여 명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 현재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지식은 아직 우한 폐렴에 대하여 그 명확한 정체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제 막 출현 한 신종 병을 잘 아는 전문가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경우 최선의 예방 차원에서 단체적 전문 직업성의 발휘는 사전주의(Principle of precaution)원칙의 적용임을 재차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되는 첫 3명의 환자에 대한 정부의 초기 발표는 매우 수동적이고 가능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표현을 경계하는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입장 표명의 원칙에는 “지역사회 감염이 확실히 아니다”라는 확신을 세우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으로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정부도 혹여 듣기 싫은 소리일지라도 마음을 열어 귀를 가까이 대고 들어야 한다. 절대로 정부의 중국인 입국제한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과 비난은 엄연히 다른 것이고, 근거에 의한 지적은 비판이지 비난은 아니다.

전문성 갖춘 정부 대응방안이 촘촘한 하부구조와 연결돼야 비로소 강한 실행력 기대

세계보건기구가 분석한 의료정책의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 중의 하나는 대부분 하부구조의 부재에서 오는데, 이렇게 본다면, 이제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튼튼한 하부구조의 형성이 급선무인데 여전히 정부의 의사협회 기피증은 건강한 하부구조의 구성역량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어 보인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대응은 아무리 잘 세워진 계획이라도 하부구조의 협력과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스스로 전문가 단체를 멀리하고 논의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패싱하는 현상은 국민들과 소통의 교량을 스스로 절단하고 폭파하는 것과 다름없는 심각한 파괴적인 정책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dsah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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