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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적정급여·적정수가 기반 없는 재택의료, 한낱 신기루에 불과안덕선의 정책 딥 마이닝
  •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 승인 2019.03.13 06:00
  • 최종 수정 2019.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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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의료계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커뮤니티케어를 두고 매우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던 분위기의 한해였다. 커뮤니티케어가 과연 노인들의 사회복지를 목표로 하는 순수 맞춤형 대책인지, 아니면 의사들을 겨냥한 또 다른 형태의 압박수단으로 기획된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정부 정책에 불과한 것인지 통찰력이 요구되는 판단이 필요했다.

우선, 복지부가 내놓은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난삽한 문건은 개조식 문장위주로 대, 소문자 병행과 진한 글자체와 보통 글자체가 혼합된 파악하기 힘든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돌봄을 위한 조정자인 케어코디네이터의 역할과 왕진 및 방문진료 개념을 포괄하는 ‘재택의료’에 대해 어수선한 와중에도 의사들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

재택의료는 인문학적 의미에서 환자의 요청에 의하여 환자가 거주하는 장소나 집 혹은 근무지에서 전개되는 진료행위를 의미한다. 재택의료는 통상 의사와 환자간의 거리와 접근성을 고려하여 비교적 동일 거주권 지역에서 거주하는 의사와 환자 간에 특정 사안이나 질환에 대해 의사의 의견을 제시하는 포괄적 상담행위와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진료행위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재택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진의 환자 거주지 방문이 필수적인데 이는 환자의 삶 공간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택의료는 환자의 사회경제적, 종교적 또는 가족적인 상황을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고 환자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완벽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달리 표현 하자면 의사의 방문 자체가 환자와 아주 가까운 접근이 가능해지는 매우 특별한 기회로 그 환자가 처한 환경속의 한 인간으로서 진료나 돌봄을 허용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환자 개개인의 삶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제적인 지평 속에 들어가서 만난다는 것은 분명히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재택의료는 간혹 의사에게 매우 어렵고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선 공간의 제약을 비롯하여 소음과 주위분산, 그리고 쾌적한 진료를 위한 조명 시설 등 물적 자원의 결여와 의무기록 문서 관리, 여기에 환자 정보에 대한 제약과 비밀유지 등이 의료 활동을 크게 방해 할 수 있다. 재택의료에서 수월한 임상진료와 술기 수행에 필요한 여러 가지 용이함 또는 쾌적함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환자의 주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방문진료는 실제 진료실에서 행해지는 그것에 비하여 같은 수준으로 만족스럽거나 또는 안정성이 확보된 질적인 진료가 담보되지 못 할 수 있다.

재택의료는 현 시대에서도 프랑스를 위시한 일부 국가에서는 중요한 의료제도의 한 축이다. 지난 2005년 프랑스의 자유계약 일반의단체가 출간한 보고에 의하면, 재택의료는 자유계약 일반의 진료 총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재택의료의 활동과 실적은 지역에 따라 매우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유럽 지역에서 의료보험이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전인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재택의료는 일반의의 가장 큰 직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2차 대전이 끝나고 1950년대로 넘어서면서 유럽에서의 재택의료는 40%선에서 10%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출간된 논문에 의하면 1987년 네덜란드의 가정방문 건수는 전체 진료의 17%에 이르렀다가 2001년에는 절반 수준인 9%대로 감소됐다. 이같은 현상은 영국과 독일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정방문 진료가 전체 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한 수준인 1%대로 오그라들었다.

그럼에도 재택의료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재가열되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자신의 삶의 자주권(autonomy)을 잃은 사람이 증가하고 있으며, 고령의 건강한 사람일수록 다양한 병리를 보유하고 있는 역설적인 세상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또한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다양한 이름의 범사회적 대처방안이 제시되고 있고 주택과 사회활동을 위한 각종 지원 그리고 종합병원에서 각종 요양시설과 주택거주를 연결하는 이른바 통합적 개념의 ‘integrated care’가 화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의료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대상이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ALD의 손실이 심각한 고령군의 환자를 꼽을 수 있고 연령에 관계없이 뇌혈관질환, 신경근질환, 파킨슨질환, 마비증 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서 재택의료의 요구가 매우 높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중증 수술을 받고 회복기에 있는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타인에 의해서만 일상이 가능한 사람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다.

세계보건기구와 영국의 한 의과대학과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30년경 세계 최고의 고령국가가 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대처방안인 ‘integrated care’에서 확실한 진료 인프라 구축과 역량은 성공의 핵심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초고령화 사회진입의 예측과 만성질환 그리고 보장성 강화정책의 이유로 ‘integrated care’는 불가피하게 채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커뮤니티케어는 통상 100여 가지 이름과 정의로 등장하고 있는 ‘integrated care’의 한 이름이고 아마도 우리나라 복지부는 일본의 것을 타당성 검증 없이 서둘러 급하게 들여온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여하튼 현재와 같은 고령사회에서 세월이 지날수록 재택의료는 이미 선진국에서 핵심적인 보건의료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를 계기로 관심이 높아진 재택의료의 핵심적 강점은 환자의 재택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과 재택의료가 환자와 의사간 관계형성의 핵심 요소였다고 기술된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재택의료의 효과로 불필요한 입원을 감소시키며 응급실 회송 건수도 감소시킨다는 주장이 있다. 그리고 복약지도를 향상 시키고 장애 속도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효과는 환자의 기능장애나 사망률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재택의료야말로 의과대학 학생교육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 의과대학은 통합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integrated care’의 역량을 배양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의사소통술과 자신을 반추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임상진찰 능력, 만성질환, 노인질환, 말기환자들에 대한 대응, 다른 보건의료직과 협력·협조 등을 잘 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크로아티아와 미국의 연구에 의하면 재택의료에 대한 긍정적인 교육효과로 일부 미국 의과대학에서는 재택의료를 반드시 경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학생들도 이러한 경험을 질적·양적으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실제 현실적인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많은 의사들이 재택의료는 수익성이 보장돼 있지 않고 특히 많은 노력과 리스크가 따르는 것에 비해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내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장성을 갖지 못하고 지리멸렬 자연 도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2002년 프랑스의 경우 방문 진료에 대한 수가 책정 이후 방문 진료 건수는 감소하고 있고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 역시 재택의료보다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Integrated care’의 핵심 중 하나인 재택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문 직무와 기회비용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중요하다. 적정급여와 적정수가의 기반이 없고 특히나 수가 및 진찰료 수준이 유난히 낮아 의료기관의 운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우리나라 실정에서 커뮤니티케어의 재택의료도 동일한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면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정책도 정착하지 못하고 한낱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dsah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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