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South China Morning Post’는 홍콩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신문이다. 이 신문은 지난 3월호 기고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최고 리더 집단으로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을 가리켜 ‘세 마리 용’으로 지칭했다. 이들을 3개국으로 명기할 수 없는 이유는 홍콩, 타이완 두 지역 모두 중국과 영토와 주권 분쟁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세 지역이 방역활동에 있어서 최고의 우수 모범 국임에도 세계보건기구는 중국과의 내밀한 관계를 고려한 탓인지 좀처럼 이들 지역을 치켜세워 특별히 언급하려 들지 않는다. WHO 입장에서 보면 홍콩과 타이완은 중국의 이해관계와 서로 맞닿아 있는 ‘하나의 중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처지에 놓여 있는 홍콩과 타이완의 정치적 상황에 비해 주권 국가로써 당당한 입장인 싱가포르는 코로나19 방역에서 타 국가에 여러모로 모범사례가 되는 정책이 많다. 세 지역 모두가 지니는 공통 사항은 지난 2005년 SARS를 겪으면서 국가적 방역체제를 튼튼히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험이 이번 코로나19 방역에 귀중한 자산이 되어 세계 팬데믹(Pandemic)의 위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국가 방역 대응에 진정한 리더로써 우뚝 서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방역 활동의 결과로 보여주는 성적표에서도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당연히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는 난이도 높은 점수를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 과거 전염병 쓰나미 이후 튼튼한 방역 방파제 쌓아 국민안전 확보

싱가포르의 경우 지난 2005년에 처음으로 독감의 세계적 유행(Pandemic)에 따른 준비와 대응 매뉴얼 등을 세세하게 담은 국가 방역 전략계획을 출간했고, 이후 새로운 전염병 출현 시에 이 정책을 그대로 적용하도록 실행방안을 짰다. 싱가포르 병원은 테러범에 의한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인 생물학전쟁 가상훈련 시나리오에 따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임하고 있으며, 보건부 역시 간간이 훈련에 참관하여 평가를 하고, 필요하면 개선과 권장사항을 통해 훈련의 역량 강화와 질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이런 싱가포르의 실전적 훈련으로 현재 코로나19 대처에서 전 세계 국가의 많은 지도자들을 절절매도록 하는 방역의 필수 물자 부족 문제를 사전에 모두 해소했다. 이미 SARS 때 마스크, 장갑, 가운 등 개인 방호 용구의 심각한 부족 현상을 절실히 경험했기에 미리 필수 물품의 확보를 염두에 둔 조치로 이번 신종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물자 부족 문제가 재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2008년 싱가포르가 출간한 세계적 유행 대비 보고서에 의하면,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을 위한 물자는 발병 후 최소 5~6개월 정도 견딜 수 있는 양을 확보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완벽한 방역에도 사회적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주변에 확진자가 있거나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와 기관들은 심각한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 코로나19 환자가 다녀간 의료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정보가 공개됨과 동시에 마치 짙은 색의 주홍글씨가 새겨져 환자들로부터 기피 의료기관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는 전 국민이 별도의 특별한 시간을 정하여 의료인에 대한 격려와 응원,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행사를 가졌었고, 뉴욕에서는 지역 소방관들이 소방차를 몰고 병원 앞으로 와서 잠시 경적을 울리며 의료인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에도 의료인에 대한 경계와 차별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더운 나라에서 간편한 근무복을 입고 택시를 잡으려면 승차거부가 다반사로 발생하며, 여기에 더해 병원에서 택시를 부르면 쉽게 호출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전염병 대처에서 단순히 의료기관 만의 노력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고질적인 사회문제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재기 현상을 볼 수 없는데, 이것은 아마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우수한 ‘배달민족’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모든 생활 용품의 주문과 배달은 전화와 온라인 시스템으로 가능한 나라가 되었다고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방역 우수 아시아 3용 빠른 정보, 국경봉쇄, 민첩한 대응 공통 삼박자 갖춰

싱가포르 정부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 하나는 의료인의 감염으로 의료인이 감염됐을 때 감염된 의료인의 격리와 치료는 물론 이들의 감염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과 의료현장에서 감염 등 일반인보다 약 세배 이상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에 의료인의 안전유지가 무엇보다 정책적 우선순위를 매긴다고 한다.

홍콩에서는 얼마 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관철시키기 위해 의료인들이 파업을 결행하기도 했다. 타이완은 일찍이 중국과의 국경봉쇄를 서둘러 단행한 바 있다. SARS에 의한 피해가 심각했기에 이와 유사한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아 정부주도의 강력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나라의 부총통과 보건부 수장은 모두 의료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싱가포르나 타이완, 그리고 홍콩의 사례를 보면 이들 세 나라의 전염병 대책의 비결은 전염병 발생에 대한 면밀한 사전 대비책의 확보와 발병 직후 철저히 준비된 시나리오에 의하여 방역대책이 즉각적으로 작동하도록 체제구축을 시행한 것과 전쟁물자 비축에 준하는 개념의 방역물자비축, 조기 국경봉쇄의 실시로 전염병 유행과 확산의 흐름을 통제하고 조절하면서 국가 안전망을 확보한 것으로 헤아려볼 수 있겠다. 이들 국가의 의료체계가 전염병 환자를 시간적으로 충분히 소화시킬 수 있도록 움직인 핵심 3가지 요소가 진정한 국제적 방역 리더들이 보여준 세계 최고의 방역에 대한 성공 요인으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 초기 갈팡질팡 환자 폭증 후 세계 방역 상대평가로 자화자찬에 열중

2005년 SARS 대처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이들 나라를 보면서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는 2008년 메르스 이후 약간의 변화는 있었으나 초기에 우왕좌왕했던 전염병 대처의 모습과 물자비축의 문제로 인한 의료인 보호의 문제,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경봉쇄에 대한 지지를 하지 않은 정치적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책으로 반추된다. 앞으로도 전염병 대응 시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대책이 반복해서 나올지 궁금하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연일 코로나바이러스 19의 대처가 세계가 인정하는 정부와 정치인의 공이라고 떠벌리는 속칭 철면피들을 지켜보면서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 분명히 많은 생명들이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될 현명한 정책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위신을 고려한 탓인지 무모한 도박과도 같은 국경개방으로 일관하여 현재 200명이 넘는 코로나 희생자를 우리는 허망하게 떠나보냈다. 가족으로서 임종은커녕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가슴 아픈 현실에서 곡소리도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것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코로나19 통곡의 시대이다. 이웃 나라의 아픔만 아픔이고, 비참한 주검 앞에 이겨내기 힘든 뼈아픈 슬픔과 아픔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의 상흔이란 말인가? 절망적이고 초상집 같은 상황에서 과연 우리 정부는 어떤 심정이기에 무엇을 근거로 세계 최고의 방역국가라는 자화자찬에 열중하고 떠벌리는지 상식적으로 그 속내와 셈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의료계나 정부,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사회적 신뢰의 획득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 것은 이번 정권의 성격장애 현상인 자기애적(Narcistic) 성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런 성향은 적절한 공감(Empathy)조차 할 줄 모르는 비정상적 증상이 동반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정권은 아마도 국민들이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난리를 겪지 않는 것이 모두 자신들의 적절한 대응 덕택이라는 심각한 자기모순의 자화자찬이 주 논리인 듯하다. 따라서 일선에서 수고하는 의료인이나 공무원, 그리고 보이지 않게 묵묵히 피땀 흘리는 방역 관계자에 대한 공감은 뒷전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생을 마감한 분들과 유족들에 대한 애도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애를 쓰고 있는 관계자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못해 하는 순수치 않은 어색함마저 묻어난다.

비참한 통곡의 시대 정부측 진일보한 백색선전 진실에 복면 기만 홍보로 나팔

코로나19 대처를 중심으로 정권은 여러 가지 정부 주도의 백색선전을 펼치고 이런 선전이 국민들에게 먹혀 들어가는 듯이 보인다. ‘백색선전(White Propaganda)’이란 뉴스의 진원지를 밝히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백색선전은 그 기원이나 본성을 숨기지 않는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선전이며, 반대의 원인을 불신하기 위해 기원을 위장하는 검은 선전과는 구별된다. 흑색선전은 거짓 정보로 일방적인 주장이나 표현을 사용한다. 정부라는 공권력을 사용하여 주도하는 선전은 일단 백색선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선전 내용이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시키고 있어 실제 그 속성은 교묘한 흑색선전인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보면, 정부가 내는 메시지는 대개 믿으려 하는 것이 국민의 속성이기도 하다. 이런 국민정서를 악용하여 진실을 묘하게 틀어 의도한 그릇된 정보를 백색선전에 사용한다. 오보(misinformation)는 의도되지 않은 실수의 결과이고, 그릇된 정보인 역정보(disinformation)는 의도적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정권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방역국이라는 주제 설정 후에 이를 증명하려는 연속적인 그릇된 역정보로 국민의 판단력에 매우 위험한 가림 막을 설치하는 것으로 재해석된다.

우리나라의 진단시약이 우수하여 미국의 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에 이의 제기하자 외교부는 한술 더 떠 실제로는 ‘잠정적(Interim) 허가’라며 FDA에 있지도 않은 승인 절차를 들먹이며 사실이라고 응수한다. 현재 FDA 홈페이지 상에 허가를 득한 20개 업체 리스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업체는 하나도 없다. UAE에 진단키트를 수출했다는 거짓도 사실처럼 위장하여 언론에 흘렸다. 무엇이 정부를 급하게 했는지, 신중히 처리되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우선 지르고 보는 식이다. 저개발국의 지도자들이 우리 정부의 선방 대응을 칭찬한다는 ‘미담 발굴’에도 매우 열성적이고 부지런한 모습이다. 정부가 진원인 뉴스는 가장 교묘하고 위험하며 악질적이다. 국민 모두를 ‘우물 안 개구리’ 수준으로 취급하려고 작심한 듯하다. 신 사대주의나 친 중국정책이 주가 되어서인지 우리나라 정권도 친 중국이 보여주는 진실 감추기나 사실 왜곡하기에 매우 능해 보인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말을 어찌 그리 상황에 맞게 절묘하게 잘 활용하는지 정권의 기만적 홍보에 어안이 다 벙벙하다.

총선 겨냥 득표 주판알 튕기다 전문가 홀대 세계 최고 인포데믹국 오명 남길 듯

국경을 개방하고도 가장 잘 대처했다는 정권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제는 그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전자 발찌와 팔찌를 자가 격리에 적용하려고 한다. 국경 개방 정책을 고수하는 것이 중대한 실책이 아닌 지도자가 내린 자랑스러운 결단임을 증명하기 위하여 아니면, 더욱 진솔히 표현하여 정권 재창출을 위해 국민에 대한 인권침해와 의료기관 형사처벌 운운하며 겁박한다. 성격장애 정권은 보건의료산업의 성장과 공로를 자신들의 정치적 치적으로 둔갑시키고 의료인의 피와 땀을 파렴치하고 뻔뻔하게 자신들의 공로로 끌어다 쓰고 있다. 어찌하여 진단키트를 개발한 것이 현 정부와 정치권의 치적이란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이제 무엇이든 좋은 일은 정권의 치적이나 지도자의 업적으로 삼고 있어 자화자찬의 정치적 역량은 곧 북한도 뛰어 넘을 태세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병이 있으면 자랑하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자랑이 병인 경우 마땅한 치료제도 없고 처방이 불가하여 치료는 정말로 난감해 보인다. 어느 틈에 대한민국은 ‘인포데믹 국가’의 높은 반열에 올라 정상궤도를 향해 순항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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