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파주 연세송내과 송대훈 원장
전담 인력 20명 재택의료센터 운영 성공
"방문진료도 수익 내며 재밌게 할 수 있다"
제도적 진입 장벽 낮추는 노력도 필요
방문진료 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말들이 있다. 어렵다. 힘들다. 안 된다 등등. '신념' 있는 의사가 '희생'하고 '고생'해야 할 수 있는 의료, 그게 한국의 방문진료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반기를 든 이들이 나오고 있다. 방문진료 "해 봤자 돈 못 벌고 힘들기만 하다"고 "겁부터 줘서 하는 사람 힘 빠지고 해보려는 사람 밀어내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시 연세송내과 송대훈 원장(내과 전문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방문진료를 전담하는 재택의료센터를 운영하는 송 원장은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아예 "방문진료를 해서 돈 좀 벌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접 '계산기 두드리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시작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책정한 방문진료 수가는 12만6,900원(방문진료료Ⅰ)이다. 간호사가 함께하면 3만5,000원을 더 받는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인 송내과는 방문진료 건당 16만1,900원을 받는다.
이날 오후 송 원장 팀이 총 5곳을 돌았으니 오후 진료로 80만9,500원을 번 셈이다. 초진료를 1만6,000원으로 잡으면 환자 50명이 진료실을 찾아야 한다. 송 원장은 "단순 계산이라지만 외래진료에 비해 방문진료는 절대 돈 못 벌고 손해밖에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다.
한 달 1~2건에서 '돈 좀 버는' 병원으로…방문진료 전담만 20명
방문진료로도 "돈 좀 벌 수 있다"는 사실은 송내과 규모만 봐도 알 수 있다. 송내과는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32명이 일하고 있다. 방문진료를 전담하는 재택의료센터만 20명이다. 정부가 지정한 전국 28개 재택의료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 2019년 가정간호센터를 열고 방문진료를 시작한 이래 퇴사자는 한 명도 없다. 본인 월급은 안 나와도 "간호사, 사회복지사 줄 월급은 벌겠다"는 송 원장의 희생정신(?)과 재택의료를 "재밌게 또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찾아온 이들이 함께 만든 성과다.
처음 시작하고 1년은 수입이 아예 없는 것도 각오했다. '요즘도 왕진 의사가 있느냐'고 생소해하는 환자들에게 방문진료를 알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한 달에 한두 건 있는 게 고작이었다. 송 원장은 "그래도 처음 장애인 주치의할 때는 1년 동안 환자가 1명이었다"고 했다.
방문진료로 사회복지사 1명과 간호사 1명 월급을 줄 만큼 버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 '와달라'는 부탁은 마다하지 않았다. 밤 10시에 동네 골목길을 헤매기도 했다. "의사는 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환자는 집으로 찾아오는 의사가 있는지 몰라서" 서로 만나지 못하는 건 모든 방문진료 의료기관이 맞닥뜨리는 현실이다. 송 원장도 "남들이 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늦으니 의사인 내가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발품을 팔았다.
4년이 지난 지금 송내과는 성공한 방문진료 의료기관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으로 의사 2명이 매달 120건씩 왕진을 다닌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으로 송내과에 등록한 환자는 120명이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으로 중증 장애인 210명을 관리하고 있다. 이외에 파주시 차원에서 진행하는 재택의료 관련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병원 혼자 방문진료 책임 못 져…더 많은 참여로 생태계 만들어야
한계는 있다. 매출의 한계나 인력의 한계보다 방문진료 생태계 자체 문제다. 지자체가 방문진료 사업에 의욕적이고 송내과가 방문진료 전담 인력을 아무리 늘려도 집안에 갇힌 환자 모두를 돌볼 수는 없다.
송내과는 파주시 중증장애인 인구 6,000명 가운데 거동 불편으로 외래 진료가 어려운 환자가 약 3,000명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파주시에 송내과 같은 방문진료 의료기관이 5곳이 생겨도 여전히 절반 넘는 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못한 채 집안에 방치된다. "방문진료 하는 의사도, 병원도 더 많아져야 한다".
송내과가 '라이벌'을 환영하는 이유다. 방문진료 하는 의사가 늘면 방문진료를 받는 환자도 늘어난다. 송 원장은 개원을 준비하는 후배 의사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포화인 개원 시장에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이들에게 방문진료는 "블루오션이자 무궁무진한 기회"라고 했다. 방문진료 의료기관 운영 노하우를 얻기 위해 연세송내과를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송내과 성공 사례와 신선한 개원 아이디어라는 매력에만 기댈 수 없다. 사회가 원하고 정부가 그리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실현에는 송내과처럼 전담 인력이 조직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의료기관도 필요하지만 단골 환자 전화 한 통에 왕진 가방을 꾸려 진료실을 나서는 동네 의사도 있어야 한다.
이들이 방문진료에 더 쉽게 참여하도록 송 원장은 "방문진료 의료기관으로 등록하는 순간부터 일종의 '진입 지원비'를 줘야 한다"고 했다. 수가를 세분화해 의료진과 의료기관 형편에 따라 다양한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방문진료료 수가 자체는 낮지만(약 8만원) 가산 수가가 다양하다. 영세 의원끼리 연합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여기 더해 일종의 지역차등수가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모든 지역의 방문진료 수요가 같지 않고 지자체마다 사업 내용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 지역별 특성을 조율하지 않으면 "방문진료에서도 지역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벌' 환영…"더 많은 이들 방문진료 참여하길"
송내과가 파주에서 방문진료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 지역사회에 자리 잡으면서 방문진료가 "정말 좋은 의료서비스이자 사업"이라는 생각도 단단해졌다. 송 원장은 지금이 분기점이라고 했다. 앞으로 24시간 방문진료 온콜 서비스와 재택완화의료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를 채용하고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업도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이다. 그러려면 "신규 직원 뽑아서 월급 줄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송 원장은 "방문진료 힘들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그만할 때다. 특별한 신념과 희생이 있어야 한다고 진입 장벽만 높여도 안 된다"면서 "진료실 밖에 나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여기에 돈도 벌면서 얼마든지 재밌게 일할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이 방문진료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
- 기대만큼 효과 입증한 방문진료…입원 줄고 의료비도 감소
- 만년 시범사업 중인 재택의료…'미친 의사'만 하지 않으려면?
- '의사 없어 환자도 없는' 재택의료 뫼비우스 띠 끊는 서울대병원
- [재택의료 현장을 가다③] 진료실에선 할 수 없는 치료도 있다
- 초고령 사회 노인을 위한 ‘왕진가방’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 [창간특집] 의사도 환자도 서로 못 찾는 '방문진료' 현실
- [창간특집] 고독한 일본 방문진료 현장 벽 넘어설 힘은?
- [창간특집] 노벨상 항암물질 발견자가 재택의료 뛰어든 이유
- [창간특집]연매출 1000억? 동네의원도 반기는 재택의료 프랜차이즈
- [창간특집] 2025년이 두려운 일본, 재택의료에서 길을 찾다
- 미국 1위 재택의료 기업이 척박한 한국 시장 도전한 이유
- 국내 최초 재택의료학회가 '비즈니스' 강조하는 이유
- "돌봄과 방문의료, 정권 바뀌었다고 중단할 문제 아니다"
- "통합노인돌봄 위해선 ‘요양병원’을 장기요양보험체계로 이전해야"
- '병원 밖 병원'에서 반찬 배달하고 경로당 돌며 찾은 환자들
- [기고] 나는 ‘왕진의사’입니다
- '병원 빼고' 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이대로 잘 될까
- [기고] 초고령 사회 의료-요양-돌봄 "민간이 간다"
- '통합돌봄'하려고 모였는데 '따로 노는' 방문진료 현장
- 방문진료 시범사업 의원보다 한의원 참여율 높아
- 내일 첫 방문진료 앞둔 의사 위해…'어벤저스' 뭉친다
- 방문진료·재택의료 안하는 이유? "외래 수익보다 낮아서”
- 재택의료 시범사업 '우후죽순'…정작 법적 근거는 미약
- 일본 재택의료는 어떻게 '쇠락하는 사회'를 지탱하고 있나
- 뿔뿔이 흩어진 방문간호 현실…'지원센터'가 해결사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