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야다홈헬스케어 마크 바야다 회장
'재택의료 당연한 시대' 목표…"경험·비전 나누겠다"

미국 최대 홈헬스케어(재택의료) 기업인 바야다홈헬스케어(BAYADA Home Health Care)는 27세 젊은이의 '단돈' 1만6,000달러(약 2,100만원)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1만6,000달러로 업계 1위 기업을 일군 '성공 신화'만이 아니다. 창립자 마크 바야다(Mark Baiade) 회장이 "돌봐야 할 사람은 늘어나는데 돌볼 사람은 없고", "병원을 떠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미국 사회를 목격하고 재택의료 필요성에 눈 뜬 건 48년 전인 1975년이다. 2023년 현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놀랍도록 흡사하다.

바야다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1975년 미국 전체 의료비 지출에서 재택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었다. 지금은 3%로 2배 확대됐다. 재택의료 사업도 전문화와 세분화를 거치며 성숙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의 평균 입원 일수도 13~14일에서 5일 이하로 줄었다.

반면 한국은 이제 막 재택의료가 첫발을 뗀 상태다. 한국 고령화 속도는 바야다가 있는 미국은 물론 '장수대국' 일본을 앞질러 전 세계 최고다. 입원 일수는 지난 2020년 기준 19.1일로 일본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정부는 재택의료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은 시범사업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재택의료 서비스 공급자는 곳곳에서 홀로 분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재택의료 전문 기업과 한국 첫 재택의료 전문 학회가 손잡는 것은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른다. 바야다는 지난 2일 출범한 대한재택의료학회와 손잡고 한국 재택의료 서비스 발전 방안 모색에 나섰다. 학회 창립에 맞춰 한국을 찾은 바야다 회장도 그간 경험과 비전을 공유했다.

지난 3일 청년의사와 만난 마크 바야다 '바야다홈헬스케어' 회장은 한국에서 재택의료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바야다의 경험과 비전을 적극 공유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지난 3일 청년의사와 만난 마크 바야다 '바야다홈헬스케어' 회장은 한국에서 재택의료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바야다의 경험과 비전을 적극 공유하겠다고 했다(ⓒ청년의사).

지난 3일 바야다코리아 본사에서 청년의사와 만난 바야다 회장은 전 세계 8개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모두 '공감(Compassion)·탁월함(Excellence)·신뢰(Reliability)'를 바탕으로 한다고 했다. 이런 '바야다 웨이(THE BAYADA Way)'는 바야다코리아 김영민 대표가 재택의료 사업에 도전할 길이 돼줬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 대표는 "모든 사람이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케어받도록 돕는다"는 목표에 공감했다고 했다.

김 대표의 제안으로 한국 재택의료 시장에 진출한 바야다는 재택의료학회와 협업은 물론 사업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한국은 핵가족화와 고령화 등 사회 변화 양상이 미국과 유사하면서 광범위하고 정교한 지불체계를 갖췄다. 재택의료 서비스 공급을 받칠 만큼 경제 수준도 높다. 무엇보다 병원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터전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은 건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다. 바야다 회장은 우수한 서비스로 이런 욕구에 부응하고 한국 의료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야다 회장도 현재 한국 재택의료가 "미국 재택의료 시장보다 도전적인 환경"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재택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기에는 지불체계 한계가 뚜렷하다. 미국 바야다 본사가 어린이 재택의료 서비스를 내세울 정도로 전연령 대상 의료·돌봄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한국 바야다는 아직까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돌봄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택의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돌봄 수요를 소화하고 치솟는 의료비용을 낮추려면 병원의 기능을 지역사회나 집으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재택의료는 이런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 열쇠다.

재택의료학회장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이건세 교수도 앞서 청년의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이 중심인 의료 흐름을 재택의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국내 최초 재택의료학회가 '비즈니스' 강조하는 이유).

문제는 이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다. 한국은 여기에 "얼마나 빨리 만들어내느냐"는 과제까지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후기 고령자(75세 이상)가 되는 2030년을 분수령으로 보지만 지금 정부 정책 기조에서는 어려울 거라는 게 중론이다. 이건세 교수는 지난 2일 학회 창립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몇 단계는 바로 뛰어넘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했다.

바야다 회장은 이런 우려를 이해하지만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기존 흐름을 단기간 바꾸려는 무리한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와 보험자의 인식과 결정 절차는 민간보다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제도를 둘러싼 주체 모두가 "함께 방향성을 설정하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주체 모두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 재택의료학회와 바야다의 역할이라고 했다.

"제도나 사업에 '빨리가기'란 불가능하다. 사회가 사업의 목표와 성격을 공유하고 이를 수행할 인원을 선발해 교육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뎌도 제대로 이뤄나가겠다(grew slowly but surely)'는 마음가짐 없이 수천, 수만명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앞으로 수백만,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할 재택의료는 말할 나위 없다."

다만 미국과 독일이 지불체계를 개선하고 관련 법령을 제정한 것처럼 선제적인 법제도 정비가 재택의료 활성화를 다소 앞당길 수는 있다고 했다. 앞으로 바야다도 한국에서 재택의료학회와 함께 재택의료 네트워크를 수립하고 사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작은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정책 변화로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택의료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단 2~3년 안이라도 상당한 성과를 올릴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바야다는 여기서 더 나아가 "모든 가정이 '바야다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재택의료 서비스가 당연한 사회"를 그리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의무교육이나 국가예방접종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재택의료도 마찬가지다. 이제 모든 아이가 마땅히 교육받고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처럼 누구나 살고 있는 집에서 의료와 돌봄을 받는 게 당연한 시대가 온다. 그게 바야다가 그리는 재택의료의 미래다. 바야다의 비전과 경험이 한국에도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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