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우 공공부원장
직군 아우른 이론·실습으로 "재택의료 역량 강화"
"초고령사회 대비 위해 교육병원 역할 다하겠다"

한국은 "집집마다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가 사는" 초고령사회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라는 경고만으로 부족하다. 이제는 "누군가 현장에 나가야 할 때"다. 그만큼 재택의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목소리에 부응해 재택의료 '어벤저스'가 한 자리에 모인다. 재택의료 개념부터 알고 싶은 이들은 물론 내일 당장 첫 방문진료를 앞둔 의료진을 위해 방문진료 전문의원들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손잡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오는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재택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하반기 '재택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차 의료기관 의료진부터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까지 재택의료를 하고 싶고, 하고 있는 이들이 대상이다.

프로그램은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직군별로 진행한다. 재택의료 참여 직군을 포괄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론 국내에서 첫 번째 사례다. 지난 4월 상반기 교육이 큰 호응을 일으켜 이번 하반기에는 교육 규모를 확대했다.

특히 하반기에 신설한 의사 재택의료 프로그램에는 실제 방문진료 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국내 첫 방문진료 전문 의원으로 재택의료 중요성을 알린 건강의 집 김창오 원장과 방문진료를 전담하는 재택의료센터를 세우고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한 파주 연세송내과 송대훈 원장도 강사로 나서 방문진료에 도전하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실전 능력을 전수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앞으로 재택의료 교육병원으로서 재택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표준화된 재택의료 교육 프로토콜 마련에도 힘쓸 계획이다. 청년의사는 지난 16일 재택의료 지원센터를 총괄하는 김태우 공공부원장(안과)을 만나 재택의료 교육 사업의 중요성과 앞으로 방향성을 들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우 공공부원장은 교육병원으로서 재택의료 현장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우 공공부원장은 교육병원으로서 재택의료 현장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 분당서울대병원이 재택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는.

재택의료 이론을 다루는 교육도 있지만 우리는 '실전'에 초점을 맞췄다. 방문진료를 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가서 하는 건 참 다른 문제다. 막상 집안에 들어서서 환자를 마주했을 때 마치 진료실처럼 능숙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환자를 어떻게 응대하고 라포(rapport)를 쌓고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지, 의사로서 너무나 당연하던 부분도 환자의 집에 앉아있으면 새롭고 난감한 일이 될 수 있다. 또 거주 환경을 둘러보고 지자체나 복지 시설과 연계해 일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우리는 이 지점을 주목했다.

- 강사 라인업이 화려하다. 재택의료에 조금만 관심 있어도 한 번씩 들어본 이름들이다. 재택의료의 '어벤저스'라고 부를 만한데.

책임자인 이혜진 교수가 워낙 마당발이라 가능한 라인업이다(웃음). 실제 재택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아 밀도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방문진료를 시작한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부터 실습까지 함께 다룬다. 재택의료에 참여하는 다직종에 걸쳐 실습까지 아우르는 교육 방식은 현재로선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한 것으로 안다.

- 분당서울대병원이 재택의료 분야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뭔가.
사실 재택의료는 대학병원이 하기 어렵다. 더 솔직히 말하면 병원으로 몰려오는 환자 보기도 바쁘다. 병원 밖으로 나갈 시간이 없다. 진료기관으로서 재택의료에 접근하기보다 교육병원으로서 병원 밖 재택의료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기여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 어떤 모델이 바람직하고 올바른 접근이 무엇인가 제시하는 차원에서 선험적으로 현장을 찾고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으로 다루진 않는다. 우리 목표는 진료가 아니라 재택의료 교육 시스템의 확장이다.

- 교육 시스템 확장에 인증이나 자격 사업도 포함되나.

인증이나 자격 사업은 분당서울대병원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또 그 수준까지 나가는 건 성급하게 느껴진다. 다만 인증까지 가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교육 이수나 자격 요건 마련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민간 영역에서 재택의료를 이끌어가려면 수익 사업이 돼야 한다. 그러나 재택의료는 좀 더 공공에 대한 인식 속에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재택의료 주요 대상이 독거노인이나 경제·사회적 소외계층인 만큼 균형 잡힌 접근이 더 중요하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재택의료 참여자에게 기본적인 이수 과정을 거쳐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은 검토해 볼만하다.

- 교육 외에 재택의료 분야에서 대학병원 역할이 더 있다면.

재택의료를 이끌어가는 건 일차 의료기관이 될 텐데 여기서 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재택의료의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일본을 예로 들면 이제 치과 치료도 방문진료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방문진료를 위한 의료장비 개량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이런 치과 장비 개량이나 방문진료 환경에 맞춘 재활 프로그램 구성은 의사 개인이 하기 어렵다. 대학병원 역할이 여기 있다고 본다. 재택의료가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시험하고 누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하고 전파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표준화라고 부를 수 있겠다. 물론 분당서울대병원이 혼자 다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 할 수도 없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서로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만들어 가야 한다.

일차 의료기관이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응급 환자나 중증 환자 연계 진료도 대학병원 역할이다. 이런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원활하게 작동할지 고민도 많다.

- 안과 전문의다. 재택의료에서 안과 분야 전망은?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안과도 재택의료 역량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검사 장비가 소형화되면서 검진이나 안구건조증처럼 간단한 치료는 방문진료도 충분히 가능하다. 앞으로 장비가 조금만 더 발달하면 당뇨망막증이나 녹내장, 황반변성도 방문진료가 가능해지리라 보고 있다.

사실 안과야말로 재택의료 발전이 절실한 분야다. 시력이 제한된 환자는 누군가 돕지 않으면 혼자 병원을 방문할 수 없다. 재택의료 한 부문으로서 안과도 더 많은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때다.

- '재택의료 교육병원'으로서 분당서울대병원 목표는 뭔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사회안전망이자 선진국에 걸맞은 의료 시스템 구축은 당연한 책무다. 분당서울대병원을 찾는 환자는 물론 분당서울대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 역시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일조하고자 한다.

환자 누구나 병원에 오지 않아도 좋은 의료 환경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병원에 오지 않아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의료 문제를 방지하는 것 역시 우리 목표다. 문제가 터졌을 때 뒤늦게 쫓아가면 안 된다. 미리 훌륭한 인력을 양성하고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는 현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초고령사회를 혼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 준비 과정에 기여하겠다.

- 마지막으로 이번 재택의료 교육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한 마디.

분당서울대병원 프로그램은 다가오는 재택의료 수요에 대비하고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여러 참여자가 함께 하는 현장을 만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뒀다. 단순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같이 준비해 나가는 시간으로 꾸몄다. 재택의료에 관심이 있고 함께 하고자 하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한다.

재택의료 역량 강화를 위한 '2023 하반기 분당서울대병원 재택의료 교육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온라인 사전등록 폼(forms.gle/EivxzPkwoEzfoYKd6)을 통해 받는다. 문의사항은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팀 공공부문(031-787-1143, lovecha1004@snubh.org)으로 연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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