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부터 재택의료 이론·실습 기회 마련…전임의 과정도 시작
"교육병원 재택의료지원센터 설치해 인력 양성 표준화 교육해야"

재택의료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재택의료 종사자는 턱없이 부족해 제도 활성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재택의료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재택의료 종사자는 턱없이 부족해 제도 활성화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왔다(사진 출처: 게티이미지).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재택의료 역할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지만 공급 부족에 수요마저 가물 지경이다. 현장은 재택의료가 활성화되려면 결국 '재택의료를 하는 의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재택의료 의사를 늘리는 법은 두 가지다.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에게 새로 재택의료를 가르치거나 처음부터 재택의료 전문 의사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다 하는 병원이 있다. 서울대병원이다.

서울의대가 의대 최초로 교육과정에 재택의료를 도입한 지난 2020년, 서울대병원은 공공진료센터에 통합케어클리닉을 설치하고 재택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2021년에는 재택의료 전임의 과정도 개설했다. 재택의료를 배우고자 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전문의들이 공공진료센터에서 실습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있다.

이런 모델은 지금으로선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그러나 전국 교육병원이 재택의료 학습 시설을 만들고 지역사회 재택의료 인프라와 협력하면 "의사가 없어서 환자가 없고, 환자가 없어서 의사가 없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이같은 모델은 지난 30일 대한병원협회가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The 13th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2(KHC 2022)’에서 제안됐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에서 재택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이선영 교수(응급의학과)는 재택의료 교육·수련 사례를 들면서 재택의료 의사 양성 중요성을 피력했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는 교육병원에 재택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재택의료 표준교육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청년의사).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는 교육병원에 재택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이론과 실습을 결합한 재택의료 표준교육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청년의사).

이 교수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형국이다. 재택의료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재택의료를 할 사람이 없다. 할 사람이 없으니까 재택의료가 잘 안된다. 재택의료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갓 수련을 마친 의사나 개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 사이에서 재택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조차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누가 재택의료 의사인지 정의도 자격 요건도 없다. 의료법이나 관련 학회가 정의한 전문의나 세부·분과 전문의 제도도 부재하다고 했다. 따라서 정확한 인력 통계와 재택의료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운영 중인 재택의료 서비스와 정부 사업 참여기관으로 어림짐작할 뿐이다. 이 교수는 현재 재택의료 의사가 1,000명 정도라고 봤다. 그동안 강조된 재택의료 중요성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이 교수는 "재택의료가 중요하다면서 활성화될 만큼 충분한 인력은 없다. 재택의료 의사에 대한 정의가 없으니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규정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재택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대는 지난 2020년부터 의학과(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재택의료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와 연계해 방문진료나 방문간호, 왕진 등을 하고 있는 재택의료기관에서 실습도 진행한다. 서울의대 교육병원인 서울대병원은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공공진료센터에 파견해 재택의료팀과 함께 수련하도록 했다. 지난해 재택의료 전임의 과정도 시작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처럼 전국 교육병원이 재택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교육 수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 교육병원에 '재택의료지원센터'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사회에서 재택의료를 희망하는 의사에게 연수 교육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역 교육병원 재택의료지원센터가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보건복지부 재택의료센터와 연계해 현장에서 실습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재택의료센터는 지역 내 포괄적인 의료·돌봄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12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 교수는 "서울대병원 모델은 앞으로 재택의료를 할 의사를 키워내는 과정이다. 업무에 투입되려면 5~10년이 걸린다. 지금 당장 필요한 재택의료 인력을 확보하려면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에게 재택의료 연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병원 재택의료지원센터가 이론 교육을 제공하고 지역별로 지정된 재택의료센터와 연계해 진료 실습하면 이론과 실습을 합한 표준화된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다"면서 "재택의료 종사자 규정을 마련하고 의사를 양성하는 동시에 실제 활동 기반을 만들어 재택의료를 가둔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