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조한경씨는 현대의학의 암 치료가 실패했다고 진단합니다. 환자들에게 현대의학의 암 표준치료만을 맹목적으로 좇을 것이 아니라 치료 결정의 선택권을 가지라고 합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한방치료, 대체의학, 민간치료 등입니다(환자혁명, 252~254p).

병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하는 환자의 마음은 이해합니다.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암 표준치료를 거부할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책을 읽고 현대의학적 치료를 거부하고 저자가 권하는 대로 따른다면 매우 위험합니다. 스스로 생명을 단축시키거나, 완치 가능한 암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중대한 주제인 만큼 3회에 걸쳐 저자가 진실을 어떻게 교묘하게 왜곡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암과의 전쟁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통계를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합니다. 치료 성과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절대생존율' 대신, 치료 효과를 과장하는 '비교생존율'이란 개념을 사용한다는 거죠. 미안하지만 비교생존율이란 용어는 없습니다. 보나마나 용어 가지고 시비를 건다고 트집을 잡겠지만, 용어는 모든 공부의 시작입니다. 강연도 아니고 책에 잘못된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의학에 얼마나 무지한가를 나타내는 증거입니다. 또한 학계에서는 절대생존율이라는 지표를 따로 쓰지 않습니다. 저자가 절대생존율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관찰생존율이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비교생존율이라는 정체불명의 용어 대신, 정식 용어인 상대생존율이란 용어를 쓰겠습니다. 절대생존율은 관찰생존율이라고 해야 하지만, 틀린 용어는 아니니 이해를 돕기 위해 그냥 절대생존율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됩니다.

암 5년 절대생존율 29% : 암 환자 100명 중 29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
암 5년 상대생존율 90% : 일반인이 5년 간 100명 생존할 동안 암환자는 90명 생존한다.

저자는 상대생존율의 맹점을 이렇게 비판합니다. “비교생존율의 문제는 국민들의 건강 상태가 갈수록 나빠져서 다른 이유로 죽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암 환자 생존율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암 환자 생존율이 동반 상승했다. 절대 숫자가 아닌 비율이기 때문이다. 뭐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다 있나 싶겠지만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환자혁명, 269p)

자기가 공부를 안 해서 못 알아들으면 음모다, 어이없다고 하는 건 이 양반의 특기지요. 우리나라 사망률 관련 자료를 봅시다. 언뜻 보면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계속 높아지는데(그래프1),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합니다. 그 밑으로 심장질환과 폐렴 사망자의 증가 추세도 보입니다(그래프2).

그래프1. (출처 : 국립암정보센터)
그래프2. (출처:통계청)

하지만 틀린 해석입니다. 저자는 암 상대생존율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심혈관질환 사망자가 늘어나면 분모가 작아지니 암 상대생존율은 증가한다는 거죠. 하지만 실제 암 상대생존율은 절대생존율/기대생존율X100(%)입니다. 좀 헛갈리니까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암환자도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수 있겠지요? 전체 인구의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올라가면 암환자의 절대생존율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 외부 요인을 보정하는 것이 바로 상대생존율입니다. 상대생존율을 계산해보면 저자가 우려하는 바로 그 문제, 즉 ‘다른 이유로 죽는 사람들 때문에 암 생존율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나라가 있습니다.

일반인의 5년 절대생존율은 90명/100명 x 100 (%) = 90%
암환자의 5년 절대생존율은 45명/100명 x 100 (%) = 45%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45명/90명 x 100 (%) = 50%가 됩니다.

이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 전체 인구의 80%가 사망했습니다. 암환자라고 덜 죽는 것은 아니니, 일반인과 암환자의 사망자 비율은 동일하다고 봅니다.

[전쟁 사망률 80%. 전쟁 생존율 20%]

일반인의 5년 절대생존율은 18명/100명 x 100 (%) = 18%
암환자의 5년 절대생존율은 9명/100명 x 100 (%) = 9%
암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명/18명 x 100 (%) = 50% 입니다.

전쟁이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절대생존율은 변했습니다. 일반인의 절대생존율은 90%에서 18%로 떨어졌고, 암환자의 절대생존율은 45%에서 9%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상대생존율은 50%로 차이가 없습니다. 상대생존율이 음모라는 저자에게 묻습니다. 어느 쪽이 암환자의 생존율을 더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까?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사망률 상승과 암환자의 상대생존율 상승은 통계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저자가 통계를 묘하게 해석하여(또는 통계에 무지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겁니다. 그럼 5년 상대생존율은 올라가는데 암 사망자 수는 왜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느냐고요? 그건 암 발생자가 늘기 때문입니다(참고자료1).

정답률 30%인 기계 A가 10번 검사를 하면 7번 틀립니다. 정답률 90%인 기계 B가 100번 검사를 하면 10번 틀립니다. 그런데 조한경씨는 기계 A는 7번 틀리고, 기계 B는 10번 틀렸으니 기계 B는 쓸모 없다고 합니다. 수치와 비율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요. 참 똑똑하지요? 게다가 그걸 책으로까지 써냅니다. 원래 저렇게까지 똑똑하면 용감해지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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