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가장 많은 질환 중 하나입니다. 고혈압이 무서운 것은 혈압이 높다는 것 자체보다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질환, 말초혈관질환 등 합병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혈압이 어느 정도 이상일 때 이런 합병증이 많아진다고 밝혀지면, 혈압을 그 아래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라고 정의하지만 최근 130/80mmHg 까지 낮춰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고혈압은 환경적인 원인과 유전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합니다. 우선 혈압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환경적인 원인으로는 대개 영양 상태가 좋아질수록 고혈압도 늘어납니다. 비만과 소금 섭취 증가, 칼륨과 칼슘 섭취 감소 등도 혈압을 상승시키며, 음주와 정신 사회적 스트레스, 운동 부족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연히 혈압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함께 늘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역류성 식도염과 치매, 관절염이다. 모두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질환들이다. 반면, 혈압약을 통해 예방하고자 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은 줄지 않았다.” (환자혁명 p.170)

<환자혁명>은 혈압약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수많은 혈압약이 개발되는 데도 고혈압 환자가 늘어난다는 거죠. 하지만 고혈압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 환경적인 변화로 인한 것이지, 혈압약이 많이 개발되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고혈압 관련 심혈관 질환의 사망률이 국가별 경제 수준의 차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 환경적인 차이가 고혈압 등의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지요.

Figure 1 7개의 경제 지역에서 전체 인구와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출처:Harrison internal medicine 19thEd. p266e-3)

고혈압 치료의 중요성

많은 임상연구를 통해 고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을 10-12mmHg, 이완기 혈압을 5-6mmHg 낮추면 치료 시작 후 5년 이내에 뇌졸중 위험이 35~40%, 심혈관 질환 위험이 12~16% 감소한다고 입증되었습니다. 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므로 130/80mmHg 이상에 도달하면 고혈압 전단계로 규정하고 이때부터 고혈압 예방을 위해 식습관이나 체중을 조절하는 등 생활습관의 변화를 강조합니다. 140/90mmHg가 넘으면 정의상 고혈압이 됩니다. 이때는 약물 치료를 시도하는데, 이것은 체중 조절이나 생활습관의 변화에 비해 혈압을 쉽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법에 따른 혈압 조절 효과를 정리한 표입니다(참고문헌1).

현대의학에서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생활습관도 교정하고, 혈압약도 사용합니다. 다만, 효과가 훨씬 빠르고 확실하므로 혈압약을 강조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고혈압은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원인이 존재하고, 그 원인만 제거하면 쉽게 혈압을 낮출 수 있다.” (환자혁명 p.163)

“고혈압 환자의 95%는 1차성 고혈압이다. 나머지 소수의 사람들은 2차성 고혈압을 앓고 있다.(중략)반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해당되는 1차성 고혈압은 별 이유없이 혈압이 오르는 증상을 말한다.” (환자혁명 p.167)

<환자혁명> 같은 유사 과학의 문제는 현대 의학의 합리적인 부분까지 무리하게 공격하려다 보니 병태 생리와 치료까지 왜곡한다는 겁니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위 두 가지 구절을 봅시다. 같은 사람이 쓴 것인가 할 정도로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뻔한 사실을 왜곡하려다 보니 앞에서는 명확히 원인이 존재해서 원인만 제거하면 혈압을 쉽게 낮출 수 있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원인이 없는 경우가 다수라고 합니다. 본인은 무슨 말인지 알까요?

현대의학은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환자혁명>처럼 혈압약의 효과를 무시하고 부작용을 과장하면서 지나치게 생활습관 교정을 강조하면 위험합니다. 생활습관을 누구나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하루 아침에 바꿀 수도 없습니다. 바꾼다고 해도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다시 혈압이 올라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집니다.

생활습관이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몇 가지 원인이 밝혀져 있습니다. 혈압약은 바로 그 원인들을 제거하거나 조절해줍니다. 혈압만 내릴 게 아니라 원인을 교정해야 한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원인 제거에 매달리다가 합병증이 생기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습니다. 약이 싫더라도 우선 약을 복용하여 혈압을 낮추어 놓고, 생활습관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

많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혈압 조절 목표도 변합니다. 현재는 특별한 동반 질환이 없다면 140/90mmHg 이하, 당뇨나 신장 질환이 있다면 130/80mmHg 이하로 조절해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령에서는 기립성 저혈압이 생겨 어지러운 경우가 많으므로 혈압을 서서히 조절하고, 목표 혈압도 조금 여유 있게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목표 혈압도 한때는 160/90mmHg이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를 통해 그 정도로는 합병증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현재의 기준이 마련된 것입니다.

<환자혁명>에서는 이런 목표가 혈압을 과도하게 조절한 것으로 오히려 치매를 유발한다고 하지만, 이 부분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 이미 논쟁이 끝난 부분입니다. 혈압을 조절하지 않으면 치매가 훨씬 많이 생깁니다(참고문헌2).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이 없다면 혈압약을 써도 뇌의 혈류는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혈압을 조절하면 치매가 생긴다는 건 도대체 어떤 근거로 주장하는지 궁금합니다.

혈압약을 사용하면서 생활습관을 교정하면 혈압약을 줄일 수 있고, 조절이 잘 되면 끊을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혈압 수치를 조절하는 것 자체가 합병증 예방에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 한 가지 방법을 무조건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기차와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합시다. 자전거는 친환경이지만 엄청나게 느리고, 사고가 나거나 지쳐 쓰러져 부산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기차는 약간의 비용이 들지만 안전하고 쾌적하며 빠르지요. 여러분은 자전거를 타실 건가요, 기차를 타실 건가요?

참고문헌
1. Harrison internal medicine 19thED
Chap.298 Hypertensive vascular disease
Chap.266e Epidemiology of cardiovascular disease
2. Rouch L. Antihypertensive drugs, prevention of cognitive decline and dementia: a systematic review of observational studies,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nd meta-analyses, with discussion of potential mechanisms.CNS Drugs. 2015 Feb;29(2):113-3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