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갑상선 질환은 크게 기능항진증과 기능저하증, 결절 정도로 나눠볼 수 있지만, 종류와 원인을 따지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환자혁명>은 복잡한 갑상선 질환을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병원에서는 갑상선 기능이 항진이면 내리려 하고, 저하일 때는 기능을 올리려 한다…그게 대증요법이 추구하는 ‘치료’다. 갑상선 질환도 마찬가지로 갑상선 호르몬의 정상적인 혈중 농도를 되찾는 데만 치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자혁명, 210p)

그리고 기능항진증에 비해 10배 많다는 기능저하증에 대한 대안으로 영양학적인 교정을 제시합니다. 정말 영양만 충분하면 병이 나을 수 있을까요? 다른 요인은 없을까요? 약은 먹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정말 영양만 충분하면 병이 나을 수 있을까?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요오드 결핍이 맞습니다. 세계적으로 절반이 넘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히 얘기하기에는 한 가지 큰 맹점이 있습니다. 요오드 섭취에 지역적, 환경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그림을 보면 요오드 결핍은 대개 툰드라나 사막 지대, 아열대 등 염분을 섭취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발생합니다. 이런 지역에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은 요오드 결핍입니다. 하지만 이 지역들을 빼고 생각하면 사정이 전혀 달라집니다.

미국 갑상선학회에서 발표한 갑상선저하증의 원인은 자가면역, 수술 후 절제, 방사선 치료, 선천성 저하증, 갑상선염, 약물(아미오다론, 리튬 등), 요오드 부족/과다, 뇌하수체 이상 등의 순서입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의 95%가 영양과 무관한 갑상선 자체의 문제입니다. 그 중 70-85%를 차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자가면역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입니다. 면역계에서 자기 몸의 갑상선을 이물질로 보고 공격해서 갑상선이 파괴되고 기능이 저하되는 병입니다.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갑상선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기능저하증을 일으킬 정도라면 요오드나 셀레늄, 구리를 아무리 먹어도 소용없습니다. 반드시 갑상선 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조한경씨, 사막에 삽니까? 유목민인가요? 한국인이 요오드나 셀레늄을 복용한다고 갑상선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웹페이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필요한 요오드 섭취량의 약 20배 정도를 섭취하고 있어 요오드 부족으로 인한 갑상선 질환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 질환 환자는 요오드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습니다.“

조한경씨, 멀쩡한 사람 잡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하세요. 한국에서 책이나 영양제를 팔려면 한국 실정 정도는 알아보고 얘기를 해야죠. 책을 회수해다가 아프리카나 중앙아시아에 팔든지요. 하긴 그곳 사람들은 무슨 죕니까. 폐기가 답이네요.

약은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갑상선 기능 저하가 의심될 경우 갑상선호르몬약을 처방받는데, 대부분 효과가 없다…이들 합성 호르몬제는 T4 갑상선호르몬이 주성분이다. T4 호르몬은 체내에서 T3로 전환되어야 한다…그런데 대부분 환자들의 경우 T4에서 T3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당연히 약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그럴 경우 의사는 처방약의 용량을 늘린다.” (환자혁명, 211-212p)

우리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은 T4 상태로 분비되어 T3로 전환됩니다. T3가 T4보다 대략 3배쯤 효과가 좋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T3를 만들지 왜 귀찮게 T4를 만들었다가 T3로 바꾸는 걸까요? 호르몬의 수명 때문에 그렇습니다. T3는 체내에서 길어야 2일 가지만 T4는 일주일 정도 유지되거든요.

조한경씨는 갑상선 질환에서 약물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번 볼까요? 합성호르몬제가 T4라는 말은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에서 실제로 그렇게 호르몬을 만들고 있으므로 T4를 주성분으로 약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T4가 T3로 전환되지 않는다고요? T4는 갑상선, 간, 콩팥에서 T3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는 갑상선이 손상되어도 전환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T4가 T3로 전환되는 과정에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지만 매우 드물지요. 평생 갑상선을 본 교수 한 분도 한 건도 보지 못했다고 할 정도입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는 사람이 T4를 복용할 때 자기에게 맞는 용량을 찾는 데 몇 개월 걸리는 수가 있습니다. 그동안은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전환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속여서 영양제와 특이한 갑상선 호르몬(천연호르몬이라고 광고하는데 돼지 갑상선을 건조시킨 겁니다. 그것도 ‘천연’이라면 할 말 없지만.)을 팔고, 이상한 검사를 잔뜩하게 만드는 것이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는 사이비 수법입니다. 조한경씨도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듣고 와서 알지도 못하면서 그대로 퍼나르는 거지요.

갑상선 기능저하증에서 호르몬 상태가 잘 조절되지 않는 첫 번째 원인은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것입니다. 의사와 상의하면서 제때 검사하고 꾸준히 약을 먹으면 누구나 건강을 되찾습니다. T4는 싸고, 하루 한 번만 먹으면 되니까 편리합니다. 다만 환자에 따라 맞는 용량이 약간씩 다를 수 있어 상태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합니다. 효과가 없으면 복용량만 늘린다고요? 그럼 효과가 없는데 복용량을 줄이나요?

갑상선 질환을 조절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생깁니다. 기능항진증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갑상선 폭풍이나 부정맥, 심부전 등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능저하증에서도 점액수종성 혼수처럼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항갑상선 제제나 갑상선 호르몬제의 부작용은 드물거나 경미하며, 용량을 조절하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약을 먹지 않아 생길 위험에 비해 약물 복용을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근 갑상선 질환 치료 경향을 보면 맞춤치료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원인 질환을 파악하는 건 물론이고 환자의 나이, 중증도, 진행 가능성, 삶의 질, 인지기능, 대사질환 및 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한때 과잉치료를 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치료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적절한 용량과 치료 기간을 강조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며 떠드는 말을 듣고 영양이나 식이요법 등 불확실하고 위험한 방법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안전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1.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19th
  2. Recent review on medical treatment of thyroid disease, Kyeong Hye Park, MD·Eun Jig Lee, MD J Korean Med Assoc 2012 December; 55(12): 1207-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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