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관절낭염은 통증하고 관계가 없다고?

"우리에게 익숙한 오십견은 사실상 진단명이 아니다…관절낭의 용적이 줄어들어 생기는 것은 관절낭염이라고 부른다…원래 관절낭염은 통증하고는 관계가 없다. 아프다면 건초염일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경우 MRI나 엑스레이는 필요하지 않다. 이학 검사와 압통점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어깨 운동 부족이 원인이다…치료 역시 어깨를 계속 움직이는 것 외에는 없다…염증 반응을 낮추는 당질 제한식과 생활습관은 기본이다.” (환자혁명, 197p)

흔히 오십견이라고 하는 질환은 유착성 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인 경우가 많습니다. 유착성 관절낭염이 통증과 관련이 없다는 건 웃다가 어깨가 빠질 소리지요. 이 병은 1~2년에 걸쳐 통증기-강직기-회복기의 자연 경과를 거칩니다. 초반에는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한 통증이 특징이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지만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관절이 굳어 평생 어깨를 들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통증이 지나가고 어깨가 굳은 환자만 봤다면 통증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어깨를 계속 움직이라고요? 오십견 환자를 본 적이 없으니 저런 소리를 하지요. 너무 아파 꼼짝도 못하는데 어떻게 어깨를 계속 움직이나요? 오십견은 약물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관절이 굳지 않도록 다양한 치료를 합니다. 조한경씨는 관절 염증 말만 나오면 설탕과 탄수화물 먹지 말라는 얘기만 하지요.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면 당질 제한식과 생활습관 교정을 하지 않아도 잘 낫습니다. 더 쉽고 확실한 치료가 있는데 수도승처럼 효과도 분명치 않은 제한식과 생활습관 교정을 해야 할까요?

관절만 충분히 움직이면 예방된다고요? 오십견은 당뇨 환자에서 유병률이 높으며, 어깨 외상이 있는 경우 발생하기 쉽습니다. 한쪽에 병이 오면 20~30%에서 다른 쪽 어깨에도 발생합니다. 관절을 적절히 사용하는 건 물론 좋지만 충분히 움직인다고 예방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와서 “제가 오십견이니 치료해 주세요”라고 할까요? 아니지요. “어깨가 아픕니다”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건 어깨 통증의 원인이 뭐냐는 겁니다. 50세에 어깨 통증이 있다고 무조건 오십견은 아니거든요. 당연한 말이지요? 어떤 병인지 감별하기 위해 X-선, 초음파, MRI 검사 등을 하는 겁니다. 아쉽지만 어깨의 이학적 검사는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만져보고 움직여보면 척하고 진단이 나올 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참고문헌1). 보통 이학적 검사는 어느 정도 특정 질환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추가적 정보를 얻기 위해 하지, 확진을 위해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진찰만 해보고 약물이나 물리치료로 호전될지, 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인지는 구별하기 힘들죠. 예를 들어 젊은 나이에 회전근개 완전 파열인 경우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지속되는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습니다. 본래 모르면 용감한 겁니다. 선무당들이 환자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뒷수습은 병원에 떠넘기지요.

디스크가 좌골신경을 누른다는 희한한 학’썰’

허리디스크는 과잉진료 논란이 많은 분야입니다. 특히 수술에 관해서 더욱 그렇죠. 과잉 진료, 분명 존재합니다. 수술을 받고도 고생하는 분들도 많죠. 하지만 조한경씨가 옳은 말을 하는 것은 ‘과잉진료가 많다’는 데까지입니다. 이 점을 지적하며 마치 정의의 사도인양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나서는 교묘한 말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허리 디스크 등 요통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누워서 휴식을 취하기만 해도 대부분 회복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의심이 되는 증상이 있으면 MRI 촬영을 권유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디스크가 증상의 원인이 확실한지 보기 위해서입니다. 요통과 함께 하지 통증을 호소하면 다 디스크일까요? 천만에요. 디스크가 원인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참고문헌2). 특히 고령 환자에서는 암이 전이된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견됩니다. 그 밖에도 척추관 협착증, 척추 분리증, 압박 골절 등 감별해야 할 질환들이 많습니다. 이때 MRI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는 큰 도움이 되지요. 둘째,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어떤 치료를 할지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MRI뿐 아니라 이학적 검사나 근전도 검사 등 다른 정보를 종합해서 보존적 치료를 할지, 수술을 할지 결정하는 거지요.

황당한 것은 조한경씨가 기초적인 해부학도 모른다는 겁니다. ‘디스크가 좌골 신경을 누른다.’ (환자혁명, 198p)라고 썼는데, 좌골신경(sciatic nerve)은 허리가 아니라 한참 아래 골반 쪽에 위치합니다. 인터넷에서 ‘좌골신경’을 검색해보세요. 위치가 어디인지 보시면 디스크가 좌골신경을 누른다는 게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디스크가 요추신경을 눌러도 좌골신경통(sciatica)이 생길 수 있어 헷갈렸나요? 글쎄, 저런 건 의대생도 헷갈릴 일이 아니라 ‘척추신경전문의’께서 모른다는 건 좀 뜻밖이네요.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좌골신경통(sciatica)이란 요통에 흔히 동반되는 하지 통증에서 좌골신경 문제가 의심되는 증상을 말하는 거지, 병명이 아닙니다. ‘복통’이 진단명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자기가 조금 알 때는 대단한 지식이라도 되는 양 “우리에게 익숙한 오십견은 사실상 진단명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사실은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거지요. MRI와 CT같은 영상의학적 검사와 근전도 검사 등으로 좌골신경통이 디스크 탈출로 인한 증상인지, 아니면 더 아래쪽에서 좌골신경이 압박되어 생기는 증상인지 감별 진단이 가능합니다. 당연히 치료도 이에 따라 달라지죠.

그럼 우리의 ‘척추신경전문의’ 조한경씨는 디스크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까요? 디스크 환자가 오면 먼저 레이저 치료나 감압치료(환자혁명, 191P)를 시행한답니다. 수술 목적의 레이저가 아닌 피부 바깥에서 쪼이는 저출력 레이저 치료(low-level LASER therapy)는 만성 통증 환자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지만, 감압을 시킨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자료가 없습니다. 감압치료란 결국 척추를 견인(traction)시키는 건데 보통 견인치료는 척추간 공간을 1~2mm 정도 늘려주는 효과가 있지만 일시적이며 치료를 종료하면 효과가 바로 사라집니다(참고문헌3). 물론 치료 중에는 시원한 느낌도 들고(근육이 스트레칭 되니까요), 일시적으로 통증도 줄겠지만(치료시간 동안 누워 쉴 수 있으니까요), 조한경씨는 “항상 대증요법이 아니라 염증을 줄여주는 근본적인 치료”를 부르짖지 않았던가요? 본인이 할 줄 아는 치료 몇 가지 적어 놓고 ‘근본적인 치료’로 ‘염증을 줄여준다’는 건가요?

허리통증의 근본적인 치료는 감압이니, 레이저 치료가 아닌 생활습관 교정입니다. 하지만 생활습관을 교정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체중 감량하고, 운동하고, 허리에 좋지 않은 자세는 피하고…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이게 쉬운가요? 게다가 생활습관 교정의 효과는 하루 이틀 만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효과를 볼 때까지 아파도 참으란 소린가요? 그래서 간단한 약물치료, 물리치료 등을 병행하는 겁니다. 많은 경우에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통증이 해결됩니다. 물론 생활습관을 함께 교정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요. 염증을 유발한다는 탄수화물과 당분(당분이 곧 탄수화물인데 왜 굳이 따로 쓰는지…)을 완전히 피하지 않아도, 염증을 낮춘다는 식이유황, 오메가3 등 효과가 미심쩍은 것들이나 비싼 영양제를 쓰지 않아도 잘 낫습니다. 여기도 자기가 처방할 수 있는(이런 걸 파는 행위도 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면) 영양제만 적어 놓았네요. 자기가 만든 소화제와 숯가루, 한약을 팔기 위해 책을 쓰고, 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하던 누군가가 떠오르는 건 착각일까요?

참고문헌

  1. Physical examination tests of the shoulder: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diagnostic test performance, Gismervik et al. BMC Musculoskeletal Disorders (2017) 18:41
  2. 만성요통의 원인과 진단의 전략, J Korean Med Assoc 2007; 50(6): 482 – 493
  3. Braddom’s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5th edition, 3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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