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지난 번 글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조한경 씨의 대학 학력에 대한 의문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본인의 해명을 듣고자 합니다.

저희의 목적은 조한경이란 개인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책에 실린 잘못된 정보로 인해 환자들이 입게 될 피해를 막으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력 따위는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의사”이며 그것도 “척추전문의”라고 호칭하는 데 대해 상당히 과장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일단 조한경은 카이로프랙터가 의사와 다름 없는 능력과 자격을 갖는다고 하면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 무기/유기화학, 물리학, 심리학 및 관련 실험/실습 과정 포함 약 4년의 학부 교육을 마쳐야 카이로프랙틱 대학원 입학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인가 받은 카이로프랙틱 대학원에 일단 입학이 허가되면 요건은 더욱더 까다로워져서, 보통 4~5년의 전문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분의 페이스북에는 Marshall School of Business를 2003년에 졸업한 걸로 되어 있었습니다(지금은 지웠네요. 캡처해 두었습니다). 마샬 스쿨은 남가주대학의 경영대학입니다. 경영대학에서 “생물학, 무기/유기화학, 물리학”을 배웠다? 좀 이상하지요? 그런데 이 분은 유명해지기 전에 Orange County Laser Spine이란 곳에서 일한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곳 홈페이지에는 약력을 2005년에 남가주대학에서 Bachelor of Science in Business, 즉 학사 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아래에는 2000년에 카이로프랙터 자격을 딴 걸로 되어 있네요(http://ocspinedisc.com/dr-joshua-cho). 뭔가 맞지 않죠? 대학을 나와야 카이로프랙틱 자격을 딸 수 있다고 하고는, 대학 졸업이 카이로 자격 취득 이후란 겁니다.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기더군요.

다행히 미국은 대학 학적을 공식적으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학력을 속이는 사람이 꽤나 많은 모양입니다. 남가주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공식 학적 조회 사이트로 연결되더군요. 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란 곳입니다(www.studentclearinghouse.org). 비용을 지불하고 조한경씨 관련 내용을 조회했습니다. (원래 올렸던 글에는 그 결과를 명기했었습니다만, 글을 게재한 이후 해당 기관이 “사이트 설립 목적이 구직자 등의 경력을 조회하는 거고, 결과는 조회자만이 볼 수 있다. 따라서 공식적인 사이트에 게시하는 건 물론 제3자에게 결과를 알리는 것도 이용약관 위반이다. 그러니 모든 인쇄 및 전자 형식의 자료를 폐기하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삭제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저간의 사정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해당 사이트의 입장을 존중하여 일단 삭제합니다. 그리고 아래의 기술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조한경씨가 네이버카페에 올린 사진과 글.

한편, 저희 글을 본 선생님 한 분이 이 결과를 그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네이버 카페에 올렸습니다. 조한경씨는 자신이 타블로가 되었다고 말하며, 마샬 스쿨 졸업식장에서 찍은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친절하게도 마샬 스쿨 대학원이 아닌 학부 과정을 나왔다고 안내해 주면서 소송을 걸겠다고 협박도 했습니다. 혼란스럽더군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학적과 학위를 관리하는 대학에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겠지요. 그래서 마샬 스쿨에 전화를 했습니다(1-213-740-8885). 친절한 할머니 한 분이 전화를 받아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우리 대학에 학부과정과 석사과정이 있는 건 맞아. (중략) 졸업장 번호와 학위가 명시된 디플로마(diploma, 학위증서)를 봐야지. 졸업식 사진이야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거 아니겠니?”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학적과에 연락해 보라고 했습니다. 전화를 했습니다(1-213-740-7445). 학적과에서는 저희가 조회한 결과(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 측의 문제 제기로 인해 내용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가 대학에 보관된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제가 서면 확인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갖고 있는 National Student Clearinghouse의 학적조회 결과가 곧 대학의 공식 학적 확인서입니다.”

조한경씨, 저희의 의혹 제기가 터무니없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학위증서를 공개해주십시오. 책이 몇 만권씩 팔리고, 카페 회원이 2만을 넘고, 유튜브 조회수가 500만에 이를 정도라면 공인(公人)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겁니다. 공인이라면 자신의 자격을 분명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조한경씨가 학위증서를 공개해 주기를 기다리는 한편, 남가주대학 측에도 공식 확인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사실이 확인되면 다시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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