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출장 중이던 지난 4일 응급의학과 선배 의사로부터 황망한 메세지를 받았다.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NMC)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늘 편한 복장에 약간은 어눌하고 사투리가 섞인 억양, 안경 너머로 언뜻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그의 평소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사인은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인한다고 알려진 급성심장사라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연락이 없어도 늘 그러려니 했다는 유가족의 말은 베인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한 쓰라림으로 다가온다. 윤
지난 12월 31일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상해를 입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31일 오후 5시 44분경 ‘양극성 정서장애’를 앓고 있던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환자 박모(30)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상담을 하던 임세원 교수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고 도망가는 임 교수를 뒤쫓아 가슴 부근을 수차례 찔렀다고 한다. 임 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사망했다고 알려졌다. 칼에 찔린 상처를 자상(刺傷)이라고 하는
지난 9일 한방사들은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막중한 책무를 완수해 내기 위해 한의학적 근거와 원리에 따라 '전문의약품 응급 키트' 사용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아무 말 대잔치 1편이었다. 그런데 13일 그들은 “한방사들이 전문약 응급 키트 사용 방해 시에 강력 응징하겠다” 고 아무 말 대잔치 2편을 내놓았다.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힐 것이 있다. 한의사라고 하지 않고 왜 한방사라고 하는지.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시절부터 그들이 의사를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양의사라고 부르는 것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치료제 115개 품목(54개 업체)에 대해 판매 및 제조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런 식약처의 처분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5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Zhejiang Huahai)사가 만든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발암의심물질)으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제품을 회수한 데 따른 조치이다. 발사르탄은 디오반(노바티스 社)이라고 하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고혈압치료제로,
지난 5월 31일 대한의사협회는 2019년도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의협이 요구한 7.5%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8%와는 너무 거리가 먼 수치라는 것이다. 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8월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예고하면서 '적정수가'를 보장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과연 적정수가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의료비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제 의사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저수가로 인해 의료제도의 왜곡이 심화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지난 18일 한 증권사가 내놓은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리포트 하나에 다음 날 바이오 주가는 바로 곤두박질 쳤다. 시가 총액 100위 안에 있는 바이오 기업 중 된서리를 맞지 않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 사장 입장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바이오 분야 ‘거품’을 지적한 이번 리포트가 나름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거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실 가운을 벗고 회사에 들어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29.67%(6,392표)의 득표율로 기호3번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사실 그 누구도 이번 선거에서 이 정도의 지지율로 그가 당선되리라고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최대집 당선인은 의료계 제도권 내에서 입지를 굳혀온 인물은 아니다. 전국의사총연합,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지만 그보다는 촛불 정국에서 극우 보수 시민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의료전문지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선거 일주일 전부터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약의 개발 과정 중에 처음에 생각했던 약효가 아닌 다른 약효를 발견해 그것이 블록버스터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역억제제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은 대안이 없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장기 이식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토양에 존재하는 곰팡이(Tolypocladium inflate)에서 발견된 싸이클로스포린은 원래 항진균제로 개발됐는데 이식 후 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면역억제제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고개 숙인 남성들의
고령화는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고령화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비율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는 것을 말한다. 인구학적으로 65세 이상의 인구가 7%를 넘는 사회를 '고령화(aging) 사회', 14%를 넘는 사회를 '고령(aged) 사회'라고 한다. 또한 20%가 넘으면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 혹은 초고령사회라고 정의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올해 고령사회에 돌입했고 2030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고령화와 더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것
지난 8월 9일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 된 후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보인 행보는 그야말로 한심함 그 자체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그 전까지는 아주 잘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한 추무진 집행부는 회원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집행부가 아니라 회원의 무관심을 통해 탄생한 집행부임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전체 의사의 3% 미만이 지지한 회장이라는 게 이를 방증한다. 추 회장은 의협 회장으로서 가져야 할 그만의 정책적 철학이 부재하다. 리더는
촛불 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출항한 지 벌써 100일이 지났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정책과 대통령의 행보가 뉴스의 큰 꼭지가 되어가고 있다. 과거 보수 정권이 부의 축적과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면 지금 정권은 분배와 복지, 평등에 힘을 주고 있다. 어차피 정권 탄생의 배경이나 더불어민주당의 색깔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파격은 예상됐던 일이었다. 또한 변증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과거 10년 간의 보수정권이 촛불에 무너지고 진보정권이 탄생한 지금 상황은 정(긍정)-반(부정)-합(부정의 부정)의 단계에서
며칠 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미주 지역 한방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최종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보고 그 원문을 찾아봤다. 98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는 한의사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면허증에 'MD(Doctor of Medicine)' 표기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물론 미국에서 한의사들이 개업하는 방법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책적인 방향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한방 개업을 하기 위한 각론을 설명하고 있다.이런 보고서를 국책 과제로 발주하는 진흥원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궁금해 졌다. 설문
지난 19일부터 4일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2017 BIO International Convention'을 다녀왔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미국 바이오기술 산업기구(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 BIO)가 주최하는 컨퍼런스로, J.P. 모건(Morgan) 주최 헬스케어 컨퍼런스와 더불어 세계 최대 바이오 산업 컨퍼런스다. 올해는 76개국에서 1,800여개 기업, 1만6,000여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여개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3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2년 7월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은 19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집권시기인 2016년 5월 다시 발의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후 2013년 4월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한 후 줄기차게 원격의료를 추진했다. 2016년 2월 16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서비스산업은 일자리의 보고(寶庫)다. 고용창출 효과가 제조업의 2배나 되고 특히 관광,
지난 2월말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업체인 Vetter社와 의약품 위탁 생산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독일 라벤스부르크(Ravensburg)를 다녀왔다. CMO란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의약품 전문 생산사업자를 말하는데 Vetter는 이 분야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유명한 회사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화이자, 로슈, 존슨 앤 존슨, MSD와 같은 유수의 제약사들이 실제로 해당 제약사에서 판매되는 모든 약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약
2014년 4월 19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협 노환규 회장을 탄핵(불신임)했다. 탄핵의 이유야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당시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나는 당연히 임총 전날까지 대의원들을 만나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고 막고자 했다. 하지만 탄핵은 이뤄졌고, 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나는 탄핵된 집행부의 대변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의협을 떠나게 됐다. 지난 가을부터 전국을 촛불과 태극기로 시끄럽게 했던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는 3월 10일 건국 최초로 헌법재판소가 대통
작년 가을 무렵부터 시작된 최순실과 대통령의 막장 드라마가 이제는 거의 마지막에 이른 상황에서 의료계에 매우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2일 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지난 1일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의 팔을 1년 6개월 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30대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물론 장기적인 예후는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한다. 이식분야의 발달로 신장을 비롯한 간, 심장, 폐 등과 각막, 골수, 뼈, 혈관, 피부 등의 이식은
일명 ‘신해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된 지 벌써 한달여가 지났다. 작년 5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고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가져 11월 30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유명 연예인의 이해하기 힘든 죽음을 통해 그 개정이 급물살을 탔고 여론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국회를 통과해 버렸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국 논란이 됐던 조항은 제27조 9항이었다.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 1급에 해당하는 경우 자동 개시된다는 내용이다. 의사들, 특히 중환자를 치료해야만 하는 전문과 의사들은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졌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전반이 끝난 것이다. 물론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이 결국 이 드라마의 끝이 되겠지만 매우 싸가지 없는 아줌마에 의해 국정 전반이 유린당한 사실과 대통령은 그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어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은 우리의 믿음을 철저하게 짓밟고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 모르는 분위기이다. 양파껍질처럼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신군부의 집권연장을 위해 대권을 노태우씨에게 넘겨주려 할 때가 생각난다. 신군부에 의해 탄생한 제5공화국은 박정희 정권 때와 마찬가지로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했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은 헌법을 고수하겠다는 4.13 호헌 조치를 통해 대통령간선제를 유지할 것을 천명하자 정국이 혼란에 빠져들며 6월 항쟁이 촉발됐다 그때 나는 혈기방장(血氣方壯) 했던 의예과 2학년이었는데,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후부터 초여름을 거의 매일같이 최루탄 냄새가 가시지 않는 캠퍼스에서 집회와 시위를 하며 보냈다. 당시 우리가 원했던 한 가지는 바로 대통령 직선제였다. 1961년 5.16 군사혁명에서 시작된 26년의 군부, 신군부 독재에 시달려 온 국민이 원했던 것은 민주화였고,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