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지난 18일 한 증권사가 내놓은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리포트 하나에 다음 날 바이오 주가는 바로 곤두박질 쳤다. 시가 총액 100위 안에 있는 바이오 기업 중 된서리를 맞지 않은 기업은 하나도 없다.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 사장 입장에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바이오 분야 ‘거품’을 지적한 이번 리포트가 나름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거품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대표이사

우스운 이야기지만 사실 가운을 벗고 회사에 들어왔을 때까지도 주식이 오르면 회사에 주가 상승분이 유입돼 이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주가가 급상승 했을 때 당장 회사에 생기는 이익은 없다. CB(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주가가 CB 발행 가격 이상으로 상승한 경우 그 CB를 매입한 사람은 원금 상환을 받기 보다는 주식으로 전환할 것이고 회사로서는 부채가 자본금이 되기 때문에 대차대조표 상에 적자폭이 감소한다. 또한 자사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은 경우 일정 수준 이하 주가 하락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매도를 유발하기 때문에 손해가 될 수 있다.

기업은 고유 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이다. 회사 입장에서 주식을 발행하는 이유는 자금 모집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함이지만 자본시장의 단기 투자자는 이러한 주식의 매매를 통해 이익을 얻기를 원한다.

바이오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기술, 장비 개발 및 판매에서부터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까지, 나아가 헬스 산업과 연관된 IT기술 분야까지 모두 바이오로 분류될 만큼 매우 그 폭이 넓다. 또한 일반인 입장에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 기술력이나 미래 가치를 검증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언론에 보도되는 여러 정보의 진실성을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여부를 결정할 근거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SCI 등재된 국제학술지에 게재가 되는 논문에서 약물이나 기술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인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논문 검색은 간단한 구글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PubMed라는 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논문이 게재되기까지는 짧게는 한두달, 길게는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 연구결과는 학술지 게재 전에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학술대회 구연 및 포스터 발표를 예선,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을 본선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신약개발 분야에서 마지막으로 통과해야 할 관문은 임상시험인데 각 단계의 임상시험 성공을 회사 기술력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만 국내의 경우 허가 전 임상시험 중인 의약품의 효능에 대한 언급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회사는 임상시험 결과가 긍정적인 경우 학술대회 발표나 학술지 게재를 통해 홍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에 대한 언론 보도는 현실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고 규제할 법령도 마땅히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제약사 등에 라이센스 아웃 즉, 기술이전을 하는 경우는 당연히 미래가치를 인정할 근거가 된다.

결국 바이오 벤처의 실력은 연구 논문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임상시험의 성공이나 라이센스 아웃이 보도 되는 시점에는 이미 주가는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고 그런 경우 단기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건전한 투자자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 바이오 회사의 옥석을 가리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과정은 소문이나 확인 할 수 없는 언론 보도가 아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바이오 산업이 건전한 자본의 모집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