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29.67%(6,392표)의 득표율로 기호3번 최대집 후보가 당선됐다. 사실 그 누구도 이번 선거에서 이 정도의 지지율로 그가 당선되리라고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대표이사

최대집 당선인은 의료계 제도권 내에서 입지를 굳혀온 인물은 아니다. 전국의사총연합, 의료혁신투쟁위원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 등에서 활동했지만 그보다는 촛불 정국에서 극우 보수 시민운동가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의사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의료전문지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선거 일주일 전부터 최 당선인의 바람이 감지 되기는 했다. 다만 이것이 바람에 그칠지 태풍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왜 의사들이 그를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그는 의사 회원들이 싫어할 여러 가지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그를 회장으로 당선시킨 민의는 “바로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2년 있었던 제37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는 노환규 후보가 당선됐다. 노환규 전 회장 역시 의료정치계에서는 신인이었지만 개혁을 기치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거 혁명을 이뤘다. 하지만 그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넘지 못하고 2년 만에 탄핵을 받아 중도 하차했다. 이로 인해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의사회원들의 열망은 무관심이 되어 급기야 39대 회장 선거에서는 겨우 3,285표를 얻은 후보가 회장에 당선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났다.

그런데 파업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강성의 최대집 후보가 지난 선거의 두배 정도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이것은 회원들이 아직도 개혁과 변화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노환규 전 회장이 이루지 못한 개혁을 완성하라는 의미이다.

의료정치사에서 노환규 전 회장의 의미는 분명 재해석 돼야 한다. 그가 꿈꾸고 실천했던 개혁이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분명 최대집 당선인과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최 당선인의 앞날은 깜깜하다. 하지만 그것은 그가 원한 길이고 우리 모두는 그를 회장으로 당선시켰기에 그는 그 길은 뚜벅뚜벅 가야 한다. 축하한다는 말은 못하겠다. 상황 여하에 따라 인신 구속과 투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대집이라는 인간 개인으로 보면 불행한 일이다.

다만 노환규 집행부의 입으로서, 또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집행부의 임원으로서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투쟁도 협상도 개혁을 위한 방법입니다. 당선인의 가치관대로 결정하되 결정하기 전 여러 사람에게 충분히 듣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37대 집행부에서 못한 개혁 부디 이루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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