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것은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다. 그런데 이러한 신약의 개발 과정 중에 처음에 생각했던 약효가 아닌 다른 약효를 발견해 그것이 블록버스터가 되는 경우가 있다.

면역억제제 싸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은 대안이 없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장기 이식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토양에 존재하는 곰팡이(Tolypocladium inflate)에서 발견된 싸이클로스포린은 원래 항진균제로 개발됐는데 이식 후 거부반응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면역억제제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대표이사

또한 고개 숙인 남성들의 희망이 된 비아그라(성분명 Sildenafil)은 1989년 화이자에서 최초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했는데 임상시험에서 원래 약효를 검증하는데 성공하지 못하다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발기능력이 증가한다는 이상반응(?)을 발견하고 우여곡절 끝에 1998년 3월 미국 FDA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로서 신약 허가를 받았다.

너무나 유명한 약 아스피린(acetylsalicylic acid). 이 약의 기원은 버드나무 껍질이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버드나무 껍질이 해열, 진통, 소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897년 8월 10일 독일 바이엘의 펠릭스 호프만 박사는 세계 최초로 acetylsalicylic acid을 합성하는데 성공해 아스피린이라는 약물을 개발했다. 하지만 정작 아스피린의 해열, 진통, 소염 작용에 대한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다가 70여년이 지난 1971년 영국의 약리학 교수인 존 베인에 의해 밝혀졌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아스피린이 출혈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발견됐고 이러한 부작용을 오히려 심혈관질환의 예방 약제로 개발하려는 시도 끝에 1988년 바이엘은 심근경색 및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재발 방지용 치료제로 저용량의 아스피린 프로텍트(ASPIRIN PROTECT)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아스피린의 암 예방 효과도 밝혀지고 있다. 최근 대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등에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발병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염증이 생긴 세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암세포가 발생하는데, 아스피린이 염증 자체를 막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듯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렵고 지루하며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힘들다. 처음에 생각했던 약효가 아닌 엉뚱한 효과를 이용하여 약을 개발한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기업은 10년 이상 긴 호흡을 가지고 운영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상장이 되는 순간 단기 매매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약이 탄생해 질병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치료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그 기대감으로 인한 주가의 상승만이 관심이다.

신약개발기업의 대표이사가 되고 나니 과거에 거의 연락이 없었던 여러 분들에게 연락이 온다. 안부 전화라고 하고 회사의 상황을 넌지시 물어보는 것은 사실 애교스러운 정도다. 아예 대놓고 무슨 좋은 소재 있으면 알려 달라고 한다든지, 언제 우리 회사의 주식을 사면 되는지, 어떻게 해야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 이걸 알려주면 증권거래법 위반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이오 회사의 주식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하루 밤 사이에.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투자 하세요. 저는 반드시 신약을 만들어 낼 겁니다. 다만 앞으로 5년 이상은 걸릴 거니까, 금방 돈 벌고 싶으시면 주식 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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