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드디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졌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는 드라마의 전반이 끝난 것이다. 물론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그 결정에 따른 조기 대선이 결국 이 드라마의 끝이 되겠지만 매우 싸가지 없는 아줌마에 의해 국정 전반이 유린당한 사실과 대통령은 그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어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은 우리의 믿음을 철저하게 짓밟고도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 모르는 분위기이다. 양파껍질처럼 까도 까도 쉴 새 없이 나오는 기가 막히는 일들 가운데 치료와 관련된 부분이 있다. 알약 싫어하고, 비보험 항목에 해당하는 치료를 받고, 정식으로 임명된 주치의가 아닌 비선에서 추천한 의사들을 통해 건강을 관리했던 대통령. 과연 그러한 대통령이 추진하려 했던 보건의료정책들은 제대로 된 것일까.

제약회사에서 신약을 개발하고 병원, 의과대학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에비던스(evidence, 근거)가 있느냐”는 것이다. 의사라면, 연구를 진행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본 에비던스…. 경험적으로 아무리 효과가 있다고 느껴지더라도 일정한 규칙에 의해 연구를 진행하고 적절한 통계를 통해 그 유의성을 입증해야만 약이나 치료법으로 인정받는다. 모든 신약과 관련된 규정은 이 에비던스가 없으면 절대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실 어떤 때는 이 에비던스가 징글징글 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약이나 치료에는 이 에비던스가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막연한 느낌이나 감으로 사람을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일국의 대통령이 이러한 에비던스를 깡그리 무시한 채 본인의 건강을 챙긴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그러한 수준의 식견을 가진 대통령이 의료를 국가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템으로 생각하고 매우 적절하지 못한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정책이 국민에게, 국가 전체에 득이 되는 것인지 의심스런 상황이 왔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방에 대한 호의적 발언과 각종 지원 정책도 이러한 수준의 대통령 머리에서 나온 거라면 이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이제는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가 왔다. 대통령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보건의료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국민의 입장에서 성실히 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근본도 없는 동네 아줌마 수준에서 정책을 결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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