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2014년 4월 19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의협 노환규 회장을 탄핵(불신임)했다. 탄핵의 이유야 여러 가지 있었겠지만 당시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나는 당연히 임총 전날까지 대의원들을 만나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고 막고자 했다. 하지만 탄핵은 이뤄졌고, 많은 고민 끝에 스스로 내린 결정이긴 하지만 나는 탄핵된 집행부의 대변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의협을 떠나게 됐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바이오사업부문 사장

지난 가을부터 전국을 촛불과 태극기로 시끄럽게 했던 최순실 국정 농단사태는 3월 10일 건국 최초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하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연 그만한 잘못이 있는지에 대한 개인의 판단은 일단 논외로 하고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와 사저로 거처를 옮긴 대통령의 첫 마디가 무엇일지 매우 궁금했다. 왜냐하면 2014년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의 탄핵 당시 나는 대의원회가 끝난 직후 의협 기자실에서 이유야 어쨌든 탄핵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향후 의협이 보궐선거를 통해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회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입장은 사실 노환규 당시 의협 회장의 입장이기도 했다. 물론 의협 회장의 탄핵은 가처분 신청이라는 한번의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 가처분 판결이 새 회장을 선출한 이후라는 점에서 크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어떠한 조직이나 단체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룰(rule)’이다. 이러한 룰이 없다면, 혹은 있더라도 지키지 않으면 그 조직은 명맥을 유지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조직의 지도자는 그 조직 구성원들의 분열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을 하면 안된다. 특히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조직원을 분열시켜서는 안된다.

그런데 12일 저녁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발표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한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가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저를 믿고 성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

역사의 진실은 말로 밝히는 게 아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다 밝혀진다. 지금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은 대한민국을 좀더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헌법의 숭엄한 가치를 존중하고, 특히 이번 사태로 불거진 국민 간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입장은 결코 국가를 생각하고 국민을 존경하는 지도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탄핵을 받은 집행부의 대변인으로 억울하고 답답했다. 하지만 큰 흐름을 보고 수용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그 억울함이 더 컸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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