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작년 가을 무렵부터 시작된 최순실과 대통령의 막장 드라마가 이제는 거의 마지막에 이른 상황에서 의료계에 매우 의미 있는 시도가 있었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바이오사업부문 사장

지난 2일 영남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지난 1일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의 팔을 1년 6개월 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30대 남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시행됐다. 물론 장기적인 예후는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한다.

이식분야의 발달로 신장을 비롯한 간, 심장, 폐 등과 각막, 골수, 뼈, 혈관, 피부 등의 이식은 이제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시도된 팔 이식은 세계적으로 2015년 기준 72건이 시행됐으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내부 장기인 신장이나 간, 심장 등의 이식수술이 더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팔의 이식은 뼈와 근육, 혈관, 신경, 피부 등 다양한 조직을 동시에 이식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술적인 난도가 매우 높은 수술이다. 또한 수술 후 근육, 혈관, 신경이 모두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억제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관련된 진료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수술은 미세수술분야 전분병원인 대구 W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인 영남대병원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중 사지 절단 환자의 접합수술을 하는 병원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러한 접합수술은 몇몇 전문병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상급종합병원에 이러한 수지접합 환자가 오더라도 접합전문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전문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같이 수술을 했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수술을 집도한 W병원 우상현 원장은 이를 위해 영남대병원과 오래 전부터 준비를 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수술 직후 영남대병원에 현행법상 범법의 소지가 있다며 팔 이식을 추진하게 된 경위를 알려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물론 행정기관으로서 현행법 위배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복지부의 공문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국민들은 거의 모든 분야의 행정조치나 규제는 현실보다 몇 박자 느리고 뒷북에만 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현행법에서 위반의 가능성이 있었다면 그 전에 무언가를 했어야 한다. 이미 W병원 홈페이지에는 팔 이식수술 대기자를 모으는 내용을 홍보하고 있었고, 이는 이미 수년 전부터 팔이식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전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수술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니까 그제서야 내용을 파악해서 법률위반 여부를 파악한다는 것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면피성 행정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만일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한다면, 그래서 보다 현실적인 법으로 개정하기를 원했다면 공문을 보낼 것이 아니라 중간 관리자급 실무공무원을 보내서 면담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고 향후 이러한 신의료기술이 국민에게 잘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을까.

의료법을 그렇게 잘 지키려는 복지부가 비선 진료의 위법성에는 입다물고 사명감을 가진 한 의사의 노력에 대해서는 규제의 잣대를 대려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복지부는 국민들이나 의료인이 욕하는 것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하기야 국민들이 욕한다고 공무원이 그 자리에서 날아가지는 않으니까 그럴 것도 같다. 높은 분 눈치 보고 하라는대로 하면 자리보전 잘하고 운 좋으면 승승장구 해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되는 나라가 한국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든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국민 건강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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