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지난 9일 한방사들은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막중한 책무를 완수해 내기 위해 한의학적 근거와 원리에 따라 '전문의약품 응급 키트' 사용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아무 말 대잔치 1편이었다. 그런데 13일 그들은 “한방사들이 전문약 응급 키트 사용 방해 시에 강력 응징하겠다” 고 아무 말 대잔치 2편을 내놓았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밝힐 것이 있다. 한의사라고 하지 않고 왜 한방사라고 하는지.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시절부터 그들이 의사를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양의사라고 부르는 것에 화가 치밀었는데, 의료법상 양의사란 직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법상 의료인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조산사 이렇게 다섯 직종으로 규정돼 있다. 양의사란 존재하지 않는 직군이다.

그런데 늘 그들은 의사를 의사라 하지 않고 양의사라 한다. 토론회 등에서 계속 이의를 제기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이 의사를 양의사라고 호칭하는 한 그들을 아주 정겨운 느낌의 ‘한방사’라고 할 것이다.

그들의 작태가 아무 말 대잔치같은 코미디인 이유는 우선 응급 키트만 있으면 한방사들이 심폐소생술을 통한 응급처치를 능숙하게 하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어마 무시한 착각이기 때문이다.

응급 약물은 에피네프린, 아트로핀, 비본, 도파민 등이 있는데 정말 써야 될 적절한 시점에 써야 한다. 심정지나 아나필락시스 등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진단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나로서도 확실하지 않을 때가 많다. 정 그러한 응급 약물을 쓰려거든 공부 열심히 해서 의사면허를 따든가, 그렇지 않으면 입도 뻥긋 하지 말아야 한다.

응급 약물이 투여되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투여 되면 순식간에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응급상황이 약물 투여로 다 해결되지는 않는다. 응급처치의 기본은 ABCD이다. 여기서 A는 Airway, 즉 기도확보를 의미한다. 사람이 숨을 못 쉬면 당연히 사망에 이르게 되기 때문에 어떤 응급 상황이든 기도의 유지는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기도유지의 방법은 맨손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마스크와 앰브를 이용해 하는 방법, 기도 삽관법, 그 밖에 LMA(Laryngeal Mask Airway; 후두마스크) 등과 같은 기구들을 이용하는 법 등이 있다.

이러한 모든 방법은 정확한 해부, 생리학적 지식을 근간으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한방사가 쉽게 할 수 있는 술기가 아니란 이야기이다. 약물(Drug)은 ABCD의 맨 뒤에 D로 표현된다.

즉 약을 주기 전에 반드시 선행돼야 할 처치가 있고 결코 약물이 가장 우선적인 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아무 말 대잔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방사들은 왜 약물 즉 전문의약품에 집착할까? 그들의 목적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던지 전문의약품을 쓸 근거를 마련하는 데 있다.

이렇게 하나 둘씩 쓰게 되면 언젠가는 항생제 처방까지 가능할 날이 올 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 ? 그것은 허울좋은 명분일 뿐이다.

비아그라와 인삼 추출물의 건강기능식품이 출시된 이후 보약 매출이 급감했고,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질병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를 하게 되면서 한방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방사를 찾는 국민이 줄어 그 매출이 급감했다. 결국 그들도 먹고 살기 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짓이라고 이렇게 국민의 생명 운운하며 생떼를 쓰는 건 안될 일이다.

옛말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배울 만큼 배운 분들이 이렇게 용감해지면 안된다. 그 용감함에 국민은 파리 목숨이 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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