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지난 8월 9일 ‘문재인 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 된 후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보인 행보는 그야말로 한심함 그 자체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그 전까지는 아주 잘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또한 추무진 집행부는 회원의 지지를 기반으로 탄생한 집행부가 아니라 회원의 무관심을 통해 탄생한 집행부임을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전체 의사의 3% 미만이 지지한 회장이라는 게 이를 방증한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바이오사업부문 사장

추 회장은 의협 회장으로서 가져야 할 그만의 정책적 철학이 부재하다. 리더는 누가 뭐라고 해도 굽히지 않는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은 그 원칙과 소신, 그리고 그에 따른 큰 그림을 보고 리더를 뽑는다. 쇼업(show up)에 가까운 삭발과 단식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그리는 큰 그림이다.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당일 의협 보도자료를 보면 다수의 회원들이 공감할 수 없는 회장의 우유부단함을 읽을 수 있다. 여기저기서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신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 온몸 던져 막아내겠다”며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한 연이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예외가 필요하다며 그 방안을 공론화하겠다는, 현실을 무시한 입장을 표명했다. 만일 추 회장이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러한 행보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추 회장은 현안에 대한 학습이 부재하다.

의료일원화, 진단서발급비용, 한방의 현대의료기기사용 문제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학습이 부족하다. 여기서 “학습”이라 함은 그간에도 계속 논의가 돼 왔었던 문제의 배경과 역사, 그리고 그에 따른 해법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모두 이야기 하는 것이다. 지난 6일과 8일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현 집행부의 학습 부재를 여실히 증명한다.

마지막으로 추 회장은 여론을 읽는 혜안이 부재하다. 일부러 여론을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잘못 읽는 건지 모르겠지만 회원들의 바람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명재상이었던 유성룡(柳成龍)은 그의 저서 징비록(懲毖錄) 에서 “국가가 유지되는 것은 인심에 의해서이다. 비록 위태롭고 곤란한 시기라도 인심이 굳게 뭉치면 국가는 편안하지만, 인심이 떨어지고 흩어지면 국가는 위태롭다”고 했다. 결국은 민심은 천심이고 민심이 뭉치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민심을 읽고 그 민심을 뭉치게 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또다시 의협 회장 탄핵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두 번의 연이은 회장 탄핵 실현 여부를 떠나서 과연 현 회장이 회원을 품을 간장 종지인지 냉면 사발인지를 판단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간장 종지라고 생각되면 주저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바란다. 민심을 읽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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