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뒤에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이 있었다. 기소된 한의사가 골밀도 측정기를 '진료 보조수단'으로 사용했고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도 없다고 본 것이다.청년의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한의사 A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모델명: BGM-6)로 환자 골밀도 측정과 예상 추정 키를 산출하는 등 기기를 진료 목적에 사용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한의사 A씨 측은 골밀도 측정기가 자동으로 산출한
고신대 경영난 소식에 의료계는 서남의대 사태를 떠올렸다. 본교 경영난은 의대 교육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서남의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신대도 본교 자체가 경영난에 빠지자 의대 운영비가 지급 되지 않았다(관련 기사: 운영비 미지급에 교수 임금 체불까지…고신의대 '파행 운영' 논란).하지만 양상은 서남대와 다르다. 서남대는 이사장 교비 횡령 사건이 결정적이었지만 고신대 경영난은 재학생 감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학령인구 감소 여파다. 신입생 모집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한두 곳이 아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전공의 수련보조수당 지급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기피과 문제 해결을 위한 당근책으로 수련보조수당 지급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 국가가 필수의료 전공의의 수련과정을 전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제기됐다.보건복지부는 지난 29일 ‘2024년도 복지부 예산안’을 발표하며 소청과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한 수련보조수당을 44억원 편성해 월 10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저조한 소청과
'법인형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된 비의료인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비의료인 개인이 법인 명의의 의료기관을 운영했다는 사실만으로 사무장병원이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새로운 판단 기준도 영향을 미쳤다.대법원은 지난 18일 의료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의료법인 이사장 B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비의료인 B씨는 A의료법인을 설립하고 법인 명의로 C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다 의료기관 개설 자격을 위반
초음파 진단기기에 이어 뇌파계도 한의사에게 허용한 대법원 판결로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지만 법조계는 ‘뜻밖의 판결’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는 분석이다.또 연이어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이 향후 진단용 의료기기 확대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리도카인 등 전문의약품과 골밀도 측정기 사용 등 한의계가 대응 중인 의료법 위반 관련 주요 소송에선 긍정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다.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전공의 시절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응급의학과 의사. 그는 당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환자에게 중한 상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받았다.법원은 해당 전공의가 업무상 과실을 숨기기 위해 진료기록부에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며 의료법도 위반했다고 봤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서울중앙지방법원 제9형사부는 지난 17일 업무상과실치상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A씨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벚꽃 엔딩’을 실감케 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들이 문을 닫을 거라는 우려는 ‘대학 경영난’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문제는 이들 대학에 소속된 의과대학들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파행 운영’ 논란을 겪은 고신대다.고신대의 경영난은 수년 간 등록금 동결에 부진한 신입생 유치 실적이 원인으로 꼽혔다. 2023학년도 고신대 신입생 최종 등록률은 83.06%로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대학본부에서 회계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상황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자리에 "폐허처럼 남은" 응급의료체계를 되살리고자 각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응급처치를 넘어 병상·인력부터 이송체계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다.한국에서 문제가 된 '응급실 뺑뺑이'로 어려운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는 '응급환자 돌려막기'라고 부른다. 정부는 '응급이송곤란'으로 분류한다. 환자 이송을 거부한 병원이 3곳을 넘어 30분 넘게 이송처를 못 찾은 경우다. 지난 1월에도 심근경색 환자가 수도권 병원 10곳을 돌다 숨졌다.이송곤란이 벌어지는 이유도 비슷하다. 빈 병상이 없고 전문 의
HIV 치료가 새로운 변모를 맞았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T)가 지난 40여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HIV 질환은 만성질환화 됐다. HIV 감염인도 고혈압, 당뇨병 환자처럼 건강 관리하며 ART를 받으면 비감염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결국 얼마나 오랜 기간 ART를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다. 오랜 기간 치료하는 과정에서 내성 발생 없이 바이러스 억제가 꾸준히 유지돼야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길리어드가 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선진화가 진행되며 심장병 등 심혈관 질환이 최근 20년 새 각종 질병과 사망의 원인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역·국가 간 소득 격차와 상관없이 발병률과 사망률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그러나 국가별로 천차만별인 사회경제적 여건과 보건의료시스템으로 인한 건강 격차가 벌어지며 아시아 지역의 심혈관 질환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 환자 단체, 학계 등 다학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이러한 문제에 팔을 걷어 붙인 단체가 바로 '아시아태평양 심혈관질환 연맹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aldenstrom Macroglobulinemia, WM)은 아주 희귀한 혈액암이다. 발음조차 쉽지 않은 이 희귀혈액암의 이름은 지난 1944년 스웨덴 의사 잔 발덴스트롬(Jan Waldenstrom)이 세 명의 WM 환자 케이스를 처음 보고하면서 그의 이름이 병명 앞에 들어갔고, 면역글로불린 중 거대한(마크로, Macro) 면역글로불린 IgM(Immunoglobulin M)이 과잉 생산되는 WM의 특징이 더해져 완성됐다.다른 희귀혈액암처럼 WM의 치료환경은 최근까지 열악했다. 보험 급여 약 중 효과
'조상 찾기'처럼 예능 프로그램 소재로 여겨지던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 검사(DTC)가 의료 분야에서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19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처음 승인됐다.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된 건 지난 2022년 보건복지부 DTC 유전자검사역량 인증제가 도입된 후다. 이에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ical Review(KBR)' 마리안 창(Marianne Chang) 기자가 직접 DTC 검사를 해봤다. 기자가 이용한 서비스는 6개 분야에서 69개 항목을 검사하는 테라젠바이오 '
“이번 달만 빚이 7,000만원이다. 이렇게 3년을 지내왔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 죽고 싶을 정도다. 내가 왜 요양병원을 했을까.”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도 3년여 시간을 버텨 왔다는 한 요양병원장은 턱 밑까지 차오른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요양병원들이 이대로 문을 닫게 된다면 노인의료체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요양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요양병원 경영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감소세는 심상치 않다. 최근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재난' 시대다. 전 세계가 당면한 재난을 넘어설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지금까지 사회를 떠받친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재난 시대를 헤쳐나갈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삼성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제의료질향상연맹(ISQua) 제39차 세계 총회도 이 기후 재난 시대를 지나는 의료계 고민을 다룬다."기후가 변하면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한다. 의료 현장은 지금껏 보지 못한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를 맞이하고 있다. 근거를
최근 정부를 향한 의료안전망 기금 조성 요구가 뜨겁다. 별도 기금을 조성해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지원하자는 것으로 환자단체, 의료계 등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실현 여부에 이목이 모인다.환자단체, “의료 불평등해소 위해 기금 조성 필요해”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대한암협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나날이 발전하는 혁신의료를 보장하기 위해선 건강보험과 별개 의료비 지원인 의료안전망 기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의료안전망 기금 조성은 2010년 이후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온 주장으로, 별도 기금을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올인’해 온 지방의료원들이 그로 인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손실보상금 지원이 끊긴 지 오래지만 진료 실적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 이후 지방의료원을 찾는 환자가 급격히 준 탓이다. 코로나19 환자를 보느라 다른 병원으로 보낸 일반 환자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이는 지방의료원 경영지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청년의사가 보건복지부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방의료원들은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지급되는 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을 기다리는 의료계에 또 하나의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가리는 대법원 선고 기일이 오는 18일로 잡혔다. 24일 예정된 초음파 기기 선고와 불과 일주일 차다.이 사건 선고는 7년 만이다. 지난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파킨슨병과 치매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A씨를 자격정지한 보건복지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복지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1심 결정을 뒤집었다. 복지부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즉각 상고했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입사한 감사실 청렴감찰부 ‘나청렴’ 주임. 올해 2년차인 나 주임은 감사실에서도 ‘열일’하기로 소문난 사원이다. 열일만 하랴. ‘빠르고 정확한’ 업무 처리에 선배들에게는 언제든지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후배다. 올해는 심평원 직원들의 외부강의 신고 적정성을 검증하고 복무 점검 자동화 업무도 맡았다.나 주임은 지난해 심평원의 ‘특별채용’으로 등용됐다. 심평원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쏟던 시간을 줄여 업무환경을 효율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며 필요 직군을 모집했다. 이런 이유로 채용된
4년 전만 해도 니우샤 샤릴루(Niusha Shariloo) 씨는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 유학생이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어린이암병원에서 일했지만 암 치료는 막연한 분야였다.그러나 "운명은 이 앞에 전혀 새로운 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던 이란인 유학생은 어느샌가 '한국 유방암 데이터' 분석에 골몰했다. 스웨덴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석학 앞에서 한국의 유방암 치료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47만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로 다른 이들의 한국 유학을 돕기도 했다.지난 26일 청년의사 자매지 'Korea Biomed
“도대체 어쩌란 거냐.”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코로나19 수가 지급을 중단하고 급여로 검사받을 수 있는 대상도 대폭 축소하기로 하자 의료 현장에서 나온 반응이다. 일반의료체계로 흡수해 진료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오히려 코로나19 환자를 방치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수가를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격리실 입원료와 통합격리관리료는 오는 8월까지만 유지되고 요양병원 격리실 입원료 적용도 중단된다. 코로나19 격리입원 진료 시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