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프종과 다발골수종 특징 섞인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
올해 5월 WM 2차 치료제로 BTK억제제 최초 '브루킨사' 급여 적용
1세대 BTK억제제보다 효과↑·부작용↓…미국선 1차 약제로 권고

발덴스트롬 마크로글로불린혈증(Waldenstrom Macroglobulinemia, WM)은 아주 희귀한 혈액암이다. 발음조차 쉽지 않은 이 희귀혈액암의 이름은 지난 1944년 스웨덴 의사 잔 발덴스트롬(Jan Waldenstrom)이 세 명의 WM 환자 케이스를 처음 보고하면서 그의 이름이 병명 앞에 들어갔고, 면역글로불린 중 거대한(마크로, Macro) 면역글로불린 IgM(Immunoglobulin M)이 과잉 생산되는 WM의 특징이 더해져 완성됐다.

다른 희귀혈액암처럼 WM의 치료환경은 최근까지 열악했다. 보험 급여 약 중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가 없었던 까닭이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올해 5월 1일이다. 혈액암 표적치료제인 2세대 '브루톤 티로신 키나아제(Bruton tyrosine kinase, BTK)억제제' 브루킨사(성분명 자누브루티닙)가 WM 급여 약제로 안착한 것이다. WM의 달라진 치료 현실을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변자민 교수

- WM은 림프종과 다발골수종 중간 정도의 희귀혈액암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질환인가?

혈액암은 림프구성과 골수성으로 나뉜다. 림프구가 생기고 성숙 과정 중 어느 레벨에서 이상이 생기냐에 따라 이 종류가 달라진다. 가장 미성숙한 상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백혈병이다. 조금 더 성숙된 후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 림프종이고 가장 마지막에 피로 나와서 형질세포에서 이상이 생기는 것이 다발골수종인데, 이 중간 정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림프형질세포 림프종(Lymphoplasmacytic Lymphoma, LPL)에 속하는 WM이어서 양쪽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다.

WM이 있으면 면역글로불린 중 크기가 크고 무거운 IgM(Immunoglobulin M)이 특히 많이 발현된다. IgM이 피를 타고 돌아다니면 혈관이 잘 막히게 된다. 이것을 과점도증후군(Hyperviscosity syndrome, HVS)이라 한다. 피가 끈적끈적해지다 보니 뇌졸중이 생길 수 있고, 손발이 저리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미세혈관으로 이뤄진 망막혈관에도 문제를 잘 일으켜 망막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이런 나쁜 세포들이 골수에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키면, 골수가 정상적인 역할을 못하게 되어 백혈구나 헤모글로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 감염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이외에 림프종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6개월 간 이유 없이 체중이 10kg 이상 감소하거나, 밤마다 땀 혹은 열이 나거나, 몸 속 임파선이 커지는 증상 등이 있을 수 있다.

- 현재 WM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 있나?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WM이 림프형질세포의 이상으로 생기며, 불필요하게 무거운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그 단백질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조금 더 예후가 안 좋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하지는 않다.

- 국내 WM 발병률은 추이는 어떻고, 주로 어느 연령층에서 발병하는지 궁금하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WM 발생률(Incidence, 지정 기간 내 새로 질병이 생긴 사람 수)을 비교해보면 2003년에는 인구 10만명 당 0.03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0.1까지 올라가 13년간 3배가량 증가했다. WM의 유병률(Prevalence, 질환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사람 수)도 2003년 인구 10만명 당 0.04에서 2016년에 0.4까지 올라 10배가량 늘었다. 많은 만성질환들이 그렇듯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라고 생각된다.

이 결과를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는 아직 굉장히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인종별로 차이가 나는 것인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만큼 덜 찾아 차이가 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다. 이 부분은 조금 더 추적이 필요하다. 또 WM은 어느 정도 연령대가 있는 상황에서 발병하기 때문에 주로 50대에서 70대 사이에 더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현재까지 소아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WM은 진단이 잘 되는 병인가? 또,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진단을 위해 일반인이나 의료진들이 이 병에 대해 알아두면 도움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과거 WM에 대한 인지도가 낮을 때는 진단이 잘 안 됐는데, 적어도 2015년 이래로 진단을 놓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일반인이 알아두면 좋은 것은 건강검진에서 혈액검사 상 단백질 수치가 높을 경우, 이를 간과하지 말고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WM이 아니더라도 다발골수종일 때도 단백질 수치가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의료진이 파라단백질(paraprotein, 비정상적으로 증식한 종양성 형질세포 클론에 의해 만들어진 면역글로불린)이 있는지 확인하고, 서브타입에 따라 대처를 잘 하면 더 빨리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 수치가 높으면서 알부민이 떨어져 있을 때 더 신경써야 한다. 알부민과 글로불린의 비율(A/G ratio, Albumin Globulin ratio)이 뒤집혀 있을 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을 잘 봐야한다.

- WM으로 진단된 환자 중 30~40%는 증상이 없거나 아주 약하기 때문에 3~4개월에 한 번 진료를 보면서 관찰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환자들은 어떤 경로로 진단되나? 이외의 WM 환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병을 진단받는지도 궁금하다.

증상이 없거나 약한 WM 환자들은 요즘 건강검진을 많이 하면서 거의 발견된다. 건강검진에서 이유 없는 빈혈이 있거나 혈청 단백질 수치가 높게 나올 때 추가 검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진단된다. 이외에 증상이 있는 WM 환자들은 대부분 임파선이 커져서 오거나 여러 가지 혈구 감소가 있어서 온다.

변자민 교수
변자민 교수

- 일반적으로 암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데, 증상이 없거나 약한 WM 환자는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WM은 진단됐다고 해서 무조건 다 치료를 하지 않는다. 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 때만 하는데, 골수 침윤이 아주 명확해 여러 가지로 문제가 생기거나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증상이 있는 경우 등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증상이 생긴 후 치료하는 것과 증상이 없을 때 치료하는 것과 결과가 같기 때문에 증상이 없다면 일단 지켜봐도 된다. 이것은 WM만의 특징은 아니고 만성 림프구성 질환의 특징이다. WM 이외에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다발골수종, 여포성 림프종 역시 증상이 있는 경우와 무증상인 경우가 있는데, 아직까지는 후자일 때는 치료하지 않는 것이 표준치료다.

- 현재 무증상인 WM 환자 중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늦지 않게 치료하기 위한 추적관리 전략이 있나?

환자 교육을 한다. 특정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추적관찰의 경우 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 3~4개월에 한 번 정도 진료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본다. 살이 빠지거나 밤마다 땀이 나거나, 너무 피곤한 것과 같은 주관적인 증상들은 환자들이 말을 안 해주면 모르는 것들인데, 이런 것을 물어보는 것이다.

또 진료를 볼 때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객관적 수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같이 본다. 대표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와, 콩팥과 간 수치 등 여러 장기의 수치를 본다. WM이 IgM 때문에 생기므로, IgM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확인한다. 또 이상 증상이 있으면 영상 검사를 추가적으로 병행하기도 하고, 안과 협진을 해서 안과검사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 지난 5월부터 WM 표적치료제 ‘BTK억제제’에 처음으로 급여가 이뤄지면서 WM 치료환경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안다. WM 치료환경은 현재 어떤가?

WM 치료는 기본적으로 1차 치료와 2차 치료로 나뉘는데, 1차 치료에서 건강 보험을 적용받아 할 수 있는 치료가 현시점에도 많이 없다. WM은 림프종과 다발골수종의 성질을 다 가지고 있어서 현재는 그런 때 쓰는 약을 잘 병용해서 쓴다. 가장 기반이 되는 치료제가 리툭시맙(Rituximab)인데, 현재 이 약을 보험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리툭시맙은 아주 고가는 아니고, 4~6번 정도만 쓰면 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리툭시맙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 비율이 반반이다. 리툭시맙 치료를 안 하면 머리가 빠지거나 부작용이 심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진행생존기간(PFS) 차이가 나기 때문에 리툭시맙 기반으로 치료를 하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훨씬 좋고, 부작용 역시 세포독성 항암보다 덜하기 때문에 벤다무스틴+리툭시맙을 비보험으로 쓰는 것을 권하는 상황이다.

이런 1차 치료에도 재발했을 때의 상황이 과거에는 좋지 않았지만, 최근 BTK억제제가 급여 적용되면서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 재발 환자는 보험이 되는 옵션으로 브루킨사를 쓸 수 있게 됐다. 브루킨사 급여 이전에는 국내 들어와 있는 신약 임상시험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했고, 임상시험이 없다면 다른 세포독성 항암제로 치료를 하는 상황이었다.

- WM 2차 치료에 BTK억제제가 급여권에 들어올 때, 왜 1세대 BTK억제제는 비급여로 남겨둔 채 2세대 BTK억제제가 먼저 급여권에 편입된 것인가?

BTK억제제 1세대로는 이브루티닙이 있고 2세대로는 브루킨사와 아칼라브루티닙이 있다. 1세대 TKI제제(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처럼 이브루티닙의 경우에도 BTK만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다른 티로신 인산화효소를 억제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독성이 상당히 문제가 된다. BTK억제제는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해서 효과와 별개로 이상반응이 축적된다.

이브루티닙은 먹을수록 심장 독성이 나타나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WM 환자들이 적지 않은 나이기 때문에 동반질환이 있고 다른 약도 복용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BTK억제제 치료를 시작하면 이상반응 축적과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 등으로 원래 가지고 있는 질병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이브루티닙의 가장 큰 맹점이었다.

그에 비해 2세대 BTK억제제인 브루킨사는 BTK는 억제하고 다른 티로신 인산화효소는 덜 억제해 부작용 프로파일 측면에서 훨씬 좋은 장점이 있다. 효과가 업그레이드된 것은 당연하고 이상반응 프로파일이 좋기 때문에 처방 부담이 덜해졌다. 이것이 1세대 BTK억제제가 비급여임에도 2세대 BTK억제제가 먼저 급여된 이유 중 하나다.

- 실제 브루킨사로 치료했을 때의 WM 성적이 어떤지 궁금하다.

자누브루티닙은 이브루티닙과 직접 비교한 3상 연구에서 치료 성적이 훨씬 좋다는 것을 입증했다. 일차 유효성 평가변수에서 차이가 났고(완전 반응과 매우 우수한 부분 반응 도달 환자 비율이 자누브루티닙군 29%, 이브루티닙군 20%), 무진행생존기간이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완전 반응과 매우 우수한 부분 반응 도달 환자 중 18개월 시점의 무사건율이 자누브루티닙군 90%, 이브루티닙군 64%).

이상반응 프로파일도 심장 독성 면에서 자누브루티닙이 훨씬 좋았다. 이를 근거로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자누브루티닙이 카테고리1(최우선 치료 등급)로 올라와 있는 상태다.

- BTK억제제의 심장 독성으로 알려진 것이 심방세동, 고혈압 등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2세대 BTK억제제 ‘자누브루티닙’과 1세대 BTK억제제의 차이가 얼마나 나나?

심방세동과 고혈압 외에도 심실에도 문제가 생긴다. 또 BTK억제제를 쓰면 출혈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자누브루티닙은 그런 부분에서 조금 낮았다. 심방세동의 경우 이브루티닙은 약 1%인데, 자누브루니팁은 0.1%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났다. 고혈압은 이브루티닙 1.2%, 자누브루티닙 0.7%이고, 출혈(major bleeding)에서는 이브루티닙 7%, 자누브루티닙 4%였다.

- 미국에서는 브루킨사가 WM 1차 치료제로도 권고되고 있는데, 국내 WM 치료환경에도 이같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나?

BTK억제제가 좋은 약이지만 한 번 시작하면 계속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클 것이다. 1차 치료로 올라오면 너무 좋겠지만 아직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은 WM과 치료가 비슷한데, CLL의 경우 BTK억제제를 사용하면 굉장히 잘 듣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저항성(resistance)과 순응도(compliance)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다른 약제를 병용해 결국에는 중단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 현재 조사하고 있는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WM 역시 CD20 항체(리툭시맙)를 병용해서 BTK억제제를 일정 기간 쓰고 끊을 수 있는지가 규명이 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게 되면 1차 치료를 포함해 WM 치료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2차 치료 옵션이 부재한 상태에서 브루킨사라는 옵션이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1차 치료로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치료 영역에서는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또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실제 브루킨사로 치료한 WM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WM 중 굉장히 드물긴 하지만 빙닐 증후군(Bing-Neel Syndrome)이라는 것이 있는데, 과점도 때문에 머리에 문제가 생겨 나른해지는(drowsy) 등 흔히 얘기하는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간혹 있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말을 잘 못하는 증상이 생기는데, 환자 중 빙닐 증후군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 딸꾹질을 하던 환자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환자가 외래에 와야 할 때 오지 않아 알아보니 쓰러져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세포독성 항암제를 비롯해 많은 약물치료를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브루킨사를 복용하고 3주만에 걸어서 내원했고 딸꾹질도 완전히 멈췄다. IgM으로 반응을 평가했는데, 매우 높았던 IgM 레벨이 약을 사용한 후 급격히 떨어져 정상범위로 들어서면서 증상이 사라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생생활에서의 삶의 질이 너무 좋아져서 그 환자가 굉장히 고마워하고 기뻐했던 기억이 있다.

- 마지막으로 WM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WM은 진단됐다고 당장 치료해야 하는 병이 아니다. 많이 불안하더라도 의사가 지켜봐도 된다고 했을 때는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계속 좋은 신약들이 나오고 있고 약만 제때 복용하면 잘 치료할 수 있는 병이므로 치료를 하는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