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577곳→2022년 1435곳…142곳 감소
2021년 진료비 인상률 1.31%…수가 인상률 1.6%
노인환자 사망에 인건비 등 ‘코로나19’ 경영난 원인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도 3년여 시간을 버텨 왔다는 한 요양병원장은 턱 밑까지 차오른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요양병원들은 이대로 상황이 이어진다면 노인의료체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도 3년여 시간을 버텨 왔다는 한 요양병원장은 턱 밑까지 차오른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요양병원들은 이대로 상황이 이어진다면 노인의료체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이미지출처: 게티이미지).

“이번 달만 빚이 7,000만원이다. 이렇게 3년을 지내왔다.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다. 죽고 싶을 정도다. 내가 왜 요양병원을 했을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도 3년여 시간을 버텨 왔다는 한 요양병원장은 턱 밑까지 차오른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영난을 버티지 못한 요양병원들이 이대로 문을 닫게 된다면 노인의료체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요양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 때문이다. 요양병원 경영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감소세는 심상치 않다. 최근 2년 사이 새롭게 문을 연 요양병원보다 ‘폐업’한 곳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는 끝난 듯 보이지만 요양병원에 드리운 코로나19 그림자는 여전히 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진료통계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지난 2019년 1,577곳에서 2020년 1,582곳으로 소폭 늘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한 2021년 1,464곳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집계된 요양병원 수는 1,435곳으로 더 줄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42곳이 사라진 셈이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종별 의료기관 중 지난해 폐업률이 증가한 곳은 요양병원이 유일했다. 건강보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신규 요양병원은 63곳인 반면 폐업한 곳은 73곳이었다. 지난해에는 그 폭이 더 늘었다. 새롭게 문을 연 요양병원은 65곳이지만 폐업한 곳은 94곳이나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면서 회복 속도를 내고 있는 다른 종별들과 달리 요양병원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전체 요양기관 진료비는 전년 대비 10.20% 늘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지만 같은 기간 요양병원은 1.31%에 그쳤다. 2021년 병원 요양급여 인상률 1.6%를 고려하면 수가 인상분만큼만 오른 셈이다.

일선 요양병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의료기관 존폐에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코로나19 시기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노인 환자 사망이 크게 늘며 입원환자가 감소한 데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상된 물가는 요양병원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 의료기관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방역비용도 부담이다.

6월 기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자료를 보면 전체 사망자 3만4,953명 중 80세 이상 노인이 2만844명으로 59.6%를 차지했다. 70~79세 사망자는 7,934명(22.7%)이었고, 이어 60~69세가 3,969명(11.4%)으로 코로나19 사망자의 93.70%가 노인이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박성백 총무위원장은 “지난해 2월 노인 환자 사망률이 굉장히 많았다. 당시 치료제인 ‘팍스로비드’가 없다보니 많이 사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폐렴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 감염 4~5개월 뒤 사망한 노인들도 상당했다”며 “통계 이외에 사망자 수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총무위원장은 “지난해 2~3월이 요양병원들이 가장 힘든 상황이었다. 거의 모든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80~90% 가까이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당시 팍스로비드 투입 시점이 조금 더 빨랐다면 노인환자 사망을 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도 있다”고 했다.

박 총무위원장은 “두 번째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금리비용도 크게 올랐고 방역비용이나 인건비 등 지출비용이 너무 커졌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진 것”이라며 “많은 요양병원들이 직원들 월급주기도 힘든 상황이다. 병상 점유율이 50% 정도밖에 안 되는 곳들도 많다”고 했다.

박 총무위원장은 “요양병원은 정액수가로 묶여 있다 보니 수입은 딱 고정돼 있고 매년 지출만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최저 시급은 40~45% 올랐지만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는 지난 5년간 합쳐 8.7% 오른 게 전부”라며 “의료 질을 높이려면 투자도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는 기본적인 시설투자도 어렵다.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요양병원을 어렵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정액수가제’도 꼽힌다. 정책 시행 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수가 개선이 없었다는 것이다. 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로 묶여 지난 2008년에 머물러 있다. 시대가 달라졌는데 15년 전 자료로 적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회장은 “15년 전 입원료가 2만7,000원 정도 됐다. 다인실의 경우 보험 급여가 4만~5만원이었다. 당시 수가에 계속 머물러 지금은 인건비 등 물가가 올랐음에도 예전 방식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며 “매년 물가가 오르면 2~3년에 한 번씩이라도 손을 봐줬어야 했는데 계속 묶어 놓기만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고도 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욕창 수가 등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 회장은 “수가 개선 없이는 요양병원들 다 죽는다. 요양병원이 우리나라 전체 병상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진료비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 적정 수가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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