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학회, 종병 이상 중환자실 4단계 등급화 제안
의무적으로 전담전문의 배치하고 담당 환자 최소화
"최소 기준부터 단계적 향상"…정부 의지 갖고 임해야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은 필수의료로서 중환자의료 체계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은 필수의료로서 중환자의료 체계 발전을 위해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청년의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낙후한 중환자의료체계 민낯이 드러났지만 개선 논의는 더디기만 하다. 보다 못한 중환자의료 현장이 먼저 기준을 제시했다. 중환자의료의 '이상향'은 못 만들어도 "최소한 갖출 건 갖추자"는 요청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 27일 제43회 학술대회를 맞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중환자실 4단계 등급화 기준안을 공개하고 정부가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에 적극 나서길 요청했다.

중환자의학회가 평가하는 한국 중환자의료체계는 "도저히 선진국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거둔 성과에 비해 초과 사망 피해가 컸다. 비(非) 코로나19 환자 비중이 50%에 육박했다(관련 기사: 코로나로 드러난 ‘참담한’ 중환자의료 현실…학회, 각개전투 시작). 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진료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핵심은 중환자실 인력 확보다. 전담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고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인력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중환자실 4단계 등급화'안도 내놨다.

보건복지부가 제공한 300병상 이상 병원 167곳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담전문의와 간호사 인력 배치 기준을 설정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준을 1·2단계, 종합병원 수준을 3·4단계로 나누고 인력부터 시설·장비까지 중환자실 최소 요건(2단계, 4단계)을 명확히 했다.

중환자의학회가 제안하는 중환자실 4단계 등급화 기준안(중환자의학회 제공 자료 재구성).

중환자실 등급화는 필수의료 확충 차원에서 복지부가 먼저 제시한 개념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논의가 난항을 겪고 중환자의료 총괄 부서 설치까지 지연되자 학회가 나선 셈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회원 의견을 수렴하고 복지부 부서별로 접근해 논의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홍석경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는 "이상적인 기준보다는 선진국의 중환자실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은 부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작성했다"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러나 (학회 제안을) 전환점으로 삼아 단계적으로 수준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했다.

서지영 회장(삼성서울병원)은 무엇보다 "중환자의료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얻은 교훈을 그저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서 회장은 "지난 메르스(MERS) 사태를 교훈 삼아 질병관리청(질병관리본부)이 탄생하고 병원별 감염 대응 체계를 수립한 것처럼 코로나19의 교훈이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지금 학회 요구 사항은 대단히 이상적인 내용이 아니다. 우리 국민이 마땅히 받아야 할 중환자 진료를 제대로 받고 새로운 감염병 팬데믹에 대비해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기초 체력부터 다시 제대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 홍석경 기획이사는 선진국에 걸맞는 최소한의 기준부터 시작해 중환자의료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중환자의학회 홍석경 기획이사는 선진국에 걸맞는 최소한의 기준부터 시작해 중환자의료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청년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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