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숙 의원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국회 토론회 개최
"유명무실 ‘중환자전담의제도’ 응급실 수준으로 개선해야"
중환자실 1인실로 운영해도 수가 반영 안되는 현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청년의사).

중환자실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현재 유명무실한 ‘중환자전담의제도’를 응급실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대한중환자의학회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발제한 중환자의학회 홍석경 기획이사(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는 코로나19 유행 후 중환자의료 질 향상은 필수과제가 됐다고 했다.

홍 이사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중환자실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간 편차를 최소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라며 “이전 연구를 통해 적극 투자를 하면 의료의 질은 향상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기 때문에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 이사는 ▲의료법 개정을 통한 중환자실 전담의제도 실시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시 중환자실 인력 및 시설 기준 강화 ▲의료질평가지원금에 병상 규모 대비 중환자전담전문의 확충 비율 반영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관리료 기준 개선과 중환자실 입원환자 간호관리료체등제 개선, 준중환자실입원료 수가 신설 등을 제언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조중범 교수는 국내 중환자전담전문의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3차 중환자실 적정성평가 결과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는 내과가 148명으로 39.3%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외과 121명(32.1%) ▲마취통증의학과 42명(11.1%) ▲응급의학과 30명(8.0%) 순이다. 이 외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의사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로 등록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조 교수는 현재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전담전문의 기준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주 5일 이상 근무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 주 8시간은 중환자실 외 업무도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공휴일이나 근무 외 시간 등을 고려하면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이라고 하더라도 주 168시간 중 40시간만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어도 전담전문의가 있는 중환자실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응급실은 병원 외부 위험에 처한 환자를 위해 24시간 훈련된 전문의가 대기를 한다”며 “이미 위험한 상태임이 자명한 환자들로 가득 찬 중환자실은 훈련받은 전문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그동안 안전불감증은 비용과 인력 부족이라는 명분 하에 묵인돼 왔으나 이제 중환자의학 인력 저변도 확대된 상황에서 중환자실도 상식에 따라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중환자실 1인실로 운영해도 수가 반영 안되는 게 현실

세브란스병원 외과 김임경 교수는 ‘중환자실 시설 및 장비’ 규정 미비에 대해 지적했다. 현재 국내 의료법 기준으로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입원실 병상 수의 5% 이상을 중환자실로 확보해야 하며 10병상당 1병상 이상의 격리병실과 음압격리병실을 설치해야 한다.

김 교수는 “국내 의료법 기준은 환자 공간 15㎡, 병상 간 거리 2m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협소하며 중환자실 내 1인실 최소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1인실을 자체 운영하더라도 추가 수가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열악한 규정 하에서 운영하다 보니 결국 이번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신종감염병에 의해 위중증 환자 폭증 시 감염환자를 위한 병상을 즉각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병원마다 새로운 임시중환자병상을 만들거나 개조 공사를 하는 등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선진국형 중환자실이 필요하다며 1인실에 맞춘 의료인력 확충을 통해 중환자 의료의 질을 높이고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신종 감염병 유행에 유연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도 중환자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의사협회 박진규 부회장은 중환자의료체계를 포함한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해 ▲의료분쟁문제 해결 ▲적정수가 ▲국가책임제 도입 ▲지역가산제 도입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중환자의료체계와 관련한) 수가를 인상하고 사람을 충원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환자의료 외 중증외상, 감염, 심뇌혈관 등 전체적으로 필수의료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중증환자 치료와 수술은 모두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의료분쟁 건수가 매우 많다”며 “이런 의료환경에서는 아무도 중증환자를 진료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을 빠른 시간 내 개선해야 한다”고 했.

대한병원협회 신응진 정책위원장(순천향대부천병원장)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중환자실을 마냥 늘리기도 어렵고 새 건물이 아닌 이상 개정되는 시설 기준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 상황에서 준증환자 병상 활성화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인력도 충분히 투입되면 좋겠지만 병원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어 현장 의료진 요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병협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과 조율해 중환자의료는 물론 필수의료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중환자진료체계 개선, 인력 상황 고려 단계적 추진해야"

보건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재 준비 중인 ‘필수의료 종합대책’과 연계한 중환자의료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차 과장은 “(중환자의료체계와 관련해) 핵심인 인력, 시설, 장비를 따로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당장 (중환자) 1인실을 도입한다고 해도 간호, 의사 인력이 충원될 수 있느냐를 봐야 한다. 제도 개선 시 단계적으로 가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차 과장은 “필수의료 종합대책에도 중환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중환자의료체계는 암 등 다른 분야와 달리 지역 내 완결이 중요하다”며 “때문에 필수의료 종합대책에서도 중환자 분야는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시간 내 지역에서 치료성과를 올리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 과장은 “공공정책수가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중환자 진료 등 필수의료 시 의료인력에 충분한 보상을 주는 것이 공공정책수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또한 보상 외 필수의료 인력 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 교육수련을 충분히 받는 방안 등도 종합대책에 담길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차 과장은 토론회에서도 제안된 ‘준중증환자병상’ 도입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경험을 봤을 때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아직 제도화 추진까지는 아니지만 제도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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