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까지 5844명 사망, 전체 사망자의 42%
사망자 줄이려면 ‘살 수 있는 환자’에 집중해야
중환자의학회, 이미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제안
사회적 합의 없이 의료 현장 적용 힘들어
“정부, 사회적 합의 이루려는 노력 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루 사이 47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260만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한 여파는 그 다음 주에나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중증 환자도 1,000명대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는 상황이 늘고 있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2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39만5,598명으로 누적 확진자는 총 1,082만2,836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47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또 갱신했다. 누적 사망자는 총 1만3,902명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도 늘었다. 전체 사망자의 60%인 8,339명이 올해 발생했으며 3월에만 24일까지 5,844명이 사망했다. 이는 전체 사망자의 42.0%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 통계 분석
질병관리청 통계 분석

전문가들은 예견된 일이라고 했다. 방역 완화 속도를 늦추라고 한 이유도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도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치명률이 낮아도 너무 많이 확진되면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발생한 사망자는 1~2주전 확진된 사람일 것”이라며 “최근 일주일 사이에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앞으로 1~2주에 나타날 것이다.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주 연속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통계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유행시기가 다르기에 의미 없다. 우리나라는 오미크론 변이가 늦게 유행한 나라다. 다른 나라가 오미크론 유행 시기에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엄 교수는 “전체적으로 유행 규모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대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 주간 역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1,238만4,300명이다. 이 기간 한국에서는 281만7,214명이 확진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온 국가였다. 사망자도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했으며 인구 1억명 미만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꼽혔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SNS를 통해 “이렇게 되지 말자고 경고했는데 그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실이 됐다”며 “그런 슬픔에도 현장에서 한분이라도 살려보려는 의료진의 노력을 계속된다. 그리고 환자를 떠나보내는 의료진의 마음에도 상처가 남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살릴 수 있는 환자’에 의료 역량 집중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줄일 수 없다면 사망자를 줄이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살 수 있는 환자에 의료 역량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지난 2020년 8월 재난 상황 시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를 제안한 바 있다. 중환자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던 지난 2021년 12월에도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은 환자’는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달라고 요구했다.

중환자의학회가 제시한 ‘국제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는 ▲뇌·심장·간·신경근골격계 등 말기장부전 ▲예측 사망률이 90% 이상 중증외상/중증화상 ▲대량 뇌출혈, 중증 치매 등 시각한 뇌기능장애 ▲기대여명 6개월 이하인 말기암 ▲ASA Score Ⅳ(생명을 위협할만한 심한 신체질환)-Ⅴ(생존이 어려운 빈사상태) ▲예측 생존율 20% 이하다.

중환자의학회는 이후 한국의료윤리학회와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 요구했던 사회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이사인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박성훈 교수는 “정부가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을 구체화해 달라고 해서 의료윤리학회와 논의하고 있다. 기존에 제시했던 내용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정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주기를 바랐는데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요양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는 사례가 예전에 비해 많지 않아서 상급종합병원은 오히려 큰 문제없이 운영되는 것 같다”며 “코로나19보다는 기저질환이 있는데 코로나19 양성으로 나와서 중환자실에 있는 경우도 많다. 중환자실 격리해제 기준인 20일이 지나면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도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로 분류하지 않기도 한다”고 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환자 병상이 여유 있어 보이지만 다음 주부터 위중증 환자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사망자가 한꺼번에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병상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누구에게 병상을 배정할지 사회적으로 논의해서 정해야 한다. 의료기관별로 환자를 선택하는 상황이 생기면 문제가 커진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병상을 배정하지 않으면 사망자는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이 문제는 손을 놓고 있는데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 법적인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큰 상황에서 의료진 판단으로 회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병상을 우선 배정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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