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불평등 문제 윤리적 시각으로 논의 시작해야
매뉴얼도 시스템도 없던 ‘재택치료’…“시스템화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우리 사회에 드러난 문제들을 윤리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대구에서 고등학생이 입원할 곳이 없어 사망하고,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호스피스 병동을 비워 코로나19 병동으로 전환했던 사례 등은 건강 불평등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 지난해 말 중증 환자가 폭증하면서 중환자실 병상 상황이 심상치 않자 환자 우선순위가 언급되며 중환자 분류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를 치료할 것인가’ 논쟁은 코로나19 고비마다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논의의 진전은 없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중환자실 배정과 우선순위에 대한 기준 마련을 의제로 끌어 올렸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탈리아나 영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인공호흡기가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75세 연령 제한을 두고 치료 우선권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이미 오래전 윤리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준혁 교수는 지난 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들을 윤리적 시각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준혁 교수는 지난 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문제들을 윤리적 시각으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치과대학 김준혁 교수는 지난 6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의료를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다 줄 수 있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원칙이든, 합의된 방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윤리학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가 바꾼 다양한 문제들을 의료 윤리학적인 관점으로 들여다 본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을 펴냈다.

김 교수는 건강 불평등 문제를 윤리적 시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의 문제를 의학 또는 의과학으로만 따질 수는 없다. 사회의 관점에서 또는 윤리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병원에 가서 얻고자 하는 것은 원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치료해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병에 걸려 많이 빼앗긴 사람은 (75세 노인보다는) 청년이 될 것”이라며 “물론 수명을 100세라고 한다면 25년을 더 사실 수 있겠지만 20세 청년과 75세 노인은 비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장 불쌍한 사람부터 도와줘야 한다는 합의된 견해에서 봤을 때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의 기회를 가장 많이 빼앗긴 사람이라고 본다면 청년을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얘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돌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이와 노인, 병자를 돌보는 모든 일이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오롯이 가정의 책임으로 가정 안에서 감당해 온 일들을 사회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매뉴얼이 있어야 했고,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자원을 갖추고 있어야 했지만 재택치료 과정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원활하게 이뤄지지도 않았다.

김 교수는 “가족이 입원했다면 그에 대한 병간호와 돌봄의 책임을 집에서 져야 한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도 집의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사회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을 어떻게 가져가야할지 같이 이야기해봐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이 모든 일들을 다 해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이 돌봄 노동을 하고 있다면 정부에서 필요한 부분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의 논의로 바꾸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바이러스가 오더라도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지금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논의를 같이 해볼 수 있다면 지금 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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