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 사흘째 500명대…수도권 중환자 병상 116개뿐
중환자의학회, 중환자실 입·퇴실 지침 마련 요구
서지영 교수 “재난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정해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으로 중환자도 중증도에 따라 입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 등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코로나19 확진자 중에서도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상을 배정 받지 못하는 환자가 수도권에만 9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위증증 환자도 증가세여서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위증증 환자는 515명으로 사흘째 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증증 환자는 지난 17일 522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한 후 506명→499명→508명→517명→515명으로 줄지 않고 있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한계치’라는 80%를 이미 넘어섰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 기준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3.3%다. 남은 병상은 서울 52병상, 경기 51병상, 인천 13병상으로 총 116병상뿐이다.

확진자 중 70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만 병상 배정을 하루 이상 기다리는 대기자도 늘고 있다. 22일 0시 기준 수도권 병상 대기자 수는 전날(21일)보다 103명 늘어난 907명이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한 후 사망자도 연일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11월에만 21일까지 총 449명이 사망했다. 8월과 9월 190명대이던 사망자 수는 10월 368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서지영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 중환자도 늘 수밖에 없으며 이는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차기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입·퇴실 지침 마련과 안전한 중환자 이송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차기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인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지난 1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중환자 진료체계 개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차기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인 삼성서울병원 서지영 교수는 지난 1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중환자 진료체계 개편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 교수는 지난 19일 청년의사 유튜브 방송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평상시에도 폐렴이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사망률이 20~30%는 된다. 중환자가 생기면 그 중 일부는 사망할 수밖에 없다”며 “병상을 충분히 확보해도 사망자가 늘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병원이라는 곳은 공간을 무한정으로 확장할 수 없다. 행정명령으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더 확보하려면 기존에 치료받던 환자의 공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력도 마찬가지”라며 “삼성서울병원도 코로나19 중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기존 중환자실 일부를 닫고 그 인력을 코로나19 진료에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중환자를 진료하는 인력은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에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대하면 기존 중환자 진료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중환자 진료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교수는 남아 있는 병상보다 더 많은 중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합의를 이뤄 지침으로 마련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 입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퇴실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확진자가 급증했던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생 가능한 중환자에게 병상이나 인공호흡기 등을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코로나19 중환자는 많은데 의료자원은 한정돼 있고 중환자병상도 2~3병상 밖에 남지 않았다면 누구를 먼저 입원시켜야 하는가”라며 “일반적인 입·퇴실 기준이 아니라 재난상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미리 원칙을 세워놓아야 한다. 모든 국민이 합의하고 동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침을 마련하자는 게 중환자의학회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중환자 이송시스템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시와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 중증응급환자 공공이송서비스(SMICU)’를 롤모델로 제시했다. SMICU는 중증응급환자의 병원 간 안전한 이송을 제공하는 응급의료서비스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간호사와 1급 응급구조사 등이 한 팀을 이뤄 24시간 출동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환자 이송에 대한 개념도, 수가도 없다. 그나마 서울 지역은 서울시가 지원해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SMICU를 통해 다른 지역보다 안전하게 중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를 벗어나지 못한다”며 “지난해 초부터 정부에 중환자 이송시스템을 제대로 갖춰 달라고 요구하고 SMICU를 롤모델로 체계를 정비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개선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 간호사, 시설·장비, 중환자실 프로세스 등을 지표로 중환자실 등급을 3단계로 나눠 운영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적어도 중환자실은 이런 시스템을 갖춰 이렇게 운영돼야 한다는 합의가 없다. 우리나라 최상등급 중환자실은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있어야 한다”며 “중환자실은 운영할수록 적자라고 보기에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환자실이 어떤 공간이고 어떤 환자가 들어와야 하는지 정의하고 그에 맞는 수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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