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중환자실 20% 1인실로
중환자의학회 “1인실로 바꿔도 손실보지 않는 구조 필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중환자실 대부분이 환자 여러명이 입원해 있는 다인실 구조다(ⓒ청년의사).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중환자실 대부분이 환자 여러명이 입원해 있는 다인실 구조다(ⓒ청년의사).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한국 의료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낸 분야 중 하나가 중환자의료체계다. 특히 다인실 구조인 중환자실은 감염병 대응에 취약했다. 이에 정부는 ‘중환자실 1인실화’를 추진한다. 대상은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다.

보건복지부는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경우 중환자실 병상의 20% 이상을 1인실로 하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5년 이내 중환자실 1인실 설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중환자실을 1인실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며 반겼다. 하지만 1인실로 중환자실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수가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의학회 서지영 회장(삼성서울병원)은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이번 조치가 중환자 의료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환자를 치료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중환자실 병상의 20%를 1인실로 해도 부족하지만 그래도 진료 환경을 개선하는 계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최근 태국 방콕 소재 대학병원을 방문해 중환자실을 둘러본 경험을 이야기하며 “그곳은 이미 중환자실 전체가 1인실로 이뤄져 있었다”고 했다. 선진국들은 ‘중환자실=1인실’이 자리 잡은 상태다.

서 회장은 “태국도 중환자실을 1인실로 구축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중환자실이 중환자를 치료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체계 하에서 중환자 의료 환경이 바뀌려면 수가체계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환자실 병상의 20%를 1인실로 바꾸려면 그만큼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공간을 확보하려면 중환자실 병상을 줄이든지 공간 자체를 확장해야 한다”며 “병원이 중환자실을 1인실로 바꿔도 손실을 보지 않고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열악한 중환자의료체계를 개편하려면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화를 통해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수가를 신설하거나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중환자실 4단계 등급화 등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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