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림프모구백혈병은 매우 공격적인 진행 양상을 보이며, 재발 역시 잦은 특성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성인 환자의 5년 생존율이 35.5%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열쇠는 재발의 강력한 예측 인자인 미세잔존질환(Minimal Residual Disease, MRD)을 치료하는 것이다. 미세잔존질환은 환자의 재발 및 사망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가이드라인에서도 완전관해 도달 후 미세잔존
지난 7일 오후 회진 준비를 하던 중 메시지를 받았다. ‘흉부외과의사 연봉이 의사 중 최고, 평균 4억7,000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의 첫머리부터 이해 안되는 문구였다. 장난하나? 흉부외과 의사가 번아웃 직전이고 기피과인데다 박봉에 시달리는 것을 세상이 다 아는데?기사를 찬찬히 보았다.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만든 기사였다. 흉부외과 의사가 전체 의사 중에 가장 많은 돈을 벌고 그 금액이 4억7,000만원이라고 기사는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오후 회진을 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 교수에게 “고등학교 때 성적이
초고령사회가 이제 3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노인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75세 이상의 후기고령 노인이 빠르게 증가해 2040년에는 전체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75세를 넘기게 된다.노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질병의 개수가 증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노인이 건강 문제와 함께 돌봄이 필요하다. 이미 노인 대부분이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11%가 보청기가 필요하고 혼자서 일상생활을 다 해내기 어려운 노인도 12%에 달한다. 일상생활의 어려움은 의료기관 이용 어려움으로 이어진다.노인 중 연
1867년에 에든버러의 외과-산과의사인 제임스 심슨(Sir James Young Simpson, 1st Baronet; 1811~1870)은 영국내의 병원에 입원하여 ‘팔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 2,000여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300 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을 들여다보니 환자들의 사망률은 41%였고 주된 원인은 바로 감염이었다.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병원 밖에서 절단 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사망률이 11%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200명의 조사 결과)! 병원 박에서 수술을 받으면 사망률이 4
모든 수술이 죽음으로 가는 길은 아니었다. 어떤 환자들은 감염 없이 회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운의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요행에 가까웠다. 요행만 믿고 수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수술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다.일부 환자의 수술 자리에서는 ‘크림’ 같은 노란 고름이 생기기도 했다. 이 역시 좋은 징조였다. 고름은 있어도 환자가 나빠지지 않았다. 비교적 잘 나았다. 의사들은 이 고름을 ‘좋은 고름’이라 불러 반겼다.세균, 세균을 공격한 백혈구, 혈액, 단백질 성분 등으로 이루어진 것이 고름인데, 의사들은 왜 이 고름을 반겼을까
나는 요오드팅크라는 이름을 초등학교 시간에 처음 들어보았다. 가축이 새끼를 낳으면 탯줄을 자르고 그 자리에 발라주는 소독약으로 기억한다. 이름이 특이해 기억에 오래 남은 것 같다. 하지만 가축이 새끼를 낳는 일은 본 적이 없어 요오드팅크를 볼 기회는 없었다(아쉽게도 지금까지 요오드팅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때 ‘빨간약’과 요오드팅크가 어떻게 다른지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요오드 팅크는 1839년에 처음으로 소독제로 쓴 것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특히 미국의 남북 전쟁 때 부상병들의 상처 소독에 널리 썼다.
‘고름 짜기’는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종기를 눌러 속에 들어있는 고름을 밖으로 빼내는 방법이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아프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관건은 딱 한 번의 힘으로 모든 고름이 분출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고통도 덜하다. 아주 어릴 때는 아프다고 발버둥을 치고 목이 쉬도록 울어 댔지만 좀 크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한번은 종아리 아주 깊은 곳에 종기가 났는데, 나는 베개를 잡고 이를 악물었고, 어머니도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고름을 뺀 적도 있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악성 종기의 마지막 기억이
리스터는 누굴까? 한마디로 말하면 외과 의사들의 수술에 ‘소독법’을 도입한 사람이다. 의사들의 손을, 수술 기구, 수술 부위를 소독한 후 수술을 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지금은 그 일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150년 전만 해도 소독을 하고 수술하는 의사는 없었다. 때문에 의사들이 칼을 댄 자리에는 감염이 생기고 환자는 패혈증으로 죽는 일이 허다했다. 아무리 외과의사가 정성을 다해 수술을 했다 해도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수술은 ‘러시안 룰렛’ 게임 같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이런 위험한 외과 수술을, 지금처럼 안전한 수술로
전세계를 고통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변화와 혁신을 불러왔다. 특히 바이오헬스산업은 펜데믹 이후 2020년 기준 전년대비 54% 수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세를 보였던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품목 등 관련 분야에서 기존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산업 전반에 걸쳐 다소의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선 바이오헬스가 저성장 추세
지난 2008년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스가 있다. 해외여행을 간 자녀가 부모를 외국 공항에 버리고 귀국한 사건이다. 이는 21세기 ‘신(新) 고려장’으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당시 문제의 원인이 ‘고령화’임을 파악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웠다.장기요양보험제도를 마련해 고령자 돌봄 기능의 요양원 모델을 만들었고, 요양보호사제도를 도입해 간병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까지도 요양원의 간병기능은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경우, 월 60만~70만원으로 부모를 모실 수 있다.같은 시기 정부는 요양병원 기
존 스노와 헤어진 후 우리는 리젠트 거리(Regent St.)를 따라 북쪽으로 갔다. 길은 어느덧 포틀랜그 플레이스(Portland Pl.)으로 이어져 BBC라디오 방송국(BBC London Radio)을 지나쳤다. 계속 북쪽으로 걸어 가니 마침내 길 가운데 동상이 하나 보인다. 여기가 리스터 동상이겠네! 반가운 마음에 냉큼 달려 갔는데, 아니다. 브와디스와프 시코르스키(Wladyslaw Sikorski)라는 폴란드 군인의 동상이다. 아니 폴란드 군인 동상이 여기 왜? 잘 아는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은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과 함
올해는 2003년 5월 우리나라에 ‘의료기기법’이 만들어진지 꼭 19년째가 되는 해다. 해마다 의료기기산업 분야의 발전을 보아왔지만 최근 2년은 의료기기의 국가적 ‘보건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느낀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의 건강과 일상, 경제, 사회적 위기를 해결하는데 진단이 첫 번째 솔루션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폭발적 진단검사의 수요와 관심은 기술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게 했으며, 과학과 바이오 인재들이 의료기기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의 디
의료기기법이 2003년 제정되고 이듬해 시행된 이후 의료기기산업은 변화무쌍한 변혁을 이루고 있다.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가상·증강현실, 로봇, 기타 첨단과학기술 등 흔히 일컬어지는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과의 호환성 및 활용성이 높음에 따라 수많은 후속 연구그룹의 생성과 타산업의 핵심인재들이 유입되는 현황이다. 대내외 의료기기산업의 환경 변화는 점차 질병에 대한 진단 및 예방 그리고 다채로운 치료 옵션을 추가하는 수요로 이어지고 있으며 환자 맞춤 및 표적치료를 행할 수 있는 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기대
최근 모 지방 국립대학교병원에 수술할 의사가 없어 신장이식기관 지정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의사가 없다. 의사 부족이 중소병원을 넘어 이제는 대학병원까지 위기로 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상을 가졌지만, 막상 필요한 곳에 의사가 없다. 교통사고를 당한 2살짜리 민건이는 무려 10군데 이상 병원에서 이송을 거부당해 7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수술 했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응급이송체계를 아무리 갖추어도 수술할 의사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인구수 당 의사가 OECD 평균의 60%에 불과한 데다 그나마도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
이하는 존 스노 박사와 가상의 인터뷰다. 대부분 관련 자료를 참고했고 필자의 추측도 일부 들어 있다.-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오. 어이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소? 가서 마무리 지을 연구가 있는데, 이런 늦어버렸소. 나 그만 가겠소. 살펴 가시오. 참, 이제 어디 갈거요?- 아직 정한 곳은 없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려구요.- 그럼, 리스터라는 서젼을 한번 만나보시오.- 네? 그 유명한 리스터 경 말인가요?- 그렇소. 나보다 더 유명한 의사요.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그의 흉상이 있소. 거기 한 번 가보시오.- 감사합니다.
지난해 11월 25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혁신의료기술의 선별급여 및 한시적 비급여를 통한 건강보험의 적용방안에 대한 원칙이 발표됐다. 올해 1월 28일에는 선진입 가능한 의료기술 확대를 골자로 하는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이 공포됐다.개정안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적용 대상과 적용 기간을 확대함과 동시에, 이런 의료기술(이른바, 선진입 허용 의료기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의 시행에 발맞춰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혁신의료기술의 평가와 실시 등에 관한 규정’, ‘
헬스케어는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하며, 원격의료와 디지털 치료제는 디지털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2025년 세계 보건산업 시장은 3,148조로 전망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5년 504조,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27년에는 155조,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25년 90조로 지속 증가될 전망이다. 원격의료는 2002년 의료진 간의 협진 개념의 원격의료만 허용됐다. 2019년 강원도 원격의료 특구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2020년 코로나로 전화상담과 처방 등이 한시적 허용됐다. 2020년 식약처의 허가를
이하는 존 스노 박사와 가상의 인터뷰다. 대부분 관련 자료를 참고했고 필자의 추측도 일부 들어 있다. - 그렇게 정리가 되었소? 여하튼 나는 그때 콜레라를 일으키는 매개체가 물 속에 있다는 것 정도만 생각했소. - 콜레라 균은 그때부터 30년이나 지나서야 발견됩니다. - 균이라 했소? 하여간 그런 것의 존재를 몰랐지만 감염병의 전파방식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소. 그것이 뿌듯하오. - 그 유명한 ‘지도’는 어떻게 해서 만드신 거죠? - 그러니까…손잡이를 떼어내고 며칠 지나서 에드먼드 쿠퍼라는 기술자
이하는 존 스노 박사와 가상의 인터뷰다. 대부분 관련 자료를 참고했고 필자의 추측도 일부 들어 있다.- 그런데 당시 템스 강의 오염이 그렇게 심했습니까?- 패러데이 아시오?- 전자기 현상을 연구한 마이클 페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 말입니까? 당연히 알죠. - 그 패러데이 선생이 1855년 7월에 템스 강 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투고를 에 실었소. 아니나 다를까 3년 후에 템스 강 대악취 소동이 터지고, 강변에 있는 의사당에서는 의사 일정마저 중단되는 일이 터지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장 고생하는 보건의료인 중 하나가 간호사다. 간호사들은 병동에서 환자들과 가장 밀접한 접촉을 해야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몇 달 전 ‘간병 살인’이라고 불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로운 일이라 할 수 없지만 20대 청년이 존속살해죄로 처벌 받으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들은 모두 간병 지원을 중요한 보건의료 공약으로 꼽았다. 작년 9월에는 간호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결의했고 파업 5시간 전 정부는 요구 대부분을 받아주는 극적인 합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