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이슈로 몇 주째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2025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증원한다는 소식에 서울의 유명 학원가는 벌써부터 입시 설명회로 분주하고 전국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고3 학생들은 벌써부터 재수, 삼수를 각오로 의대에 진학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내놓라하는 명문 대학의 이공계 학생들도 자신들의 전공을 중도 하자하고 의대로 가는 열차로 환승을 준비 하고 있다.웬일인지 하루가 멀다하게 서로 싸우고 반목 하던 여야 정치권은 '의대 정원 확대'라는 대의명분에 의기투합해 오랜만에 아름다운 합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
어느 분이 칼럼에서 보험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제대로 설계된 보험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를 가지고 있다.미국의 의료보험을 한번 보자. 미국에서 의료보험을 가입하려면 제일 먼저 디덕터블(deductible)을 결정해야 한다. 디덕터블은 보험 가입 후 보험금 지급이 시작되기까지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액수다. 3,000달러짜리 디덕터블이면 의료비가 3,000달러에 도달할 때까지는 가입자가 전액 부담하고 그 이후에 보험지급이 시작된다. 디덕터블이 달라지면 보험료도 달라진다. 그
수년 전, 의대 입학 정원 증원 문제로 전공의 파업을 비롯한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이 있었고, 결국 정부는 정원 증원 문제를 보류한 적이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의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 마당에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을 기대했는데, 느닷없이 2025년 신입생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증원한다고 하니, 대단하다, 이 정권. 그 어느 정권도 못 한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단박에 그것도 더 크게 화끈하게 처리하겠다고 한다.한번 생각을 해 보자. 우선 2년 후부터라고 한다면 신설 의대 안은 물 건너간다. 왜냐하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인 강제추행죄는 병원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범죄로, 폭행·협박의 의미가 매우 중요하다.과거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의 의미에 관해 이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 ①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경우(기습추행형)에는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②폭행 또는 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폭행ㆍ협박 선행형)에는 상대방의
10년간 운영하던 요양병원을 의원으로 전환하고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의사가 왕진가방을 들고 환자를 찾아간다. 정부의 고령자 의료-요양-돌봄 정책 중 의료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다.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함께 자동차에 물품을 싣고 다니니 과거보다는 진일보한 형태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고령자 의료-케어가 중요해졌다.왕진 가서 콧줄(비위관, L-tube)을 꽂는 경우가 있다. 코를 통해 식도를 지나 위까지 삽입하는 관이다. 삼킴 장애가 있거나 무의식 환자에게 영양 공급을 위해 시행한다. 흡인성 폐렴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
거동이 불편해 방문 진료(왕진)를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방문 진료를 마치면 의사가 찾아와 상담, 진료, 약 처방, 서류까지 발급하니 고맙다고 한다. 보호자들은 뭐라도 하나 주려 한다. 먼 길을 찾아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다음 진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폐렴으로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와상 환자인데, 지속적 복부 불편으로 진료 요청이 왔다. 현장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보험 김00 과장을 만났다.장기요양 등급판정에서 봤던 선생님을 현장에서 만난 것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월 500~800건 이상의 등급판정이 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일으킨 변화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속화가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직접 만나서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개념은 이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ICT 기술의 발달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하여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하는 의료서비스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또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의료 기술들이 현장에 적용될 것이다.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조직 검사를 통해 얻은 검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이를 의료계에서는
초고속 고령화로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이면 골다공증으로 고관절 및 척추 골절을 겪는 환자수가 140% 늘어날 전망이다. 골다공증 골절의 원인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골다공증’이다.골다공증은 골강도가 감소해 뼈가 부러질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으로, 노인에서 골절이 발생하면 서고 걷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워지고 삶의 질이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사망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고관절 골절 환자의 수술 후 1년 사망률은 최대 36%다. 골다공증 골절의 악영향은 사회경제적으로도 마찬가
작년부터 시작됐던 필수의료 위기와 지방의료 공백사태로 인해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지방) 전공의 5:5 배치를 올해부터 주장하고 있다. 2023년 현재 6:4 이상으로 수도권 전공의 정원(TO)가 많은 것이 현실이며 지방과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를 이뤄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너무 급박하게 강행한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대한의학회 산하 개별 전문학회가 전공의 TO를 정부에 제청하면 아주 약간의 조정 끝에 확정하는 게 관례였다. 올해 전문학회 절반 이상이 전공의 6:4 배치 의견을 냈지만 정부는 5:5 원칙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뒤에야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000여 명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에 출생통보 의무를 부과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도록 가족관계등록법도 개정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는 제도다. 의료인이 진료기록부에 아이의 출생정보를 입력하면, 의료기관의 장이 14일 이내 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은 이 정보를 지자체에 알린다. 그동안 산부인과
필자는 지난 1982년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는 ‘이촌 향도’ 현상에 따라 인구 대도시 쏠림 현상이 나타나던 시기였다. 당시 대구는 매일 새로운 집을 짓고, 도로를 닦고 학교를 만들었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지만 한 교실에 70명씩, 그것도 모자라 2부제, 3부제 수업을 했다. 한쪽은 수업을 듣고 다른 곳엔 교실을 지었다. 도시 인구와 산업 과밀화로 주택 부족, 교통 체증, 환경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던 시절이다.더 과거로 시계를 돌려보자. 전쟁 후 허허벌판인 나라. 100년 내
일반적으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메이저과라고 한다. 의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과들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 핵심과들이 무너지기 시작한 지 20년도 넘었다. 내 기억에 가장 먼저 무너지기 시작한 곳은 외과였다. 외과가 제일 먼저 무너지기 시작했고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그 뒤를 이었다.우리나라 전체 외과의원 수는 지난 2004년부터 완만하게 줄고 있고 의원 1곳당 외래환자 수는 그보다 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의료기관(의원)과 환자 수가 함께 주는 전형적인 불황의 곡선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불황의 기간동안 외과
형법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근로기준법 외에도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 단서,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단서 등과 같이 의료 관련 법령에도 반의사불벌죄가 규정되어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형사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반하여 형사소추를 할 수 없도록 한 범죄를 의미한다.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 규정이 없는 이상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해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희망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
‘학부모 관심도가 높을수록,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많을수록, 계약직 교사 비율이 높을수록 교사들의 전보가 잦다.’‘대규모 학교는 소규모 학교에 비해 업무 분장이 체계적이고 세분돼 교사들의 잡무가 적어 선호된다.’한국교육학회 2023년 연차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 '교사 전보와 교사 쏠림 간 관계 분석'(최연우 서울대 박사 수료, 김리나·이승현 서울대 박사과정, 엄문영 서울대 교수)의 골자이다. 논문은 지난 2012∼2019년 경기도 내 공립초 887개교의 교사 전보 자료를 토대로 했다. 학부모 관심도는 학생 1인당 학부모가 학교
의료기관 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제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 동의 없이 설치된 CCTV를 근로자들이 가린 것은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6월 29일 선고, 2018도1917)이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됐다. 사용자가 사업장에 CCTV를 설치해 촬영하던 중 근로자들이 검은 봉투로 해당 CCTV를 가린 행위가 문제됐다. 이 사건 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같은 근로자들의 행위가 사용자의 시설관리업무를 방해해 업무방해 구성요건에는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정당행위로써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영상정보처
아이들이 어렸을 때니까 좀 오래된 이야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다. 아들이 감기 증세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부당진료로 병원에서 환수한 돈이 생겼으니 환급해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내가 바로 그 부당진료를 했다는 의사이며 전화를 건 공단 직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내가 내 아들을 상대로 돈 몇 푼 더 벌어먹겠다고 부당한 짓을 했고, 그걸 공단에서 잡아내 환수했으니까 보험 가입자인 내게 찾아가라고 전화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순간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숨을 돌리더니 좀 횡설수설
선천적으로 또는 발육 과정에서 발생한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운동·언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달이 지연되는 것을 발달장애(DD, Developmental Disability)라고 한다. 이는 지적장애(ID, Intellectual Disability)와 자폐스펙트럼장애(ASD, Autism Spectrum Disorder)를 함께 일컫는 용어이다.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등록된 18세 미만 장애 아동은 전체 아동의 1.04%인데 이들 중에서 68.6%가 발달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 중 지적장애가 67.5%, 자폐스펙트럼장애가 3
대학병원 경영 성적이 비교적 좋던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병원장을 했다. 일반 병실은 수도권 병상 총량제에 걸려서 증설할 수 없지만, 중환자실을 비롯한 검사장비와 시설도 확충하고 내친김에 수도권 어딘가에 병원을 한 군데 더 낼 계획도 있었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비슷한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 확장, 확장.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이래도 되나’라는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곤 했다. 얼추 수도권에서 예상되는 대학병원 증설 규모가 5,000병상 정도였는데 과연 그 정도 증설을 위한 의료 인력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이었다
최근 반영구 눈썹 화장 등 눈썹 문신 시술을 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기소된 40대 미용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기존의 법리와 배치되는 판결을 한 하급심 판례가 나왔다(2022년 10월 19일 청주지방법원 2022고정825).‘문신(Tattoo)=의료행위’라는 근거는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행위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에서 찾을 수 있다(1992년 5월 22일 대법원 91도3219 판결).이에 반해 이 사건 재판부는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논란이 많았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환자의 진료 관련 서류를 요양기관에서 보험회사로 전자적 전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라고 일컫는다. 필자는 지난 기고문(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법만으로 개인정보 전송 가능한가)을 통해 이 법안이 의료법이 아닌 보험업 육성에 관해 규율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발의된 데에 법체계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법안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짚고자 한다.실손보험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