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

전세계를 고통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많은 변화와 혁신을 불러왔다. 특히 바이오헬스산업은 펜데믹 이후 2020년 기준 전년대비 54% 수출 증가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성장했다.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 김법민 단장.

하지만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세를 보였던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품목 등 관련 분야에서 기존과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산업 전반에 걸쳐 다소의 조정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선 바이오헬스가 저성장 추세 속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지만, 융복합 산업 특성에 맞는 전문적 산업육성 전략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새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바이오헬스 혁신 생태계 조정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며 보건의료 전략기술 집중투자와 글로벌 협력 강화 등 전략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의료기기 관련 산업이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품목의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무역수지가 3조7,489억원 흑자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상 첫 흑자를 기로한 2020년과 대비해도 44%의 증가율을 보인 엄청난 수치다. 이런 실적의 주요 특징은 ▲체외진단의료기기 생산·수출의 지속 성장 ▲코로나19 사전검사 자가진단 분야의 급성장 ▲개인 건강과 관련된 헬스케어 제품의 성장세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정부에서 혁신성장 BIG3의 한 분야로 바이오헬스 분야를 선정하고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이뤄졌다. 현 정부에선 110대 국정과제의 25번째 아이템으로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꼽았다.

그 주요 과제목표 및 정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의사과학자 등 융·복합 인재 양성과 바이오헬스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개선을 통한 혁신 생태계 조성 ▲인공혈액·유전자치료 등 차세대 첨단의료기술을 확보 및 공적 임상연구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 마이데이터·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 ▲바이오·디지털 헬스기기의 연구 단계부터 기술·규제 정합성을 동시 검토해 규제 예측성을 높이고 사전상담·임상시험 설계·신속심사 등 전주기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제품화 성공률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관련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세는 팬데믹 상황에 힘입은 바가 큰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정책입안자들도 과연 현 상황이 어느 시기까지 지속될지, 또 이를 유지, 발전시킬 묘안은 없는지 지혜를 모으고 있다. 앞일을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우리에겐 한 가지 큰 수확이 있다. 대한민국 의료기기라는 K-브랜드 가치의 상승이다. 의료기기는 제품의 품질 못지않게 신뢰도라는 측면이 중요한 산업군이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품목군이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국산 의료기기 입장에서 획득하기 어려운 가치지만, 이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기이자 기회라는 얘기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은 기술 집약적인 융합산업이고, R&D의 비중이 그 어느 분야보다 크다. 특히, 의료기기 R&D는 다학제간 융합 연구가 필요하며, 연구・개발단계에서의 임상참여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우수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적극적인 사후관리와 홍보를 통해 국산 의료기기의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 또한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2020년 3월 의료기기 R&D 관련 국내 최초의 4개 부처간 공동사업으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을 시작하여,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의료기기로 이어질 수 있는 품목인지 철저히 검증하고, 민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연구개발의 성과물이 임상현장까지 도달하는데 거쳐야 하는 많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주기 R&D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원 중이다.

스마트한 전주기 R&D 지원 플랫폼 구축

사업단은 의료기기 R&D 지원과 더불어 기술개발단계부터 사업화까지 이끄는 과정에 필요한 9가지의 지원 플랫폼을 정의하고 연구자를 대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이 플랫폼은 규제기관 연계 인허가 상담,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및 시험검사기관 연계 시험검사·비임상 지원 상담, 임상현장의 수요반영을 위해 임상학회 자문 상담 등 9개 플랫폼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사업단은 이들 플랫폼에 대한 접근이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연구자 지원 포털 ‘K&P(KMDF&Platform) Desk’를 5월 2일에 오픈하고 지원 중이다. 이를 통해 산·학·연·병·관 관계자들에게 의료기기 관련 종합정보 및 주요 교육·행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 플랫폼을 새롭게 신설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연구자와 의료기기 관계자 등의 의견을 취합하고 사용자 편의를 반영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오는 6월 중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의 핵심 지원체계인 K&P Desk는 온라인 소통·지식공유 플랫폼으로서, 의료기기 전주기에 해당하는 기본 정보부터 전문적 정보제공과 더불어 자유로운 서비스 신청 및 문의 등 연구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다. 또한, 플랫폼별 상담내용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자가 편리하게 상담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상담 항목을 구성해 연구수행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국산 의료기기는 품질 만족도 및 이미지 선호도 모두 외산 대비 경쟁 열위에 있어 R&D와 판매자 그리고 사용자 모두 국산 의료기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런 노력이 밑거름돼 의료기기의 핵심 가치인 사용 편의성 확보와 유지관리 효율성이 보장되고 나아가 국내 시장점유율이 상승해야 글로벌 시장진출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단은 더욱 스마트한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해 전주기 R&D 지원과 더불어 정책연구를 통해 국산 의료기기 공동구매 사업, 국산 의료기기 기술사업화 지원 등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모델 개발과 함께 해외 대리점 발굴/육성 사업, ODA 및 PPP를 연계한 개발도상국 등 신시장 진출 패키지 사업 모델 등 국산 의료기기의 사업화 성공과 해외 시장진출 활성화 지원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의료산업의 지속적인 무역흑자 창출 기여와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K&P Desk를 통해 연구자 중심의 효과적인 상담 운영 및 지속적인 정보제공의 장으로 확대해 국산 의료기기의 제품화 성공률 제고와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할 계획이다.

사업단은 올해로 3년차를 맞는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조금씩 그림을 그렸던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며 성취와 한계를 고찰하고 이를 통해 좀 더 나은 사업단의 3년차를 설계하는 중이기도 하다. 사업단이 6년이라는 한시적인 기관이고 그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지만, 지금쯤 잠시 멈춰 뒤돌아보고 내실을 기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

필자는 더 나은 R&D 지원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 2년간 사업단을 운영해온 경험을 되살려 체계적인 직무분석을 수행 중이며, 이를 통해 전문화된 조직 개편을 진행 중에 있다. 이와 동시에 더욱 스마트한“전주기 R&D 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지원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K-의료기기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 환경 변화에 맞춘 의료기기 산업육성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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