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나 대장 내시경을 하기 전에는 흔히 동의서를 쓴다. 검사 도중에 이상 증후가 보이면 조직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동의서에는 출혈이나 감염, 천공 같은 무서운 용어들이 쓰여 있는데, 과연 조직 검사란 무엇이며 꼭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조직 검사는 생검(生檢, biopsy)이라고 하는 검사법의 일부이다. 생검이란 사람의 신체 일부를 떼어 내서 의학적으로 이상 유무가 있는지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혈액 검사는 신체 어디에서 혈액을 채취하든 몸 전체의 상황을 나타내지만, 조직 검사는 병이 있을 부위를 선택한 후 그곳
작금 정부는 이른바 ‘필수의료’, ‘지역의료’의 위기가 다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과학적 교육적 근거도 없이 500명, 1000명 등 숫자를 언론에 흘리더니, 작년 11월 21일에는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라는 미명 하에 각 의대에서 최대 3900여명의 증원을 원한다는 황당무계한 발표를 해 의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아무리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인기 영합적 공약이 난무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국정을 책임진 정부에서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공약을 이렇게 간보고 치고 빠지기 식으로 터뜨릴 수 있
지난 20년 동안 의사 1인당 환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었다. 그런데 정부 통계에서 이런 사실이 한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아예 관심도 없었다. 매년 정부가 발간하는 OECD 보고서에도 다른 나라보다 적은 돈을 들여서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고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은 적은 돈으로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 최상단에 자랑스럽게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한국의 의료비가 유례없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다.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은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한참 밑에 위치하고
며칠전 있었던 보건복지부 차관과 전공의 간담회 후 후기 형태로 쓴 한 전공의의 칼럼을 봤다. 정부의 사법 리스크 완화 정책에 대한 환영의 뜻과 그에 대한 일부 의료계의 반발 의견에 대한 질타가 섞인 글이었다. 양비론일 수는 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정부의 사법 리스크 완화 정책은 어디 까지나 형사 처벌과 관련된 부분에 국한된다. 민사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제외된 정책이다. 복지부 차관이 언급한 전제 조건, 의료진의 ‘진심 어린 사과’는 민사소송에 있어 매우 큰 부담이 된다. 이 부분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싶다.정부가 제시한
지난 26일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의료의 미래를 바꾸는 제2차관-전공의 대화’에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대표 자격으로 현장에 참여했다. 간담회는 '현장-zoom'으로 동시에 진행됐고, 위치적 여건상 현장에는 대부분 수도권 전공의가 주를 이뤘다. 지방에서 상경한 전공의는 본인 한 명인 듯했다. 이날 복지부는 구체적이지 않은 계획과 모호한 답변만 내놓아 아쉬움이 많았다. 이 자리가 단지 의료정책을 강행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몇몇 동료 전공의들은 현장에서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화상 채팅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분석한 지난 글에서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의료의 질 즉, Treatable mortality가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대한민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의사의 수로 많은 숫자의 병원과 병상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적은 의사 수이지만 많은 양의 의료 공급을 하면서도 낮은 Treatable mortality를 이뤄 낼 수 있는 배경에는 의사 인력의 질과 그들의 희생이 뒷받침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단순히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만을 근거로 내세우며 ‘의사 수가 부
12세 환자가 A병원 응급실에 들어온다. 주 증상은 복통.A병원 소아응급진료가 불가 → 진료 가능한 B 병원으로 전원 → B병원 도착 → 진료 시작.복부 증상이 심상치 않다. 혈액검사 및 수액라인을 확보하고 응급 초음파검사나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나 소아 복부 CT를 판독해줄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다.B병원 의료진은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일일이 연락하여 찾아내 C병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후 C병원으로 전원 → C병원 도착 → 진료 시작 → 앞서 B병원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응급초음파
대법원이 의료소송에서 환자 측의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해 이를 소개한다.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씨는 수술 전 환자 B씨에게 전신 및 국소마취를 하고 간호사 C씨에게 환자의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다음 수술실에서 나왔다. 이후 수술 중 B씨에게 저혈압 증상 등이 반복되자 간호사는 A씨에게 전화했다. A씨는 간호사에게 혈압상승제 투여를 지시하거나 아니면 아예 전화를 받지 않다가 네 번 전화한 이후 수술실로 돌아와 환자에게 혈압상승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환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유족들은 A씨가 속한
이리도 황망히 가시다니요. 여전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인생 여정에, 맑고 밝은 이정표가 사라진 기분입니다. “잘 지내지요? 늘 보고 싶소, 정 교수~” 따뜻하고 정갈한 교수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를 울리는데, 교수님이 부재한 지구별의 첫 새벽이 밝아옵니다.30여 년 전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대학병원 내 금연클리닉을 시작하면서 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이신 교수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담배는 남자라면 당연히 피울 줄 알아야 하는 일종의 기호품이었고, 열차나 버스는 물론 비행기 안에서의 흡연도 당연시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서 찾는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적다며 이를 근거로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고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한다. 이런 정부 방침은 시작부터 잘못됐다.의료계는 이전부터 의사 수가 아니라 배치 문제라고 말해 왔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의사가 없는데 개원의만 많은 것이 문제다. 그러나 의료계 지적에도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직접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달라"는 반응이었다.OECD 통계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신들이 정한 답을 내세우기 위해 필요
몇 주 전 이번 개각과 함께 대통령실에 복지 수석이 신설될 가능성이 있고 그 자리에 현 복지부 차관이 갈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대통령께서 의대 정원 증원을 천명한 뒤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없어서 어리둥절하던 차에 복지 수석실이 신설될 예정이라는 보도는 ‘아, 이제 의료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나 보다’하는 기대를 갖게 했었다. 사실 복지는 현 시민사회 수석실에서 가져가고, 보건 의료 수석실의 신설이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마저도 불발되었다.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현재의 우리 의료는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다. 이대
필자는 모 의과대학 교수로 22년간 재직한 후 의원면직했다. 의원면직을 택한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무엇보다 의대 교수로서 교육과 진료를 병행하면서 관심 있는 연구 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회의를 느껴서다. 의대 증원 논의가 진행 중인 이 시점에 교수가 교육·연구·진료를 균형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의학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필자의 전공은 산부인과다. 대표적 기피과로 알려져 병원 내 전공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산부인과의 현실이다. 그러나 학부 의학 교육에서는 내과·외과 등과 함께 주요
의과대학 의학과(본과) 3학년생이었던 2000년, 허갑범 교수님의 외래 진료를 참관했을 때 한 타임에 환자 200명을 여유롭게(?) 직접 혈압까지 재면서 보시던 그 광경이 너무나 생생하다.그 당시에는 극대화된 생산성(낮은 임금/극강의 진료실적)을 보유한 시절이었다. 명의인 시니어, 가정을 버린 주니어, 그리고 100일 당직 가능한 전공의, 4주 출산휴가가 미안한 여전공의, ‘인간이 하루 2~3시간씩 자도 살 수 있구나’ 하면서 인간한계를 모르던 인턴들로 2023년 현재의 생산성(높은 임금/낮은 진료실적)의 3~5배는 올리는 구조였다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20일 시행됐다. 지난 5월 19일 개정된 의료법이 6개월의 경과 기간을 거쳐 시행된 것이다. 관련된 의료법 시행령도 발효됐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면허취소법에 대한 위헌성 시비가 강하게 주장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를 통해 위헌성 여부가 판가름 날 때까지는 법으로 효력이 있으므로 이에 대해 숙지하고 대처해야 한다.면허취소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첫째, 면허취소 대상 범죄의 제한이 없어졌다. 의료인이 ‘보건의료’ 관련 범죄 이외에도 사기, 횡령, 성범죄, 음주운전 등 일반적인 범죄를 저질러, 법원이 금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자는 논의로 전국이 시끄럽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필수의료가 붕괴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국민들은 제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의사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대한민국 의사 숫자는 인구 1,000명 당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꼴지에 가깝다고 하고, 인구 고령화로 의사 숫자가 더 부족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사 단체만 의대 정원 확대를 반대하니 뭔가 이상한 꿍꿍이가 있는
A의료원 소속 간호사들이 선천성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고 대법원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4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그 후 대법원 판결 법리를 반영해 개정된 산재보험법, 소위 ‘태아산재법’이 올해 1월 12일 시행됐다.태아산재법 시행의 주된 배경이 의료기관에서의 산재인 만큼 의료기관은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이행여부를 현시점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병원은 각종 방사선 검사장치와 같은 산
결핵은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감염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 해 천만 명 정도의 신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이다. 그럼 우리나라 결핵 현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결핵 환자가 급증하여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결핵 관리 사업과 해외 지원을 통해서 결핵 환자 발생과 사망자를 크게 줄여 왔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에 비견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잠시 결핵 관리가 정체되던 시기가 있었지만 2011년부터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결핵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
의사나 의료법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33조에 따라 비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하고 이름만 빌려 병원을 세우고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불법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이 하는 의료행위도 법률상 보호받지 못하는 것인지, 또 그 의료인의 진료 업무를 방해해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인지에 관해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피고인 A씨는 11회에 걸쳐 사무장병원에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환자 진료 예약이 있는 원장인 의사 B씨를 붙잡고 있는 등의 방법으로 사무장병원과
의대 정원과 신설 문제가 다시금 뜨거운 감자가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오래되고 진부한 주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치권이나 정부는 유난히 우리나라 의사 수에 대한 OECD 평균을 앞세우며 최소 1,000명 이상의 의사 증원을 언급하고 있다.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은 지난 10여년 의대를 신설하고 정원을 늘렸다. 미국은 오바마 케어로 의료 보장성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인구 5000만명에 해당되는 집단이 새로이 의료의 수혜자로 등장하면서 정원 증가 논란 여지가 없었다. 미국의 5000만명을 위한 신규 의사 규모는 우
지방 한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응급 환자를 상급병원으로 정상적으로 전원했지만 언론은 ‘응급실 뺑뺑이’라며 온갖 조리돌림을 했다. 그리고 해당 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 조사 이후 기관 징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있지도 않는 죄를 뒤집어씌워 수차례 수사하며 온갖 망신과 모욕을 주더니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여론이 들끓자 이제는 차일피일 그 수사마저도 시간을 끌대로 끌며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피를 말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전공의뿐 아니라 코 앞으로 다가온 내년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마저도 아예 씨를 말리려 하고 있다.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