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박단 “무능한 회장과 함께 하지 않겠다” 손절
의협 대의원회 “강력 투쟁 못하면 책임 묻겠다” 경고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이 취임 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의협 대의원회는 의대 증원 사태 대응을 위해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덥지 못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전공의들은 등을 돌렸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의원들에게 임 회장 불신임(탄핵)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박 위원장은 임 회장이 “무능”하다며 “함께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가 31일 오후 용산구 회관에서 개최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의협 대의원들은 의대 증원 정책 저지를 위해 별도 비대위를 구성하기보다 집행부에 그 역할을 다시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임 회장이 입은 내상은 깊어 보인다. 단식 6일째인 임 회장은 이날 부축을 받아 임총에 참석했다. 인사말은 사전에 찍은 영상으로 대체했다. 임 회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4개월간 저지하고자 동분서주 노력했지만 제 부족함으로 인해 실패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며 “죄송하다. 어떤 따끔한 질타도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임 회장은 “지금까지 부족한 모습으로 많은 우려를 받았다. 대한민국 의사, 의료를 위해 선명한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성숙한 의협 회장으로 거듭나겠다”며 “부디 비대위 구성보다 저와 집행부를 믿고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영상 인사말이 끝난 후 임 회장은 부축받고 자리를 떴으며 대의원들이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전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결국 대의원회 산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임 회장은 대정부 투쟁을 다시 이끌게 됐지만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의원들은 단합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공의 대표인 박 위원장은 임 회장과 함께 할 수 없다고 했다. 임 회장에 대한 불신임(탄핵) 청원 동의도 진행 중이다.
임 회장을 지지한다는 대의원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이끌던 스타일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의협 수장이 됐으니 품위 좀 지켜 달라”고 했다.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모 대의원은 그 이유가 ‘임현택 집행부 책임 회피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비대위를 만들기보다 집행부를 채찍질하고 제대로 하라고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을 바꾸려면 조직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의원회 의장단 “강력 투쟁 못하면 책임 묻겠다” 경고
김교웅 의장 “임현택 회장 달라지도록 계속 주문하겠다”
비대위 구성 안건은 반대 131명, 찬성 54명으로 부결됐지만 의협 대의원회는 임현택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이 아닌 ‘경고’라고 했다.
김영준 부의장은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됐지만 집행부가 잘해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를 구성하면 집행부가 지금까지 무능했는데 앞으로 더 무능력해지지 않을까 싶어 반대한 대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층 더 분발해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대의원들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임 회장과 박 위원장이 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교웅 의장은 임총이 끝난 후 부의장들과 함께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공의들이다. 전공의들의 의견은 명확하고 정부도 신경을 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장은 임 회장이 박 위원장과 소통할 수 있도록 “대의원회가 공식석상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만들겠다”며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대의원들도 임현택 집행부를 지지해서라기보다 강력한 투쟁을 하려면 단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일 것”이라고 했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박 위원장과 소통하고 있다며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하는데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도록 대의원회가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운영위 회의에도 전공의 대표가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이번 임총을 계기로 “임 회장이 그간 보여온 아집 같은 면을 많이 개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이 달라지길 바라고 대의원회도 계속 주문하겠다”며 “사람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의협 회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고민하면 많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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