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계약 거부나 준법투쟁 등 단체행동 움직임 주시
강력한 리더십 부족 지적도…“이대로라면 투쟁은 끝”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투쟁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수련병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당시 거리로 나온 젊은 의사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투쟁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수련병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단체행동 당시 거리로 나온 젊은 의사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투쟁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수련병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을 결정한 대전협은 파업을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 면허 박탈 등 파업 참여 의사들을 향한 정부의 강경 대응 입장에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파업이나 집단 사직서 제출 대신 투쟁 수위를 낮추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턴과 전공의들의 경우 수련병원과 수련계약을 맺는데 계약 갱신 시점이 3월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수련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병원과 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는 것. 수련계약 기간은 인턴은 1년, 전공의는 3~4년이다.

또 단체행동 방안 중 하나로 법정 근로시간 이외에 근무를 하지 않는 준법투쟁도 고려되고 있다.

이에 전공의들의 투쟁 방향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수련병원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게 수련병원들의 입장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파업 결정은 아니지만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병원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놓은 것은 없다. 전공의들의 움직임에 따라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업이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아닌 지금까지 나온 투쟁 방식으로는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수련병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안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하거나 전체 수련기간에 대해 계약하는 등 수련병원마다 계약 방식이 상이해 단체행동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전공의들이 수련 계약을 갱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13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연 단위 계약을 주로 하지 않고 처음 수련 시작 시 전체 수련기간에 대해 계약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중간 연 단위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행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근로시간 이외에 근무를 서지 않는 준법투쟁도 마찬가지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준법투쟁은 말만 투쟁이지 사실상 파급력이 없다. 전공의들이 (병원에) 나와 근무시간 동안 일을 한다면 병원 돌아가는데 (파업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병원) 밖으로 나가면 병원도 방법이 없다. 전임의가 있지만 전임의로 돌아갈 수 있는 병원은 소수”라며 “전공의들이 나가면 길게는 일주일 정도 버티겠지만 그 이후는 어렵다. 가장 파급력이 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각자 사직서를 내거나 재계약을 하지 말자는 분위기인데 힘을 받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지금은 정부가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모양새다. 위법 여부는 나중 문제고 다 잡아가겠다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에 맞서 강하게 밀어 붙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0년 총파업 당시 대한의사협회가 의료 현장으로 먼저 복귀하면서 파업이 흐지부지 됐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번 투쟁 분위기는 지난 2020년과는 많이 다르다. 지금 전공의들은 그 당시 본과 의대생들이었다. 투쟁이 끝나고 각자 자리로 돌아갔지만 의사 국가고시를 미루고 나섰던 의대생들만 남겨졌다. 그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투쟁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 들어야 하는데 지금 전공의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지금은 누구든 정부 강경 대응에 각오하고 나올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이번 투쟁은 끝이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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