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이제혁 원무팀장 "디지털화·휴머니티 병행"
디지털화 원무 일부로 생각하고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가야
더 나은 환자경험 위해 지혜롭게 써야…'주객전도' 조심을

병원 혁신이 진부해지고 있다. 모두 똑같이 혁신을 말하고 스마트함을 내세우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한다. 진료도 수련도 원무행정도 전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신속하게 도입해 경쟁에서 이기자고 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 노래처럼 그렇게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미친 스코어"를 꿈꾸며 "우린 달라, 똑똑해"라고 내세웠는데 어느새 모두 남의 "춤을 따라 추고" 있다. 심지어 그 춤을 제대로 추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진부해진 혁신 현장에서 원무 서비스도 'DT'하고 싶은데 방법을 못 찾는 병원, 일단 원무 'DT' 시작은 했는데 갈피 잡기 어려운 병원, 다음 'DT'로 도약하고 싶은 병원 모두를 위해 '혁신의 대명사' 분당서울대병원이 HiPex 2023(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3, 하이펙스 2023)에서 노하우를 공유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제혁 원무팀장은 오는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리는 '하이펙스 2023'에서 'DT(Digital Transformation)과 원무행정 서비스'를 주제로 강연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제혁 원무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원무 서비스의 일부로 보고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청년의사).
분당서울대병원 이제혁 원무팀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거창한 무언가가 아닌 원무 서비스의 일부로 보고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청년의사).

이 팀장은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멤버로 20년간 인사·경영혁신·법무·원무·홍보 등 주요 부서를 두루 돌며 병원 혁신의 최전선에서 일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진료와 진료지원 분야 업무 효율화를 이끈 '6시그마 프로젝트'와 '자율적 혁신 활동'도 이 팀장 손을 거쳤다. 그간 이 팀장이 보고 듣고 직접 만들고 이끈 혁신 사례는 수없이 많다.

지난 25일 청년의사와 만난 자리에서 이 팀장은 강연 '맛보기'로 '거창한 맛'보다 '알찬 맛'을 선택했다. 대자본을 투입한 병원 정보 시스템(HIS) 개발기보다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스템으로 외래·입원 업무를 자동화해 누리는 편리함을 이야기하고 병원 진입로에 반사경을 설치하자는 제안으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타간 직원들을 통해 "아주 작고 일상적인 부분에서 시작하는 혁신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환자가 병원 진료를 받으며 어떤 불편도 겪지 않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 게 원무 서비스 핵심이자 출발선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잖아요. 하지만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환자가 느끼는 불편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일이라고 본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열심히 해왔던 원무 서비스의 연장선입니다."

병원 원무의 한 부분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받아들이면 "특별한 게 좋다"고 신기술이면 무조건 도입했다가 낭패를 보거나 "꿈도 못 꾼다"고 시도도 못하고 혁신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이 팀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이 먼저 해보니 좋아서 다른 병원들에도 권하고 싶은 사례"를 골라 강의를 꾸몄다고 했다.

"한 예로 RPA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업무 자동화로 휴먼 에러를 잡아내고 수고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병원급 의료기관이라면 충분히 도입을 고려해 볼만 해요. 디지털화로 업무 하나를 줄이면 그만큼 '사람이 직접 정성을 들여야 할 일'에 더 집중할 여유가 생깁니다. 디지털과 휴머니티가 함께 갈 때 더 좋은 서비스가 가능해요."

분당서울대병원은 RPA로 병상 현황 파악과 배정을 자동화해 40~50분 걸리는 작업을 5분으로 줄였다. 지난해부터는 배정 결과와 입원 스케줄은 '알림톡'으로 전달하고 환자가 일정을 조율하는 양방향 서비스도 시작했다. 효율적인 디지털 시스템과 환자 동선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직원들의 정성이 여기 함께 녹아 있다.

원무는 '병원 서비스의 시작이자 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수납 창구는 '더 좋은 환자경험'을 위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끝없이 혁신한 결과이기도 하다(ⓒ청년의사).

지난해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Metavese)나 최근 돌풍을 일으킨 챗GPT까지 연이은 신기술 등장으로 의료계가 "조바심치고" 있다. 그러나 이 팀장은 "디지털화를 통해 더 큰 휴머니티를 실천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지 "기술 발전만 따라가다 주객전도가 일어나면 안 된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디지털병원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병원 혁신의 모범이 된 것도 "그러겠다고 표어를 만들고 구호만 외치지 않고"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순간부터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 "정말 체감할 수 있는 기술을 도움이 되는 영역에 적재적소로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병원 서비스의 시작이자 끝"인 원무 서비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목표가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최신기술과 기기보다 이를 어떻게 쓸지 병원 구성원이 모여 고민하고 제대로 쓰는 게 중요하고요. 더 나은 환자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모든 병원이 마찬가지잖아요. '하이펙스2023'이 그동안 모두 함께해 온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