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2’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환자경험' 화두 제시
카카오헬스 황희 대표 "홍삼 쓰는 돈만큼 디지털헬스에 쓸까"
"진정한 환자중심 경험 제공하려면 환자 '참여'에 방점둬야"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카카오톡처럼 누구나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카카오톡처럼 누구나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서비스'의 절대 강자 카카오가 고민에 빠졌다. '환자'는 물론 국민 누구나 '카카오톡'처럼 쓰는 의료 서비스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카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카카오헬스케어 황희 대표는 28일 청년의사 주최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이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황 대표는 "지금까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은 병원 경영 효율화나 데이터 활용에 집중하고 있었다. 또 병원 외래와 입원 과정을 전산화하고 환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뒀다"면서 "그러나 이를 환자 관점에서 보면 병원이 제공하는 솔루션은 급성기 치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하고 나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헬스케어를 비롯해 디지털 헬스 기업은 '그 외' 영역을 주목하고 있다. 특정질환을 직접 진료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예방과 회복을 돕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공급자·병원 중심 패러다임에서 이제 환자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때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병원이 제공하지 않는 부분을 환자에게 주거나 병원이 제공하고 싶어도 기술·자원 문제로 불가능했던 영역을 보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 병원 밖 '일상'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서울대병원과 협업한 코로나19 자가진단, 재택치료 챗봇 서비스나 강원대병원과 함께 만든 롱코비드 클리닉 서비스를 제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상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제공하려면 이용자의 자발적인 선택이 필수다.

황 대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카카오헬스케어의 가장 큰 경쟁자는 '정관장'일 거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홍삼이 가진 위상을 따라갈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없다"면서 "홍삼 사는데 한 달에 5만원을 기꺼이 쓰는 사람들에게 '카카오헬스케어는 한 달에 1만원으로 건강 관리를 해주겠다'고 설득하는 게 우리는 물론 디지털 헬스 기업의 가장 큰 숙제"라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법을 의료계와 산업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법을 의료계와 산업계,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의료계와 산업계, 정부가 '환자 중심'을 강조해도 그 당사자인 환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어렵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환자 중심성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갖추려면 환자 입장에서는 '내가 주인이 되는 헬스케어'가 돼야 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윤의 극대화'를, 보험자 입장에서는 '재정 건전화'라는 가치가 부여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모든 출발점이 환자라고 하면서 여전히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각하고 보험자와 공급자를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지향점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걸 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스마트워치조차 차기 귀찮은 사람이 많다. '스마트 워치가 나한테 주는 가치가 뭐냐'는 물음에 대해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헬스케어 김준환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환자경험 개념이 단순히 '경험' 차원을 넘어 '참여'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환자경험은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본다. 일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경험한 국민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관건은 그 '첫 경험'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김 이사는 "병원에서 돌아온 환자가 스스로를 돌보는 '셀프케어'를 수월히 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에 더 신속하게 접근해 정확하게 해석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환자경험은 경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환자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참여의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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