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22가 다룬 '병원 혁신법'…"혁신을 알고 나를 알아야"
"생각 없이 따라하기만 하면 필패, 주제파악부터하라"

국내 의료계에 병원 혁신과 환자경험 개념이 도입된 지 오래됐는데도 왜 아직도 ‘병원 혁신’ 어려울까. 병원 혁신 전문가들은 ‘혁신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우리 병원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해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7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는 ‘병원 혁신은 이래서 어렵다’를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됐다.

뷰브레인 김재학 대표(전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소장)는 병원은 어디서든 혁신이 일어날 수 있지만 병원마다 혁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병원은 어디서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데 모두의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혁신 분야가 다르다”며 “병원마다 혁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iPex 2022 둘째날 열린 '병원 혁신은 이래서 어렵다' 세션 진행 모습. 뷰브레인 김재학 대표(좌),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장 기획조정실장,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종혁 교수. 
HiPex 2022 둘째날 열린 '병원 혁신은 이래서 어렵다' 세션 진행 모습. 뷰브레인 김재학 대표(좌),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장 기획조정실장,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종혁 교수.

제품인 진료에서 주로 혁신 있었다면 이제는 서비스 디자인 혁신

김 대표는 ▲전략 ▲소통‧절실함‧인적역량‧내부협업‧외부연결‧프로세스 등 시스템 ▲아이디어 도출‧우선순위화‧결과 도출‧현장 적용‧전사 확대 등 프로세스 등이 모두 어우러지는 과정이 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병원 혁신은 일반 회사의 제품에 해당하는 진료에서 주로 일어났는데 5~10년 전부터 서비스와 고객 참여 등을 디자인적 사고로 혁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금은 5~10년 전부터 있었던 변화가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때”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혁신은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 혁신 주제를 찾아보면 여러 곳에 얽혀 있다”며 “혁신을 위한 부서 하나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병원 혁신 시스템을 잘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병원 혁신이 어려운 구체적인 사례도 들었다. ▲내부에서 운영하는 상사평가제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성과평가 ▲실패에 대한 꼬리표 ▲아무런 보상없는 혁신 시스템 등을 병원을 망치는 인사제도로 꼽았다.

김 대표는 “실패에 대한 비난을 받는 혁신 담당부서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만물박사는 없다. 혁신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 DNA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병원은 혁신이 어려운 조직이다. 전략, 시스템, 프로세스 각각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잘 해결되고 조직 전체가 모여야 성과가 나온다”며 “서비스 디자이너가 병원을 하루 돌아다니면 15분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병원을 디자이너로 채워야 한다. 병원 혁신은 ‘디자인 씽킹’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생각없이 따라하기만 하면 실패…"주제파악부터"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기획조정실장은 우리 병원의 현 상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혁신에 성공한 병원을 벤치마킹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기조실장은 “병원 혁신에 대한 오해는 ‘저 병원은 잘 되는데 왜 우리병원은 안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병원 혁신 위해서는 우선 ‘주제파악’을 통해 우리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기조실장은 국내 대표 병원들을 엔터테이먼트기업과 비교했는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병원계 SM·JYP·YG·하이브’ 등 체계적인 시스템에 자본도 많은 대형기획사와 비슷하다고 평했다.

연세의료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계열 병원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비유하며 오랜 시간 쌓아온 의료 역량과 조직문화를 장점으로 꼽았다.

차병원, 길병원, 백병원 등 오너 중심 병원들은 대표인 용감한 형제(본명 김동철)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 비교하면서 오너의 강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너가 생각하는 방향과 맞으면 빠른 혁신이 일어난다고 했다.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들은 공영방송인 EBS와 KBS에 비교하면서 혁신이 힘든 구조며 규정에 얽매어 의사결정이 늦고 공문서에 파묻혀 지낸다고 평했지만 가끔 ‘펭수’와 같은 일도 일어난다고 했다.

김 기조실장은 “(다양한 병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비슷한 병원을 봐야 한다. 그들의 성공 요인과 실패 요인,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간 구체적인 방식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기조실장은 “우리만의 목표를 세우고 병원 내에서 혁신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우리가 누군지 알고, 어떤 목표를 가졌고, 혁신을 위한 방식을 찾는다면 병원은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외부 컨설팅업체를 통한 혁신을 추진하더라도 내구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기조실장은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컨설팅업체에 (혁신을) 의뢰하면 ‘호구’가 된다"며 "(병원 규모나 특징에 상관 없이) '내가 대기업 기획사에서 일했다', '암센터를 확대하고 질병 중중도를 올려라' 등의 이야기를 하면 그 업체에게 맡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기조실장은 “우리가 뭘 하고 싶은지 내부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고민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회식을 하는 게 조직문화를 위해서도 낫다”며 “우리가 정말 해야 하는 구체적인 전략을 필요로 할 때 컨설팅을 의뢰해야 한다. 우리가 진단하고 치료하는 주도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하지 않는 의사들 설득하려면? 꾸준한 교육 필요"

발표 후 종합토론에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종혁 교수는 병원 내에서 혁신을 바라지 않는 의사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꾸준한 교육’과 ‘설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김 교수는 “병원 혁신에서 많이 하는 고민이 변하지 않는 의사들인데, 찾아가서 설득하고 조정하는 것 외 방법이 없다. 시스템 중심 혁신으로 가기 위해서 결국 관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의대생과 전공의 등 어릴 때부터 관련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병원 혁신과 관련해 여러 강연을 다녀보면 결국 리더십에 대한 니즈가 강한 곳이 혁신에 성공한다”며 “(혁신에 적극적이지 않은 구성원들을) 찾아다니고 변화할 수 있게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혁신 성공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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