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거듭될수록 점수도 올라간 인하대병원
2·3차 평가 맡았던 김철우 교수, ‘꾸준함’ 강조
“평가표만 바라보지 않았다…환자중심 문화, 시대 흐름”

세 차례 진행된 환자경험평가에서 눈에 띄는 성적을 받은 곳이 있다. 바로 인하대병원이다.

인하대병원은 평가가 거듭될수록 성적이 올라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3차 환자경험평가에서는 ‘1위’로 올라섰다. 인하대병원은 6개 영역 중 4개 영역에서 90점 이상인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에게 추천하겠느냐는 문항 등으로 이뤄진 전반적 평가 영역 점수가 93.28점으로 가장 높았다. 상급종합병원 45개소 중 가장 높았다. 전반적 평가는 입원 경험을 점수(10점 만점)로 평가해 달라는 문항과 가족이나 친구에게 추천하겠느냐는 문항으로 이뤄졌다.

인하대병원 의료혁신실에서 두 차례(2, 3차)의 환자경험평가를 ‘경험’한 김철우 교수(알레르기내과)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환자 중심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꾸준히 시행해 온 노력의 결과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혁신실장을 역임했다.

인하대병원은 환자경험평가가 시행되기 이전인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진료면담 컨설팅을 시행해 왔다. 또 입원·외래 환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의견만 듣고 끝’이 아니라 ‘반드시 반영하고 실천’한다는 믿음을 강조했다. 그로 인해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이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하대병원은 환자경험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을 청년의사 주최로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인하대병원 의료혁신실장을 지낸 김철우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를 통해 환자경험평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인하대병원).
인하대병원 의료혁신실장을 지낸 김철우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를 통해 환자경험평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제공: 인하대병원).

- 의료혁신실 부실장과 실장직을 역임하는 동안 진행된 2·3차 환자경험평가에서 인하대병원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3차 평가에서는 ‘1위’에 올랐다.

언제나 현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성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그저 늘 감사한 마음이다.

현재는 일부 조직 개편으로 업무가 줄었지만 의료혁신실을 맡고 있을 당시 의료혁신실은 환자중심 활동과 환자경험을 담당하는 서비스혁신팀뿐만 아니라 환자안전과 질향상을 담당하는 가치혁신팀, 그리고 보험청구와 삭감관리를 하는 적정진료팀, 이렇게 크게 세 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병원의 핵심부서이고 많은 일을 담당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상당히 많은 조직이었다. 그렇기에 단기 업적에 연연하지 않고 각 팀에 속한 팀원들이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도 주고 병원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로 인해 각 팀 모두 해당 분야에서 좋은 결과를 지속해서 얻을 수 있었다. 환자경험평가도 단순히 눈앞의 평가를 의식하고 단기간 준비하는 것이 아닌, ‘환자경험, 환자중심 문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던 활동이 선행됐기에 ‘전국 1위’라는 평가가 뒤따라온 것 같다. 개인에게도 영광이지만, 우리 팀원뿐만 아니라 병원 모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줘서 얻을 수 있었던 결과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 인하대병원은 1, 2차 평가보다 3차 평가에서 영역별 점수 상승폭이 크다. 1, 2차를 준비하던 시기와 비교해 3차 평가에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특별한 것은 없다. 오히려 기존에 했던 활동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기본에 충실’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중점을 둔 부분이라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아닐까 생각한다. 환자경험평가도 3회 차에 걸쳐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제 평가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사례들은 많이 공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무엇을 하면 좋다’를 넘어 그렇게 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

우리 병원은 다양한 만족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고, 특히 입원환자 만족도 조사와 외래환자 만족도 조사는 환자경험평가 주기와 관계없이 매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는 단순히 보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 문제 해결을 제안하거나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고, 필요시 맞춤형 교안을 개발해 교육을 진행하며 서비스 개선을 돕고 있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데이터관리는 직원들이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하는 데 있어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됐다.

- 인하대병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함께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원내에서 진행하는 모니터링 외에도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대하기 위해 외부업체와 함께 서비스의 질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환자경험평가를 위해서 단순히 ‘평가항목’을 기반으로 하는 만족도 조사가 아닌 말 그대로 예약부터 귀가까지 모든 고객의 여정에 대한 평가, 타 병원과의 경험비교 분석 등 보다 포괄적인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환자의 불편사항을 파악하고, 인하대병원의 장단점을 확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만족도 조사는 환자경험평가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경험평가 시행 연도나 주기(2년마다)와 상관없이 매년 시행하고 있으며 입원, 외래, 검사, 응급의료센터, 중환자실 등 전반적인 서비스 모니터링과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를 해당 부서 관리자는 물론 전 직원들에게 공유해 문제의식과 개선 의지를 심어주고, 임원보고를 통해 적극적인 리더십으로 도출된 과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자체 시스템과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만족도 조사라는 양방향 평가 체계를 통해 지속적으로 만족도 향상과 내부 개선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 인하대병원은 세 차례 환자경험평가를 받으면서 영역별 점수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투약·치료 과정 영역(87.06점→87.21점→90.32점)과 의사 영역(85.83점→85.87점→89.51점) 점수가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다.

투약·치료 과정 중에 하는 필수적인 설명이 어떻게 하면 환자에게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결과, 의료진 입장에서 일방적인 설명보다 표준화된 설명 도구를 개발해 꾸준히 실천했다. 또 알기 쉽게 설명됐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진료면담 컨설팅을 시행해 왔으며 어느덧 교수 대부분이 참여한 상태로, 최근에는 컨설팅 대상을 더욱 넓히고 있다. 자신의 진료 과정을 영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전문가 피드백을 받아 현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 3차 환자경험평가 결과, 전체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영역이 환자권리보장으로 78.77점이었다. 환자권리보장 영역은 평가가 진행될수록 점수가 떨어지는 양상(82.80점→80.23점→78.77점)을 보였다. 인하대병원은 환자권리보장 영역에서 전체 평균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았고, 1·2·3차 평가에서 큰 점수 하락(86.97점→85.34점→85.39점)은 없었지만 6개 영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환자의 참여·권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단기간의 노력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하대병원은 (전체 병상의) 80% 이상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그만큼 환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요구도와 기대치가 높아 우리의 노력 대비 결과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지난 2~3년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호자 면회도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입원 후 가족의 도움이나 정서적 지지, 간병 없이 혼자 지내다 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환자들이 느끼는 권리보장 정도가 낮았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사실 환자경험평가 전에는 우리 병원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우려도 많이 했다.

결론적으로 환자권리보장은 환자중심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조직문화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공감 활동, 캠페인, 교육 등을 통해 전사적으로 더 실천해야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환자경험평가를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나.

어떤 평가든지 가장 힘든 부분은 평가를 주관하는 부서의 노력 외에 조직 구성원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하는가 일 것이다. 우리 또한 가장 고민을 많이 했고, 어려웠던 부분이다.

우리는 다양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인데, 이때 환자 의견뿐만 아니라 현장 직원들의 목소리도 함께 듣고자 노력했다. 수렴된 의견들은 철저한 진행 사항 관리를 통해 ‘의견만 듣고 끝’이 아니라 ‘반드시 반영하고 실천’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기에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교육을 시행할 때도 단순히 ‘해야 한다’가 아닌 ‘왜 해야하고’ 그것이 결국 고객은 물론 자신에게도 유익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행했다. 의사직, 간호직, 의료기술직 등 각 직무에 적합한 현장 문제 해결 능력 강화를 유도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통해 도출된 취약 부분을 기반으로 개선전략을 제안해 교육효과를 높이고자 노력했다.

자발적 참여 유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은 필수다. 회진우수 진료의, 칭찬주인공 및 칭찬부서, 우수 회진알림 의료진 등 환자경험 개선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개인 또는 부서를 대상으로 포상을 진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 환자경험평가가 병원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평가 방식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환자경험평가는 다른 평가들과는 달리 환자 스스로가 ‘직접’, 본인이 경험한 내용에 대해 ‘주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단순히 서열화하거나 수치적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일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병원 규모에 따라 평가에 얼마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지에 따라 평가 결과가 달라지는 부분은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혼동을 일으키거나 주관적인 요소가 너무 강한 문항도 있으며, 질환의 종류나 중증도, 그리고 환자의 특성에 따라 평가 점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같은 문항으로 조사한 후 결과를 점수화해 1위부터 발표하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지고, 의료기관에는 개선을 위한 노력 의지를 꺾게 할 수 있고 환자들에게는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환자경험평가 조사 설문의 타당성에 대해 계속해서 평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평가 결과는 의료기관 종별로 등급화를 하거나 단계를 두어 단순한 점수화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모든 의료기관이 더 좋은 환자경험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환자경험평가는 각 의료기관에서 어떠한 관점에서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준비가 이뤄지는 것 같다. 단순히 ‘평가’로 의식한다면 ‘평가표’만 바라볼 것이고, 이를 계기로 조직에 어떠한 긍정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현장에서 ‘환자경험’을 바라볼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보완해 나가는 것은 환자들의 ‘진심’으로 조금 더 다가가, 근본적으로 ‘환자경험’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에게 환자경험평가는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약사, 그리고 의료기술직 등 모든 직종의 직원은 해당 분야에 필요한 교육을 모두 이수하고 자격을 갖춘 전문직이다. 그런 전문성은 환자에게 고압적인 자세나 권위적인 행동을 통해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고도의 지식과 윤리성, 책임감 등을 바탕으로 환자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진료를 제공하는 환자중심성을 통해 인정받는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병원 모든 구성원이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가 개선돼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