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전담병원 더불어 ‘일반진료’ 이어 온 일산병원
공공병원이자 보험자병원 정체성…“전사적 동참 이뤄”
전담병원의 리질리언스(Resilience), ‘HiPex 2022’서 공유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한 지붕 두 병원' 전략은 새로운 방역체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사진출처: 일산병원의 코로나19 백서 '공존' 캡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한 지붕 두 병원' 전략은 새로운 방역체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사진출처: 일산병원의 코로나19 백서 '공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전선에 섰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의 대응은 달랐다. ‘공존’을 테마로 병원을 통째로 비우는 대신 일부를 코로나19 전담병동으로 구축하고, 나머지 병동은 ‘일반진료’를 지속했다. 이른 바 ‘한 지붕 두 병원’ 전략 이다. 병동을 통째로 비워야만 했던 다른 거점병원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모범적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지붕 두 병원 전략은 이렇다. 병원 일부 층을 비워 코로나19 전담병동으로 분리했다. 4개 층과 지원공간 1개 층으로 이뤄진 코로나19 전담병동은 중등증과 준중증,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비했으며, ‘스텝 업 다운(Step Up Down)’ 시스템으로 이송과 전원으로 인한 환자안전 문제를 해결했다. 철저히 분리된 공조 시스템 덕분에 일반환자 진료도 지속할 수 있었다. 권역 내 진료량의 25%를 담당하는 일산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일반 환자를 포기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일산병원은 이 전략으로 일반진료를 지속한 덕분에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이 종료된 이후에도 경영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병원 구성원들의 전사적 참여가 있다. 보험자병원으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표를 리더십 단계에서 심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분에 일산병원은 코로나19 위기에도 의료인력 이탈이 거의 없었다.

일산병원 한창훈 진료기획실장은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한 지붕 두 병원 전략의 성공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병원 구성원들이 힘을 모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실장은 일산병원 호흡기내과장도 맡고 있다.

일산병원은 코로나19 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회복탄력성의 비결을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HiPex 2022(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22, 하이펙스 2022)’에서 공유한다.

일산병원 한창훈 진료기획실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일산병원 한창훈 진료기획실장은 청년의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 병원을 통째로 비우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한 지붕 두 병원’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정부에서도 당장 병원이 필요했다. 병상을 빠르게 구축해야 했으니 새로 짓는다는 것은 선택지에 없던 때다.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병원 맨 윗층인 13층부터 차례로 5개 층을 비우기로 했다. 4개 층이 코로나19 전담병동이고 1개 층은 지원공간으로 뒀다. 가장 빠른 방법이었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이기도 했다. 병실에 있던 환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13층부터 차례로 병동을 비우며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격벽을 쳤다. 한층 한층 비우고 공사하길 반복했다. 4개 병동 공사를 완료하기까지 2주가 걸렸다. ‘기네스북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빨랐다.

- 일산병원이 견고한 대응체계를 갖출 수 있었던 배경은.

처음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벤치마킹 할 병원이 없으니 표준진료시스템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만들었다. 예를 들면 사망 환자가 생겨 장례식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니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세세하게 다 정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소통도 힘들었고, 코로나19 병동 운영을 두고 병원이 망할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공병원이고 보험자병원으로서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생각으로 전사적 참여로 완성됐다.

- 일산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하면서도 일반진료도 놓지 않았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코로나19와 비(非)코로나19로 나눠야 했다. 하나의 병원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병원이 공존하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일산병원이 전국 14위 진료 규모를 갖고 있다. 832병상이지만 외래환자를 워낙 많이 보고 있어 지역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산병원 같은 종합병원이 갑자기 사라지면 지속적으로 진료를 봐야 하는 환자들도 갈 곳이 없게 된다. 일반진료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병상가동률이 떨어져 위기감은 든다. 하지만 그렇게 했기 때문에 힘들게나마 버티고 있는 거다. 반면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병동으로 꾸렸던 공공병원들은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부터 신규환자로 채워야하는데 정부 지원금도 끊겼다. 그런데 인력은 그대로다. 환자는 없는데 유지비용은 그대로 드니 힘들 수밖에 없다.

- 의료인력의 ‘번 아웃’도 어려움 중 하나였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인력 이탈이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초기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공포와 두려움이 가장 컸다. 의료진도 마찬가지였다.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너무 컸고, 방호복을 입고 음압실에서 일 하는 게 체력적 소모가 상당했다. 2시간 마다 교대했지만 땀을 너무 흘려 탈수가 될 정도였다. 구성원들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도록 했다. 전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점수가 안 좋게 나온 사람은 정신과 상담도 보고 진료도 받기도 했다. 또 매주 원내 브리핑을 통해 현재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인력 간 휴대시간을 철저히 지켜주려 노력한 점도 번 아웃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 이에 의료진 이탈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코로나19 병동 인력들에게만 지급되던 정부 지원금이다. 코로나19 병동에 투입된 인력들로 일반병동 인력들의 업무도 늘어 힘든 건 똑같지만 일반병동 인력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신종 감염병에 앞서 규모 있는 종합병원 옆에 독립된 감염병 건물을 지어주고 인력 차별 없이 지원금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 더 이상은 사명감과 희생만 강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공공병원과 보험자병원으로서 일산병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공병원의 미래를 스마트병원에서 찾아보려 한다. 일산병원은 지난 2020년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지원 사업 대상 의료기관으로 선정돼 지역사회 네트워크 기반 스마트 감염체계인 ‘I-SMART’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공공의료에 스마트병원 시스템을 도입해 지방 의료원의 인력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 제도로 나아갈 수 있는 모델을 선도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낙후되고 적자에 허덕이는 공공의료에서 탈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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