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이례적으로 입장 발표하고 특단 대책 촉구
“지원율 하락 이유 간단, 미래 보이지 않기 때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청년의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청년의사).

올해 10%대로 떨어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에 대해 전공의들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과를 전공하지 않겠다는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4일 소청과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매년 진행되는 전공의 모집 결과를 두고 별도 입장문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7일 마감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소청과는 역대 최저인 16.4%를 기록했다. 청년의사가 소청과 전공의를 모집하는 수련병원 69곳 중 68곳을 조사한 결과다(관련 기사: 전공의 지원율 10%대로 떨어진 소아청소년과 ‘충격’).

대전협은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고 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개별 전공의의 전공과목 선택 기준은 여타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에서 초기 몇 년 경험이 미래 본인의 진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전공과목 선택이 이뤄진다”며 “최근 문제 되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의 경우 어떻게 보면 전공의들이 합리적인 선택 결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의료 수요가 감소해 소청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도 개원조차 쉽지 않으며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소청과 전문의 채용을 늘리지 않으니 봉직의로 취업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오히려 수련을 받지 않는 것이 더 급여가 높은 경우도 왕왕 있다. 실제로 소청과 전문의 취득 후 다른 과목 진료를 하는 의사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대학 교수’도 전공의들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전협은 “교수가 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전공의에게 당직을 몰아주는 시대는 끝났다. 전국 각지 병원에서 교수들이 당직을 서다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있다”며 “세부전문의까지 수료한 이후에도 인력난으로 혹사당하는 교수들을 보며 전공의는 해당 과목에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소아 진료 자체에 대한 부담도 크다.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던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은 1심과 2심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전협은 “의료인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측할 수가 없다. 건강했던 환아가 바이러스성 감염 이후 갑자기 중환자가 되기도 한다. 마취를 하다가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 영유아의 경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며 “의료인도 이런 상황 속에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전협은 “소아 환자를 보는 일 자체가 상당 수준의 감정 노동을 포함한 유무형의 노동 강도를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 큰 수술을 해야 하거나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환아의 진료는 더욱 더 어렵다”며 “의료인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는데도 늘 의료소송을 비롯한 법적 분쟁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에는 의료인에 대한 폭력도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진료를 하다가 낫에 찔리거나 따귀를 맞거나 하는 폭력 상황이 지속적으로 보고된다. 폭언은 부지기수”라며 폭력 문제도 거론했다.

대전협은 소청과 전문의가 돼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을 개선해야 전공의 지원율도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결과다. 여러 가지 수요를 고려해 전공의 수를 조정하고 필요한 영역은 기존 배출된 전문의로 대체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소청과 전문의를 충분히 채용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소청과 전공의가 36시간 연속근무를 해가면서 남은 당직을 채우는 이 상황이 기형적”이라며 “전문의 채용을 위한 보험 수가 가산과 획기적인 국고 지원이 필수다. 소아 진료가 저출산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그만큼 충분히 예산을 배정하고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 채용 기준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전협은 “제대로 된 소아 진료를 위해서는 일정 병상 수마다 전문의를 채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등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배출되는 소청과 전문의들이 다른 영역 진료를 담당하는 게 아니라 전문성을 살려 소아 진료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협은 “소청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영역에 한국형 사회보장기여금을 법제화해 국고 보조를 명문화하고,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기준을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포함해 전문의 채용을 촉발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전문의 채용을 통해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 당직 연속근무를 24시간으로 제한하거나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추가 수당을 제대로 지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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