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간호사 구인 ‘하늘의 별 따기’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 “소청과 안오려 한다”
“의사 수 늘린다고 소청과 지원자 늘지 않는다”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뿐만 아니라 간호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소아 진료 기피 현상 때문이다.

소아 환자의 혈관을 찾아 ‘한 번’에 정맥 주사를 놓지 못하면 부모의 원성이 쏟아진다. 우는 아이를 붙잡고 혈관을 찾지 못해 주삿바늘을 2~3번 찌르는 순간 “우리 애가 마루타냐”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소아 환자뿐만 아니라 부모 등 보호자까지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간호사를 소아 진료 현장에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인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이같은 일이 일상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지난 16일 의정부 소재 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같고 소아청소년과는 전문의뿐 아니라 간호사도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이 한 곳뿐인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최 원장은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에 도전하고 싶지만 간호사 수급이 불가능하다”며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근무 환경도 최상으로 유지하고 소아 혈관 주사를 도와주는 조영 장비도 3대나 구입했다. 이 장비는 1대에 3,400만원 정도 한다. 그래도 소아 환자를 보려고 하는 간호사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간호사가 소아청소년과에는 오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에게 주사를 놓을 때 딱 한 번 찔러서 넣지 않으면 보호자들이 거칠어진다. 주사를 한 번에 놓지 못한다며 간호사에게 뭐라고 한다”며 “검사를 위해 혈액을 몇 번만 채취해도 치료는 하지 않고 피만 뽑는다며 항의하는 보호자들도 많다. 그로 인해 우는 간호사들도 많았다”고 했다.

최 원장은 소아 환자 보호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의사나 간호사들 사이에서 퍼지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라고도 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인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지난 16일 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붕괴 위기에 놓인 소아진료체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인 최용재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지난 16일 경기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소아진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청년의사).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소아의료체계

소아 진료 현장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일을 반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매해 최저를 기록하면서 소아 진료를 제한하는 대학병원도 늘고 있다.

최 원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학병원은 근무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서 의사 1명당 근무 시간이 길어지고 과도한 업무 부담에 교수들마저 관두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개원가나 아동병원에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을 대학병원이 빨아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병원급인) 아동병원에 대학병원의 역할이 떠넘겨지기도 한다”며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의대를 신설하고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아무리 늘려도 현 의료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의사는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후배 의사들에게 자신 있게 ‘소아청소년과 괜찮다, 미래를 바꾸는 직업이다’라고 말하며 권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 원장은 “의료를 얘기할 때 항상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언급하는데 이제 ‘산소’(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의료의 호흡곤란 내지는 호흡 중단 사태까지 오면서 필수의료가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 공급 중단될 위기에 처한 산소를 살리기 위한 정책도 절대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 수익 생각하면 참여 못해”

소아청소년과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한 최 원장이지만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튼튼어린이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시범사업’에 참하면서 육아를 돕기 위한 자체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최 원장은 “우리나라의 내일인 소아청소년을 위한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이 발전해 심층진료로 이어질 수 있게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를 위해 정부가 제시한 성장, 심리상담, 비만관리, 만성질환 관리, 인지능력 제고 등을 위한 매뉴얼을 준비해 조만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튼튼어린이병원은 소아청소년 성장 상담을 위해 최신형 영유아 안과 사시 선별 검사기, 인공지능(AI)이 접목된 고관절 전문 초음파 기기, 육아기술 교육 등을 마련했다. 특히 인지 능력 제고를 위해 일반 가정에서 시행할 수 있는 영유아 놀이 매뉴얼을 마련해 부모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놀이 교육 등을 위해 보육교사도 1명 채용했다.

심층상담은 최 원장이 담당한다. 현재도 하루에 봐야 하는 소아 환자가 많은 다른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에게 추가로 업무 부담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심층상담을 위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더 고용하기에는 시범사업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최 원장은 “원장 1명이 근무하는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 심층상담 시범사업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수익을 보고 시범사업에 참여한다면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적자일 수밖에 없다”며 “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청소년 건강을 위해 시범사업을 도입했다는 것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회수 등을 제한해 과연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그래도 “상담 비용은 책정이 되지 않았는데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상담수가가 마련된 셈이다. 이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매뉴얼을 제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첫 단추”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아동 일차의료 심층사업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총 1,290곳이며 수가는 2023년 기준 병원 내 소청과는 4만9,320원, 의원은 4만9,540원이다. 교육과 상담은 최소 15분에서 20분간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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