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병원 여자 전공의 보호자에 뺨 맞는 사건 발생
“보호자들 상대로 한 감정노동 시달려…중도포기 답인가”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政, 아이들 죽어 나가야 대책 세우나”

보호자들의 폭언과 폭행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마음이 멍들고 있다. 최악의 지원율로 소아 진료체계 붕괴를 걱정하고 있는 소청과는 아픈 아이로 격앙된 부모들을 상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지출처: 블라인드 캡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러한 소청과 진료 현장을 드러내는 글이 올라왔다.

본인을 지방 모 대학병원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는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소청과 전공의가 환자 보호자에게 뺨을 맞은 일이 생겼다고 했다. 아픈 아이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는 게 폭행의 이유였다. 글쓴이는 소청과 의사가 ‘극한직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보호자에게 설명하다가 (전공의가) 아빠라는 사람에게 뺨을 맞았다”며 “주변 모두 너무 놀라서 몇 초간 얼었다가 뜯어 말렸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픈 애를 오래 기다리게 했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아과에 오는 보호자들은 대체로 예민하고 화가 나있다. 말 못하는 아기는 울고 그 난관을 뚫고 진단을 내려 보호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극한직업”이라며 “전공의 지원도 박살났는데 소청과 의사들에게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했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는 소청과 몰락의 원인 중 하나로 보호자들의 폭언과 폭행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쏟아졌다.

댓글에는 “부모 때문에 소청과 기피한다”, “소청과는 중도포기가 답이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낮은 건 국민들이 만든 것”, “보호자 블랙리스트라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소청과 극한직업이다”, “병원 내 청원경찰 상시대기가 필요하다”, “의료인 폭언과 폭행 처벌강도 올렸으면 좋겠다. 환멸난다. 맞아도 쉬쉬해야 하는 게 현실”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보호자들을 상대로 한 감정노동에 더해 지역 커뮤니티인 일명 ‘맘 카페’에서 벌어지고 있는 악성 댓글들도 소청과 의사들을 의료 현장에서 떠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12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감정노동이 심한 진료과 중 하나가 소청과”라며 “‘아이가 아픈데’라는 말만 앞에 붙이면 우선해 봐줘야 한다는 논리가 통한다고 생각한다. 맘 카페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청과 개원의들도 많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동네 소청과 하나가 개업하면 좋은 평을 써 줄테니 (카페) 지원을 해 달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곳들도 있다”며 “그걸 거절하면 해당 의원을 겨냥한 악성 글이 게재되고 운영진 몇몇이 분위기를 주도하며 몰아간다. 버틸 수가 없다”고 했다.

임 회장은 4년차 전공의들이 의국을 떠나는 3월이 되면 소아 진료 대란이 올 거라고 경고했다.

임 회장은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진료를 못 보는 곳이 길병원 한 곳 뿐만은 아닐 거다. 3월이 되면 전국적인 문제가 될 거다. 현재 전공의 4년차 이후 전공의 모집이 거의 안 됐다. 이미 지방병원 중 소청과 전공의를 수년 간 뽑지 못한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서울과 수도권 안에서도 소아환자 진료를 받아 주는 대학병원이 사라지고 있는데 지방은 어떻겠냐”며 “몇년 전 이렇게 할 바에 소청과를 폐과하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굳이 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아이들이 죽어 나가야 대책에 나설 건가. 정말 큰일”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