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요청에 ‘시끌’
전공의 모집 때마다 지원자 더 많지만 인기과에 몰려
“이대로 정원만 늘리면 오히려 상황 더 악화될 것”

교육부가 2024학년도 의대별 정원 발표를 앞두고 보건복지부에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청년의사).
교육부가 2024학년도 의대별 정원 발표를 앞두고 보건복지부에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청년의사).

새해를 앞두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부가 보건복지부에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게 발단이 됐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입원 진료를 중단하는 대학병원이 생겼다는 소식에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에 소청과나 흉부외과, 외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도 부족하다는 논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지난 25일 복지부에 제출한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유지되면 오는 2035년에는 의사 수가 필요 인력 대비 2만7,232명 부족하다고 추계했다.

전문과목별로도 예방의학과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2035년 기준 내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등 내과계는 총 1만42명 부족하고 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외과계는 8,857명 부족하다고 추계했다. 마취통증의학, 병리학 등 지원계는 7,450명, 일반의는 1,032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방의학과는 오히려 150명 초과 공급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하지만 의료계는 현재의 의료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가 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전공의 모집 때마다 전체 정원보다 지원자가 더 많지만 기피과에는 지원자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과목별 전공의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지원율은 2018년 110.2%, 2019년 111.5%, 2020년 113.3%, 2021년 111.6%, 2022년 120.8%로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청과,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과는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소청과는 최근 2~3년 사이 지원자가 급격히 줄었다. 지난 2018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율은 113.6%로 전체 지원율(110.2%)보다 높은 ‘인기과’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지원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율은 101.0%로 정원은 채웠지만 2020년도부터 78.5%로 미달되기 시작해 2021년도 37.3%, 2022년도 27.1%로 떨어졌다. 2022년도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던 결핵과를 제외하면 소청과 지원율이 가장 낮았다.

올해 진행된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율은 20%선도 붕괴됐다. 소청과는 207명 모집에 33명만 지원해 15.9%라는 역대 최저 지원율을 기록했다.

다른 기피과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8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외과 전공의 지원율은 83.8% → 92.2% → 88.1% → 91.1% → 76.7%였으며 흉부외과는 57.4% → 66.7% → 62.5% → 56.3% → 47.9%로 미달을 면치 못했다. 지난 2018년도 86.6%이던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2년도에는 82.5%로 떨어졌다.

반면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불리는 인기과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2018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피부과 전공의 지원율은 163.8% → 147.8% → 152.2% → 184.1% → 163.8%로 매해 정원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같은 기간 안과 지원율은 116.5% → 123.3% → 143.7% → 150.5% → 203.9%로 급증했으며 정신과도 133.9% → 136.3% → 134.7% → 141.9% → 164.5%로 올랐다. 외과계열인 성형외과도 매해 지원자가 늘어 2018년도 137.5%이던 지원율이 2022년도에는 186.1%까지 증가했다.

의료계는 의사 증원이 필수의료 의사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년 진행되는 전공의 모집 결과가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의대 입학 정원만 늘리면) 상황이 오히려 더 악화될 것”이라며 “전공 선택을 강제하면 역효과만 클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를 전공하라고 강제하면 기존에 그 자리를 지키던 의사들마저 회의감에 떠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변인은 “의대에 들어갈 때는 외과나 흉부외과 의사를 꿈꾸지만 수술실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많다. 이걸 강제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박 대변인은 “필수의료 분야가 사회적으로 존중 받고 처우를 개선해주고, 소송 등 위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환경을 조성해야 지원자가 늘 것”이라며 “현실은 외면한 상태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하면 그마나 지탱하고 있던 필수의료도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처럼 불씨 하나로 인해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며 “전문의 1명을 양성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린다. 10년 앞을 내다보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시작하려면 정부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됐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 논의를 시작하기로 의정 합의를 했다.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정부가 먼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됐다고 선언하고 난 다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의정합의 사항인데도 여러 부처에서 불협화음처럼 의대 정원 확대를 얘기하는 것은 문제다. 복지부가 그 시점을 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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