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가 아니라 전문의 충원 시급" 한 목소리
"'전공의니까 참으라'는 말 얼마나 유효할지 의문"
대전협, 병원 적정 인력 기준 마련과 정부 지원 요구

전공의 정원 배정을 늘려달라는 수련병원과 학회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청년의사).
전공의 정원 배정을 늘려달라는 수련병원과 학회들이 늘고 있다. 정부도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청년의사).

수련병원과 학회들에 이어 정부도 전공의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는 전공의들은 "결국 값싼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 아니냐"며 씁쓸해 했다(관련 기사: 정부, 지방 대학병원 전공의 정원 확대하나).

저마다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에 대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전문의를 충원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고 봤다. 수련병원들이 '교육시킬 전공의'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일할 전공의'를 더 충원하길 원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공의와 전문의를 가리지 않고 과도한 업무 부담을 견뎌야 하는 병원 환경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당직을 서야 한다'는 말에 씁쓸해하기도 했다. 전공의에게도 당직은 "당연히 힘들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2년 차 전공의 A씨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좋지 않다. 어쩌다 그 말이 우리 과 위기를 나타내는 '최상급 표현'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기피과로 꼽히는 외과계열에서 일하고 있다.

A씨는 "정말 단편적으로 생각했을 때 배우는 입장인 전공의보다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전문의 동료 1명이 업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지금 언론 보도만 보면 전문의 더 뽑자는 이야기는 전공의들이 하고 교수들은 전공의 더 달라고 한다. '웃픈' 현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3년 차 전공의 B씨는 "교수들도 다 겪어서 알겠지만 당직 전공의도 당연히 힘들다. 하라니까 하는 거다. 교수들도 옛날에 다 한 일이니까 그러려니 견디는 것"이라면서 "후배들은 이걸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만간 '교수니까, 전공의니까, 의사니까' 이 환경을 참고 버티라는 말이 유효하지 않을 때가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북 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3년 차 전공의 C씨는 "근본 문제는 의사가 과로해야 굴러가는 '가성비'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에 전공의를 더 배정해도 "그만큼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과로하는 의사가 한 명 더 늘어날 뿐"이라고 했다.

C씨는 "근본 문제는 내버려 두고 대학병원끼리 서로서로 인력 '땡겨쓰기'하고 '돌려막기'만 하는데 뭐가 해결되겠느냐"면서 "적정한 업무량을 적절한 인력이 나눠서 하도록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안 그러면 의사 한 명 늘면 업무량 3배로 뛰는 일만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인력 확충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대학병원 업무 체계가 전문의 위주로 개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관련 기사: .없어진 뉴질랜드의사협회가 보낸 '경고' "젊은의사에게 권한 줘야"). 대전협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가 없어 교수가 당직한다'는 호소가 '전문의가 부족해 의료 공백이 생긴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병원에 전공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의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면서 "전문의를 대학병원으로 불러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을 통한 전공의 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전공의 정원과 전문의 수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적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공의) 배치의 문제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병원에서는 (전공의와 교수)세대간 업무 분배가 필요하다. 전임교수가 진료 외에 연구와 교육까지 도맡는 삼중 부담 구조도 문제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부는 대학병원 인력기준을 마련하고 인력(전문의) 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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