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재원 의료인력정책과장 "학회·병원 모두 정원 증원 요구해"
김윤 교수 "전공의 값싼 노동력 확보하려는 병원 운영 구조 문제"
문석균 실장 "의료전달체계 붕괴 방증…의사 수 자체 부족 아냐"

"만나는 교수마다 본인 전문과 전공의 정원을 늘려달라고 한다. 학회, 대학, 병원 모두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한다."

2023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을 앞둔 병원가에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련병원과 전문과를 막론하고 전공의 정원 증원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될 의과대학 정원이 고정된 상태에서 파이는 이미 나뉘었는데 더 가진 쪽에서도 덜 가진 쪽에서도 "부족하다"는 목소리만 나오고 있다.

아예 학회 차원에서 전공의 증원을 공론화한 전문과도 있다. 대한비뇨의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최근 전공의 정원 증원에 대한 회원 의견을 수렴했다. 현재 전문의 배출 규모로는 앞으로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관련 기사: "이대로 다 뺏길라" 전공의 증원해 '약소과' 설움 풀자는 신경과).

만성적인 인력 부족 사태에 빠진 지역 병원들도 증원을 바라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으로 출석한 지방 국립대병원장들은 한 목소리로 전공의 정원 재배정을 요청했다(관련 기사: 인력난 겪는 지방 국립대병원들…"의대 정원 재배정 필요"). 병원장들은 지역 내 필수의료 인력난을 해결하고 싶어도 수도권보다 배정된 정원이 적어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수도권 소재 병원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전공의 충원율이나 병원 규모라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과 과에 구분 없는 이같은 '현상'은 정부도 체감하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장재원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지난 8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보건의료포럼에 참석해 "최근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6개 전문과 학회 교수들이 복지부에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수련병원과 전문과를 가리지 않고 전공의 증원 요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의대 정원 증원 논의 구조를 다루기 위해 열렸다(관련 기사: 산수는 그만하자…"의사 인력 정책 짤 거버넌스 만들 때").

보건복지부 장재원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각 수련병원과 전문과가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포럼 영상 중계 화면 갈무리). 
보건복지부 장재원 의료인력정책과장은 각 수련병원과 전문과가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 출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포럼 영상 중계 화면 갈무리).

장 과장은 "전공의 정원은 당연히 못 늘린다. 의과대학 정원이 고정돼 있는데 전공의 정원을 어떻게 늘릴 수 있나. 그런데도 이 파이가 고정된 상황에서 다들 본인 병원, 본인 전문과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장 과장은 "처음에는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의료계가) 따로따로 쪼개져 있을 때는 서로 정원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걸 다 합쳐 놓으면 (의사가) 안 부족하다고 결론 낸다. 그래서 대체 이게 무슨 현상인가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한 의료계 해석은 엇갈렸다. 현재 병원 내 과도한 업무량을 짊어진 집단을 누구로 보느냐에 따라 전공의 증원 요구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시각도 달랐다.

이날 보건의료포럼 패널로 참석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전공의가 업무 부담을 지는 수련병원 운영 구조를 지적했다. "전문의는 덜 뽑고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들이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 전공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국과 비교해 인구당 전공의 숫자 자체가 적을 리가 없다. 병원들이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하면서 생긴 문제다. 지금 전공의들이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하고 있다"면서 "(전문과들 주장대로)사회에 필요한 전문의가 부족하니 전공의를 더 선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병원이 값싸고 쉽게 쓸 수 있는 노동력으로서 전공의를 원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의를 뽑아서 일하고 당직하는 체계로 변화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을 고수하면 안 된다. 전공의에게 쏠려 있는 일을 전문의와 교수가 나눠서 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왼쪽)는 값싼 노동력으로서 전공의를 확보하려는 병원 운영 구조를 지적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실장(오른쪽)은 이같은 현상이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대한 방증이라고 했다(사진 출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포럼 영상 중계 화면 갈무리).
서울의대 김윤 교수(왼쪽)는 값싼 노동력으로서 전공의를 확보하려는 병원 운영 구조를 지적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소 실장(오른쪽)은 이같은 현상이 의료전달체계 붕괴에 대한 방증이라고 했다(사진 출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포럼 영상 중계 화면 갈무리).

반면 교수들의 과도한 진료량이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문석균 연구조정실장은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게 이 '기현상'의 본질이라고 했다. 전공의 업무 부담은 핵심을 비껴간다고 했다. 또 "요즘 전공의특별법 때문에 절대 그럴 수 없다"고도 했다. 문 실장은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국민 정서에 몰려드는 환자를 교수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법에 따라 (시간이 되면) 전공의는 퇴근시키고 교수가 당직을 해야 한다"면서 "당직 다음 날 또 진료를 봐야 한다. 전공의 교육수련과 관리를 담당하는 교수들 입장에서는 전공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병원들이 전공의 부족을 호소하는 것은 결국 일차의료기관과 2·3차 의료기관이 각자 기능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순히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해석하면 안 된다. 이를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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