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이 추진됐던 지난 2020년, 의사 단체행동은 전공의들이 주도했다. 여기에 의대생들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전공의들이 대정부 투쟁 문을 열고 대한의사협회가 닫았다.이번에도 전공의가 앞장서고 의대생들이 뒤를 따르는 모양새다. 의협은 지난해 11월 범의료계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총파업까지 고려한 대정부 투쟁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어 12월에는 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투쟁 전략’이라며 한 달이 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의협
해외에서 보는 한국 의료는 ‘우수’하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와 함께 선정해 발표하는 ‘세계 최고 병원’ 순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 세계 최고 병원에 많은 병원이 이름을 올린 나라 중 하나다. 내분비내과, 종양학, 비뇨의학, 소화기내과 등 임상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세계 TOP10 안에 드는 한국 병원들도 있다. 뉴스위크는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병원(World’s Best Smart Hospitals 2024)’을 발표하면서 미국 메이오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
“의사들이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먹거리 찾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이 필수의료 공백과 응급의료전달체계 붕괴 원인을 ‘의사 탓’으로 돌리며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의사 역할을 확대하면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를 재건할 수 있다”고 했다.31일 ‘한의사의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의 역할 확대 방안’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한의협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한의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보다 이미 배출된 의료인인 한의사를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의 발언도 그런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어져 잡아먹는다는 뜻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서 온 의료인들이나 병원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병상을 비우고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해온 공공병원들은 직원에게 줄 월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 정부가 주는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끊겼지만 진료실적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보낸 환자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요양병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원팀’이다. 서로 손발을 맞추며 환자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던 이들이 ‘간호법’ 등장 이후 병원 밖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 그 중심엔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가 있다.현재 간협 홈페이지에는 ‘의사가 아니라 장례전문가, 낙선운동지도사, 약자 코스프레 전문가, 파업지도사, 무관심 지도사, 연기 지도사로 부르자’는 문구가 캠페인처럼 메인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국민 여러분, 의사 집단이기주의에 회초리를 들어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서비스에 찬성한다.” 대한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가 지난 14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기존 의협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엄밀히 말하면 의료계는 환자 편의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자체에 반대한 적이 없다. 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주체를 의료기관으로 강제하는 방안에 반대해 왔다. 민간보험사가 해야 할 실손보험 청구 업무를 공공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넘기고 의료기관에도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문제라는 입장이다.김 이사도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선거가 높은 투표율 속에 끝났다. 강민구 후보가 71%, 주예찬 후보가 29%를 각각 득표했다. 두 번째 출마한 주예찬 후보는 지난해(42.7%)보다 훨씬 낮은 지지를 받았다.‘코로나19 백신에서 미확인 생명체가 발견됐다’거나 ‘팍스로비드 안에 마이크로칩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백신 접종 전면중단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에도 참여하고 있는 소규모 의사 단체(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 코진의)에서 주 후보가 활동한 이력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직후 대한간호협회 회관 앞에서 원색적 문
“과학 방역이 아니라 ‘침대 방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나온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 온 ‘과학 방역’을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말에 빗대어 그 실체가 없다고 비판한 것이다.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때부터 전문가들은 재유행을 예고했다. 그리고 재유행이 시작됐다. 두 달 가량 대응체계를 정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 하지만 재유행이 시작된 지금, 현장은 더 혼란스럽다. 무장 해제된 상태에서 다시 코로나19 환자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됐다. 대한의사협회가 처한 형국이다.의협은 8일 오전 10시 30분경 용산임시회관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예비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홍 후보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었다.그러나 문제의 발언은 그 다음에 나왔다. 홍 후보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의료과실 입증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의료과실 입증
정치가 개입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그런데 대책은 세우지 않고 남 탓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속항원검사를 기반으로 한 자가검사키트다. 민감도가 낮아 선별검사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불구하고 자가검사키트가 도입된 배경에는 정치권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지난해 12월 신속항원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150여곳에 즉각 도입됐다. 당시에도 위음성(가짜음성)을 걸러낼 방법은 없었다. 정치권은 한 발 더 나가 신속항원진단키트를 자가
시작부터 어수선했던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는 현재 의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지난 28일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의협 제71차 정총은 국민의례가 끝난 뒤 애국가 음악이 나오고 참석하지도 않은 내빈이 참석자로 소개되는 등 어수선하게 시작했다.이날 정총에 참석한 국회의원은 자유한국당 신상진·이완영·박인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윤일규·정춘숙 의원, 무소속 이언주 의원이었다. 하지만 자한당 윤종필 의원, 민주당 신동근·김병기 의원도 참석자로 소개됐다.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도 이날 참석하지 않았지만 참석자
직역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한다. 각 단체의 현안을 해결해 주겠다는 게 단골 멘트다.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도 마찬가지였다. 정총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간무협이 법정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돕겠다고 했다. 법정단체화는 간무협이 올해 사활을 건 사안이다.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좀 달랐다. 단상에 오른 오 의원이 한 말은 ‘예상 밖’이었다. 오 의원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최혁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에는 복도 양측으로 여러 방들이 있다. 방문에는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렸고 구멍에는 쇠창살이 달렸다. 방 안에는 침대 하나와 세면대, 양변기가 있다.감옥을 묘사한 것 같지만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TV 드라마에 나오는 정신병원 병실 모습이다.SBS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에서 황제전 비서팀장 민유라(이엘리야 분)가 황제인 이혁(신성록 분)에 의해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민유라가 입원한 곳은 정신병원이라기보다는 교도소 독방 같은 모습이다. 민유라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
경기도가 명찰 패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소속 전 직원에게 이름과 소속, 직책이 적힌 명찰을 근무시간 내 패용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대상은 경기도청, 경기북부청, 직속 기관 및 사업소 등 총 5,049명이다.이 지사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친절하고 책임 있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명찰보다는 기존 공무원증을 이용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경기도청지부 등 경기도청 3개 노조는 16일 공동성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의료계와 일반 국민 간 극명한 시각차를 보여줬다. 그 시각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졌다. 감염관리에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의사들의 목소리는 일반인들에게 ‘제 식구 감싸기’, 책임 회피로 들렸다. 의사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의료계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도 같이 커졌다.의료진 구속 수사가 ‘방어진료’, ‘증환자 진료 기피’ 등 의료 현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도 일반인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이 사건만 놓고 보면 의사-환자 간 신뢰관계는 이미 붕괴됐다.위기관리
매년 4월말 열리는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그 해 추진하는 사업과 예산 등이 결정된다. 하지만 대의원들 간 불필요한 언쟁으로 회의 시간이 길어지고 ‘의결 정족수 부족’ 때문에 상정된 안건을 모두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정총에서 처리하지 못한 안건을 다시 논의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는 일도 많았다. 의협의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셈이다.그랬던 의협 대의원회가 달라졌다. 지난 23일 열린 제69차 정총에서는 안건과 상관 없는 언쟁이 확 줄었다. 상정했던 안건도 모두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국의사100년재단이 최근 의미 있는 책을 출간했다. 가 그것이다. 일제강점기 민족 독립을 위해 뛰었던 서재필 박사 등 의사 독립운동가 10명의 업적을 담은 책이다.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하지 않았다. 책은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역사적 사실은 쉽게 읽혔다. 그만큼 책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의협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책을 기획했고 발간하는 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지난 2006년부터 역사학자들이 참여해 의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또 다른 큰 축인 의료게이트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비선진료’도 모자라 ‘주사 아줌마’에 ‘기(氣) 치료 아줌마’까지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자격자에게 주사를 맞아왔다는 정황이 특별검사팀에 포착됐다. 비선진료가 끝이 아니었던 셈이다.한 나라의 대통령이 의료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자격자에게 진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나마 의료인에 의해 이뤄진 비선진료가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무자격자의 의료행위는 불법으로 의료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중죄다. 물
대한의사협회가 의료분쟁조정제도 보이콧을 선언했다. 시행된 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 관련 대상을 구체화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의 신청 범위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의료분쟁 조정 자동 개시제도가 시행된 지난달 30일에는 관련 내용이 담긴 의료분쟁조정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과정을 일자별로 브리핑하기도 했다. 의료계의 의견을 제도에 반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알리기 위함이리라. 지난 2일에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중환자기피법으로 전락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그런데 그 어디에도 의협이 요구하는 제도
의식이 없는 교통사고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들어온다. 복강 내 출혈로 수술이 급한 상황이다. 이 때 의료진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한다. 보호자 동의서를 받고 수술을 하자는 의견과 일단 수술부터 하자는 의견으로 나뉜다.외과 전문의 강동주는 “보호자 동의서를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원칙대로 하겠다는 거다. 동의서 없이 수술 했다가 잘못되면 의사의 귀책사유가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고 말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윤서정이 “환자를 살릴 생각부터 해야지 일어나지도 않은 귀책사유부터 걱정하는 거냐”고 반발하자 강동주는 “그런 식의 오지랖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