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연 기자의 ‘히포구라테스’

경기도가 명찰 패용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소속 전 직원에게 이름과 소속, 직책이 적힌 명찰을 근무시간 내 패용하라고 지시한 게 발단이 됐다. 대상은 경기도청, 경기북부청, 직속 기관 및 사업소 등 총 5,049명이다.

이 지사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친절하고 책임 있게 자신을 알리는 것은 공무원의 의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명찰보다는 기존 공무원증을 이용하자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과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경기도청지부 등 경기도청 3개 노조는 16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명찰 패용 문제는 이 지사가 직원들과 사전 소통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게 큰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경기도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도에서 벌어지는 명찰 패용 논란을 바라보는 의료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게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 등은 ‘민간인’이지만 명찰 패용이 법적 의무다. 이른바 ‘명찰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4조 5항 때문이다.

이 조항이 ‘구시대’에 제정된 것도 아니다. ‘유령의사’에 의한 대리 수술 논란으로 지난 2016년 5월 의료법이 개정됐고 유예 기간을 거쳐 2017년 6월부터 시행됐다. 의료법 시행령은 명찰에 표시돼야 하는 내용과 제작, 표시 방법까지 정해놨다.

당시에도 대학병원 등에 근무하는 의료인은 대부분 신분증을 달고 있으며 이름과 소속이 새겨진 가운을 입고 진료하고 있었다. 동네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의료법은 개정됐고 의료기관마다 규정에 맞는 명찰을 새로 만들어 의료진에게 패용하도록 했다. 명찰을 달지 않으면 최고 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기도 명찰 패용 논란을 보는 의료인들 사이에서 “공무원도 달기 싫다는 명찰을 우리는 왜 달아야 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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